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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 요만큼으로 당뇨 진단합니다

바이오센서 전문기업 아이센스를 창업해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는 남학현 사장이 ‘케어센스’ 개인용 혈당측정기를 들고 활짝 웃고있다. [신인섭 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꽉 잡고 있는 시장에 왜 들어가시게요.”

[2015 챌린저 & 체인저] 〈2〉 혈당측정기 세계시장 도전 … '아이센스' 세운 차근식·남학현 교수
0.5㎕의 혈액으로 5초 만에 식별
2012년 뉴질랜드 정부 입찰 따내
작년 매출 920억, 국내 2위로 도약
"최고 기업가정신은 일자리 창출"



 광운대 화학과의 차근식(61) 교수와 남학현(56) 교수가 2000년 5월 교내 실험실 벤처기업 ‘아이센스’를 만들고, 벤처캐피탈에서 많이 들었던 얘기다. 아이센스는 광운대 화학센서 연구팀이 중심이 돼 혈당측정기 시장을 노리고 창업한 기업. 기술도 있고, 시장성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당시는 부풀었던 벤처거품이 막 꺼져가던 시기여서 필요 자금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었다. 찾아가는 벤처캐피탈 대부분이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더군다나 로슈·존슨앤존슨·애보트·바이엘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의 97% 가량을 선점하고 있었다. 자금력도 약한 벤처기업이 섣불리 뛰어들 시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골리앗들이 활개치는 험난한 시장에 뛰어든 아이센스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시장에서 2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스위스 로슈진단(30%)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또 전 세계 70여개국에 혈당측정기를 수출하며 글로벌 바이오센서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중이다.



혈당을 측정하는 순서. 란셋의 버튼을 눌러 피를 내고(왼쪽 사진), 스트립에 묻혀 혈당을 측정한다.
 2013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마련한 자금으로 국내 최대인 연간 28억개의 스트립 생산시설을 갖췄다. 2005년 36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9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1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괜찮다. 세계당뇨연합(IDF)에 따르면 20∼79세 세계 당뇨병 환자 수는 2013년 전체 인구의 약 8.3%인 약 3억8200만 명에서 2035년 전체 인구의 10.1%인 5억 92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세계 혈당측정기 시장 규모가 100억 달러(약 11조원)를 넘어섰다. 최근 7년간 연평균 4.3%로 성장해왔다. 2020년까지 연평균 4.7%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혈당측정기 시장 규모 또한 연평균 9% 성장하며, 생산 및 수출·입 원가 기준으로 약 7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혈당측정 검사지(스트립)가 약 460억원으로 가장 많다.



 한국의 조그만 바이오센서 기업이 이처럼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발판은 수년간 쌓아온 기술력이다. 다른 제품에 비해 더 좋은 성능을 낮은 가격에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기에 가능했다. 2003년 피 한 방울도 안 되는 0.5㎕의 혈액으로 5초 이내 결과를 내는 혈당측정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자체 브랜드 ‘케어센스’로 출시했다. 회사가 설립된 2000년 당시에만 해도 10배 정도인 4㎕의 많은 피가 필요해 채혈때 고통이 심했고, 측정 시간도 30초에서 2분 정도로 길었다.



 최근 서울 반포대로 본사에서 만난 남학현 사장(최고기술책임자·CTO)은 “남들보다 더 적은 양의 혈액으로 더 빨리 정확한 결과를 보여주되, 시장을 선점한 제품의 특허를 피해가는데 연구개발(R&D)의 목표로 삼았다”며 “오랜 기간 정부 과제를 수행하면서 국내외 학술지에 매년 10편 이상의 논문을 실으며 쌓아올린 R&D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혈당측정기에 장착되는 바이오센서는 혈액 속 포도당을 탐지해내는 역할이다. 대부분의 특허는 바이오센서가 들어있는 스트립에 숨어 있다. 남 사장은 “우리 것은 글로벌 기업의 특허를 피해가면서 만들었는데도 센서 민감도는 더 높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포도당을 감지하는 금속물질을 기존의 철이 아닌 백금류 금속인 루테늄을 사용했다. 그랬더니 습기가 많은 지역에서도 철 스트립과 달리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했다.



 사실 두 학자가 안정적인 교수의 길에 매진하기보다 실험실을 뛰쳐나와 험난한 창업을 선택한 배경에는 자신들이 이룬 학문적 업적을 사업화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1998년 당시 산업자원부 국가과제를 받았는데 수행 조건 가운데 하나가 2년차에 중소기업을 골라 사업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뜻 상품화를 하겠다고 나선 중소기업을 찾을 수 없었다. 기술과 자본으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과 대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이들은 2000년 5월 직접 창업을 택했다. 아무리 실험실 벤처였지만 대학원생들 인건비와 연구비가 필요했다. 어렵사리 두 군데 창투사로부터 투자를 받고 2000년 10월부터 본격적인 상품개발에 들어갔다. 남 사장은 “동업자인 차교수와 이왕 창업하는거 제대로 해보자는데 의기투합해 5년 동안 월급을 받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차근식
 일반적으로 기술력에 자신있는 스타트업은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 시장에 출시하는 마케팅 과정 등에서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경험한다. 생각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센스 역시 그랬다. 2003년 제품을 개발한 뒤 대량생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실험실에서 만들던 방식과 대량생산 방식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기본부터 파고들기 시작해 대량생산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1년 이상 걸렸다. 존슨앤존슨 공장장 출신이 인천 송도 공장을 둘러본 뒤 “가장 훌륭한 프로세스”라는 얘기를 직접 들은 뒤에야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남 사장은 “본격적인 마케팅 영업을 시작한 2004년에도 위기가 닥쳤지만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한국의 제약사에게 혈당측정기를 맡겨 위탁 판매하던 글로벌 기업들이 매출이 늘자 직접 판매에 나섰다. 대체할 물건을 찾던 토종 제약사들이 앞다퉈 물건을 팔아주겠다며 아이센스를 찾아왔다. 남 사장은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이 성공하면서 날개를 달 수 있었다”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마케팅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이센스의 기세는 무섭다. 2012년 뉴질랜드 정부의 입찰에 참여해 전체 당뇨인구 20만 명에게 아이센스 혈당측정기를 보급하는 쾌거를 이뤘다. 뉴질랜드에서의 시장점유율이 95%에 달한다. 더 좋은 성능에 가격은 외국산의 60% 수준이었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결과였다. 이 소식을 들은 선진 각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아이센스에 견적을 묻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고 있다. 현재 아이센스 매출의 절반이 수출에서 나온다.



 지금도 아이센스의 가장 큰 강점은 R&D 역량이다. 가장 많은 비용을 쏟아붓는다. 매년 매출의 9∼10%는 R&D비용이다. 전체 임직원 수도 468명까지 늘었는데 이 가운데 70여명이 연구원이다. 요즘은 혈당측정기에 3G와 연결될 수 있는 통신칩을 장착해 버튼만 누르면 인터넷에 자신의 혈당정보를 누적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차 사장과 남 사장은 각각 16%와 8%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남 사장은 “기업가정신의 가장 큰 선(善)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진보와 보수를 떠나 기업은 성장하지 않는 한 일자리를 만들어줄 방법이 없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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