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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오히려 떳떳해요” 엄마는 “감시 대신 감사의 마음”

전국 어린이집 중 CCTV를 설치한 곳은 25% 정도다. 사진은 대전의 한 어린이집에서 원장이 각 방 CCTV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모습.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2일 경기도의 A어린이집. 3세반 아이 7명이 점심을 먹고 있다. 식탁에 앉아 얌전히 식사를 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승우(가명)는 유독 밥 먹기를 싫어했다. 보육교사가 일일이 밥을 떠먹여줘도 금세 뱉어내곤 했다.

실시간 중계 CCTV 설치 어린이집 가보니

 “싫어. 안 먹을래. 초콜릿 줘요~.” 승우와 교사의 승강이가 한참 이어졌다. 다행히 어르고 달래 승우가 겨우 밥을 다 비웠고 전쟁 같은 식사가 끝났다. 그제야 보육교사는 ‘휴’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교사는 “승우가 다른 아이들보다 유독 활달한 데다 말이 빨라 자기 주장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직장맘인 승우군의 어머니 박모(33)씨는 휴대전화로 이 장면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해당 어린이집이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이들의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화장실과 주방을 제외한 어린이집 모든 구역에 CCTV가 설치돼 부모는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아이가 뭘 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박씨는 “평소 승우가 집에서도 밥 먹기를 유독 싫어하는데 어린이집에서 잘 챙겨주는 걸 확인하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A어린이집 원장은 “처음에는 보육교사들이 불편해하는 점도 많았다”며 “그래도 실시간 중계를 하면서 부모들이 괜한 오해를 하지 않아 교사들도 떳떳해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4월 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여야는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이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월 인천 송도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대책으로 나왔는데 본회의 부결로 여론의 역풍을 맞자 정치권이 부랴부랴 재입법 추진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CCTV 설치로 보육교사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중앙SUNDAY는 자발적으로 CCTV를 설치해 부모에게 실시간 시청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린이집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6일 CCTV로 발각된 경남 고성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장면. [중앙포토]
올 1월 기준 4곳 중 1곳 설치
경기도 수원의 엄마사랑 어린이집은 지난해 3월 CCTV를 설치했다. 거실과 각 방에 네 개를 달았고 스마트폰을 통해 부모에게 실시간 영상을 서비스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소규모(정원 20명) 가정 어린이집 중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전국 4만4000여 곳 어린이집 가운데 CCTV가 설치된 곳은 24.8%에 불과했다. CCTV를 둔 어린이집 가운데서도 실시간 열람이 가능한 네트워크 카메라는 6.1%(3108대)뿐이다. 2013년 표본 조사에 따르면 국공립 어린이집은 60.5%가 CCTV를 설치했지만 민간은 32.9%, 가정 어린이집은 4.2%에 그쳤다.

 엄마사랑 어린이집이 CCTV를 설치한 데는 사연이 있다. 지지난해 어린이집에 다니던 한 아이가 정강이에 멍이 든 적이 있었다. 미끄럼틀을 엎드려서 타다 다친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할머니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학대한다”고 오해하고 거세게 항의했다. 김양숙(47·여) 원장은 “억울하기도 했지만 부모들이 오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CCTV를 설치했다”며 “아이들을 잘 돌보면 공개 못할 이유가 없어 실시간 열람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실시간 CCTV 설치 후 어린이집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보육교사들의 불편이 없진 않았다. 여름철 편안한 복장으로 근무하기도, 옷매무새를 고치기도 신경이 쓰였다고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났다. 어린이집과 부모 사이에 탄탄한 신뢰가 쌓인 것이다. 김 원장은 “혹시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다쳐도 CCTV가 있기 때문에 오해나 의심을 하지 않는다”며 “신뢰 관계가 구축되면서 CCTV를 보면서 일일이 참견하고 감시하기보다는 오히려 믿고 맡길 수 있어 ‘감사하다’고 하는 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의 한 어린이집은 2001년부터 15년째 CCTV로 실시간 시청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부터다. 초기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어린이집 원장은 “전국의 어린이집 중 가장 먼저 도입한 축에 들 것”이라며 “CCTV 설치로 부모와 어린이집 사이에 신뢰 관계가 구축되면 부모들도 처음처럼 매일 CCTV를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CCTV 설치가 감시가 아닌 신뢰의 상징으로 바뀐 것이다.

양질의 교사 확보가 더 시급한 과제
일부 어린이집이 CCTV를 자발적으로 설치했지만 여전히 반대 여론이 거세다. 최근 문을 연 경기도의 한 직장어린이집은 고초를 겪었다. 직장어린이집이지만 일반 어린이를 일부 수용하기로 한 것이 화근이었다. 여기에 실시간 CCTV를 설치했다고 홍보한 게 기폭제가 됐다. 주변 어린이집 원장들이 몰려와 “다른 어린이집들을 다 죽일 작정이냐”며 거세게 항의 방문을 했다. 이 어린이집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설치해도 일부 원장이 눈치를 줘 황당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인천시도 실시간 CCTV 설치를 희망하는 어린이집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반응이 싸늘하다. 참여를 희망하는 곳이 없거나 국공립 어린이집 서너 곳만 설치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4월 국회에서는 영상을 녹화·저장하는 형태의 일반 CCTV 설치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가 실시간 CCTV 조항을 포함시켰지만 법제사법위원회가 그 조항을 뺐다. 그런데 이마저도 인권침해 소지를 우려하는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심 눈치를 보는 지역구 의원이 아닌 비례대표 의원도 22명이나 기권이나 반대표를 던졌다.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인천 송도어린이집 피해자 김모(38·여)씨는 “사무실이든 길거리든 곳곳에 CCTV가 널렸는데 왜 어린이집에만 못 달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CCTV가 임시방편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부모 입장에선 아이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고 말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공식적으로 CCTV 설치에 반대하진 않는다. 정광진 회장은 “원장이나 교사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찬성할 수만은 없다”며 “연이은 사고로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CCTV보다는 양질의 교사 확보를 위해 처우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120만~130만원의 월급으로 좋은 보육교사를 채용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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