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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여행 가자 ② 북촌·인사동

여행 코스를 의논 중인 노혜진(왼쪽)·노경서 학생기자.


중앙고등학교에서 한옥마을로 올라가다 마주한 기와집 풍경.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중 학생기자인 경서와 혜진이는 조금 다르다고 하네요.

서로를 의지하며 어둠 속 걷고 추억 담아 만든 선물 나눴지요



100㎞이상 떨어져 살면서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학생기자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둘은 1년 동안 연락을 주고받으며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됐습니다.



지난 2월에는 소중에 여행계획서를 보내 두 번째 만남을 성사시켰죠. 1년 만에 여행지에서 다시 만난 소녀들은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요. 소년중앙 ‘친구야 여행가자’ 프로젝트 2탄 ‘북촌 및 인사동편’을 소개합니다.





계동 골목길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많다.
여행계획 세우기



충주에 사는 경서와 성남에 사는 혜진이는 여행지로 서울을 택했다. 교통이 편리하고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연극이나 공연 관람을 추천받았지만 눈으로 본 것은 쉽게 잊는다는 생각에 여행의 주제를 ‘오감만족, 온몸으로 배우는 여행’으로 잡았다.



주제에 알맞은 체험을 선정하고 체험장 근처인 북촌과 인사동 일대에서 나머지 코스를 짰다. 마지막으로 예산을 책정하니 계획서가 완성됐다.



계획을 세우고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만큼 알찬 하루를 보낼 생각에 설렘이 앞섰다. 설날에 모은 세뱃돈이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멤버 노경서, 노혜진 | 주제 오감만족, 온몸으로 배우는 여행



장소 북촌 및 인사동 일대(체험장소)



날짜 개학을 앞둔 마지막 주 수요일(2월 25일)



코스 안국역 집합→북촌 한옥마을 구경→점심식사→‘어둠속의 대화’ 체험→인사동 쌈지길 구경→향초공방 ‘리브레’에서 선물제작→고속버스터미널에서 이별



예산 혜진: 교통비(3000원)+어둠속의 대화(2만원)+식비(8000원)+체험공방(1만5000원)+비상금(4000원)=5만원

경서: 교통비(1만8000원)+어둠속의 대화(2만원)+식비(8000원)+체험공방(1만2000원)+비상금(2000원)=6만원





칼국수·만둣국·튀김만두가 오늘의 메뉴.
여행의 시작: 북촌 산책



오전 10시, 안국역 2번 출구. 오랜만에 만난 경서와 혜진이는 잠시 낯을 가렸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로 들어온 익숙한 목소리 덕에 금세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둘은 북촌문화센터에서 지도를 얻은 뒤 구경을 시작했다.



낡은 주택가를 개조해 상점가로 탈바꿈한 계동길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소품들로 열일곱 살 소녀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경서는 남성용 커프스링크(와이셔츠 소매에 다는 단추)에 반해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고, 혜진이는 목걸이를 유심히 봤다.



가회동 골목에는 매듭이나 민화·자수와 같은 전통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공방이 줄지어 있다. 하나쯤 체험해보고 싶었지만 가격이 비싸 참았다. 마지막으로 한옥골목(북촌로 11길)을 구경했다. 1930년대에 지어져 전통가옥의 특징(기와지붕·마루 등)과 근대식 건축의 특징(유리창·쇠창살 등)을 모두 갖춘 북촌의 한옥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도를 따라 걸은 지 한 시간이 지나자 경서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타느라 식사를 걸러 기운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촌손만두 북촌점’에 들러 끼니를 때웠다. 만둣국(6000원)과 칼국수(6000원)·튀김만두(3500원)를 나눠 먹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정오가 됐다. 오늘의 메인 이벤트 ‘어둠 속의 대화’를 체험하기 위해 식당 밖으로 나섰다.



※북촌에는 한옥과 골목의 매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북촌8경’이 있다. 안내지도를 따라 걸으며 8곳의 명소를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 어둠 속의 대화



북촌에 있는 ‘어둠 속의 대화’ 체험장에 도착했다. 빛을 반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짐을 맡긴 뒤 체험을 시작했다. ‘어둠 속의 대화’는 198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해 30개국 130여 개 도시에서 850만 명이 다녀간 체험전이다. 참가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로드마스터의 안내에 따라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을 활용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한다. 인간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100분 동안 경서와 혜진이는 무엇을 느꼈을까.



쌈지길에서 하늘정원으로 올라가는 길. 경서(왼쪽)와 혜진이는 손을 꼭 잡고 걸었다.


희미한 윤곽조차 보이지 않는 완전한 암흑속으로 들어가자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들리는 시계바늘 소리처럼 옆 사람의 걸음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위험할 것 하나 없는 곳임에도 어둠은 막연한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손끝에 닿은 친구의 살갗이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에 이토록 감사하게 될 줄이야.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한 걸음씩 나아갈수록 두 친구는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온몸을 통해 들어온 정보는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켰고, 암흑 속에서 상상은 진짜인 듯 느껴졌다. 같은 바람을 쐬더라도 바닷바람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산 정상에서 맞는 바람으로 느끼는 이도 있었다. 로드마스터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인간의 사고가 보이는 것에 의해 얼마나 제한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이 체험은 ‘진정한 소통의 발견’을 목표로 한다. 어둠 속에서는 자신을 숨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경서와 혜진이는 오래도록 서로를 보지 못한 채 연락을 주고받았다. 어둠 속의 대화를 나눠온 셈이다. 이번 체험에서 전보다 더 솔직하고 내밀한 모습을 발견한 두 소녀는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지가 되는 친구를 얻었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 한동안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들만의 ‘소통’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향기를 선물합니다: 리브레 by 향연



이번에는 안국역 건너편에 위치한 인사동으로 향했다. 두 번째 체험이 기다리고 있는 ‘쌈지길’에 가기 위해서다. 쌈지길은 공예전문 쇼핑몰로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이다. 둘은 1층부터 4층까지 각 상점을 둘러본 뒤 하늘정원(옥상)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지하 1층에 위치한 체험공방으로 이동했다.



비누(왼쪽)와 향초를 만들고 있는 두 친구.


유리·도예·목공 등 다양한 공방 중 천연 화장품을 만드는 ‘리브레’를 찾았다. 평소 비누 만들기가 취미인 경서가 혜진이에게 선물을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서로를 추억할 물건을 만드는 것은 경서가 오래도록 꿈꿔온 일이기도 하다. 경서는 비누(1만2000원)를, 혜진이는 향초(1만5000원)를 만들었다.



비누 만들기는 간단했다. 재료를 녹인 다음 강사의 설명에 따라 적당한 비율로 혼합해 틀에 붓는 것이 전부였다. 경서는 강사가 놀랄 정도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뽐내며 비누를 완성했다. 향초는 유리그릇 안에 파라핀을 붓고 데커레이션 소품을 놓는 식으로 진행됐다.



혜진이는 경서와 자신의 이름을 적은 조개 껍데기를 넣고 그 주위를 불가사리·러버덕 등으로 꾸몄다. 만드는 데 40분, 재료가 굳는 시간 20분을 더해 1시간 만에 그럴듯한 작품이 탄생했다. 은은한 향기에 두 소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각자 만든 제품을 박스에 포장해 서로에게 선물했다. 소모품이지만 추억이 담겨 평생 사용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별은 시작의 다른말



쌈지길을 나오니 시계바늘이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헤어지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경서를 위해 여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안국역에서 3호선을 타고 이동해 고속터미널역에서 작별인사를 나눴다. 1년 만에 만난 두 친구는 반나절의 여행을 뒤로한 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고등학생이 된 후에도, 어른이 되어서도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친구로 남기를 기약하면서.



올해로 고등학생이 된 나는 인생에서 가장 짧고도 긴 3년을 눈앞에 두고 있어. 그 전에 소중한 친구를 얻게 돼서 기뻐. 이번 여행은 또래 친구와 함께 보낼 수 있는 가장 알찬 하루였을 거야. 여행 내내 수호천사가 되어준 소중에도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 - 경서



“지난 1월 ‘친구야, 여행 가자’ 기사를 읽자마자 경서가 떠올랐어. 아직도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경서를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해. 수학여행처럼 누가 시켜서 가는 것이 아니라 계획 세우기부터 전부 우리가 주도해 떠난 여행이라 더 특별했던 것 같아.” - 혜진





글=김대원 객원기자 sojoong@joongang.co.kr, 노경서(충주 중산고1)·노혜진(성남 송림고1) 2기 학생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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