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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민의 시시각각] 저출산, 최경환 부총리가 총대 메라

정경민
경제부장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1960년대 극장가를 풍미했던 ‘대한뉘우스’ 제목이다. 6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6명이었다. 평균이 6명이었으니 8남매, 10남매도 흔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60달러. 거지꼴 안 되는 게 이상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가족계획에 사활을 건 까닭이다. 총대도 경제개발계획을 짠 경제기획원이 메도록 했다. 기획원 장관은 부총리로 경제부처 수장이기도 했지만 ‘예산권’이라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차고 있었다. 당시 가족계획을 진두지휘한 기획원 부총리는 남덕우, 차관은 박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장덕진이었다.



 70년대 가족계획은 표어처럼 무지막지했다. 물불 안 가렸다. 불임시술 받으면 예비군 훈련을 빼주고 아파트 청약권까지 줬다. ‘고자 아파트’란 말이 등장했을 정도다. 예비군 정관수술 실적은 74년 9544건에서 10년 만에 8만 건을 훌쩍 넘겼다. 76년 전국 시·군엔 7000개가 넘는 ‘가족계획어머니회’가 조직됐다. 75만 명이 넘는 어머니회 회원은 낮엔 가족계획 전도사로, 밤엔 ‘밤일 감시자’로 맹활약했다.



 바통은 전두환 정부로도 이어졌다. 81년 기획원이 법무부·재무부·보사부와 함께 발표한 ‘인구증가 억제대책’은 가족계획 결정판이었다. 셋째를 낳은 산모에겐 의료보험 혜택을 안 주고 주민세도 더 물렸다. 육아휴직도 둘째 출산 때까지만 줬다. 남편이 불임시술을 받으면 자녀 둘은 5세 때까지 의료비를 면제받았다. 그 결과 80년 2.83이었던 합계출산율은 90년 1.59로 떨어졌다. 기네스북에 오르고도 남을 ‘기적’이었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 주고, 예산권을 쥔 기획원이 총대를 멨기에 가능했다.



 한데 세상 바뀐 줄 모르고 가속페달만 너무 밟았다. 2005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08로 추락했다. 홍콩·마카오를 빼면 세계 최저다. ‘1.08 쇼크’에 정부는 2006년 부랴부랴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를 만들었다. 이후 10년 동안 150조원을 퍼부었다. 그러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21에 그쳤다. 그 사이 저출산 악몽은 현실로 다가왔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내년부터 감소한다. 대신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를 앞지른다. 2060년엔 생산가능인구와 노인·어린이 인구가 같아진다. 다시 거지꼴이 될 처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행보는 거꾸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는 취임 후 2년 만인 지난달에야 처음 열렸다. 9월에 내놓겠다는 대책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청약제도를 고친답시고 다자녀 가구에 주던 혜택을 줄여버렸다. 앞장서도 시원찮을 기획재정부는 한술 더 떴다. 올해 ‘13월의 울화통’ 시발점이 됐던 2013년 세법 개정 때 다자녀 추가공제는 물론 출생·입양 공제마저 없앴다.



 국회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하기까지 하다. 인천 송도 어린이집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3일 어린이집 폐쇄회로TV(CCTV) 설치 의무화법을 부결시켰다. 어린이보다는 표와 돈을 거머쥔 원장 눈치나 살피는 정치인이니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긴 격이다. 출산율은 낮추는 것보다 올리는 게 몇 갑절 어렵다. 아이를 덜 낳게 하는 건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지만 더 낳도록 하는 건 등골을 휘게 만들기 때문이다. 70~80년대 가족계획을 훌쩍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돈만 풀어서 될 일이 아니다.



 다자녀 가정의 아들은 입병 기간을 단축해주라. 귀찮은 예비군 훈련·민방위 소집을 빼주면 어떤가. 세 명 이상 낳은 집엔 아파트 분양권도 주고 세금도 팍팍 깎아주라. 어린이집 짓는 기업엔 세무조사를 면제해주라. 저출산을 부추기는 정책을 내놓는 부처는 예산을 확 깎아버려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런 대책을 죽었다 깨어나도 못 내놓는다. 박 대통령과 예산권을 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전면에 나서야 하는 까닭이다. 당장 최 부총리 책상 앞에 표어부터 붙여놓으라.



 ‘덮어놓고 안 낳으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정경민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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