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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저유가에 울고 안에선 담합 제재 … 먹구름 낀 해외 수주

기로에 선 건설업계

국내 대형 건설사인 A사는 지난해 6월부터 비밀리에 별도의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었다. 50억 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의 카타르 알카라아나 석유화학단지 건설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였다. 카타르 정부와 네덜란드·영국의 합작 정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이 공동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였다. 30여 명으로 팀을 꾸린 A사는 입찰의향서를 낸 뒤 2~3개월 걸린 자격심사를 통과하고 입찰서류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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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지난 1월 발주처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채산성이 없어 프로젝트를 백지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저유가 때문에 석유화학단지를 지어봐야 수익을 낼 가능성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A사는 “결승점만 바라보고 죽을힘을 다해 뛰고 있는데 갑자기 경기가 중단된 격”이라며 허탈해했다. A사뿐만이 아니다. 최근 유가가 급락하면서 산유국의 건설·토목공사 발주도 따라 급감해 국내 건설사에 비상이 걸렸다.

 중동에서만 쿠웨이트 정유공장 프로젝트 등 4건 240여억 달러어치 공사 발주가 중단되거나 보류·연기됐다. 이는 해외 건설 수주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11일까지 수주 실적이 10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2억 달러)의 65%에 그쳤다. 중동 수주액이 81.6% 급감한 영향이 컸다. 국내 건설사는 수주의 절반 가량을 중동에서 따오고 있어 저유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08~2012년 세계 건설시장의 수주액은 유럽(24.2%)·아프리카(13.4%)·미주(21.4%)·아시아(22.1%)·중동(18.9%) 등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지만 국내 건설사만 유독 중동 편식이 심하다. 유가 등락에 따라 수주와 실적이 널뛰기를 할 수밖에 없다. 배럴당 30달러 정도이던 유가가 15달러가량으로 하락한 1986~99년에도 해외 건설 수주액이 연간 10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 선으로 급감했다.


 최중석 해외건설협회 정책기획처 부장은 “유가 하락이 수요·공급 불균형 외에 석유시장의 주도권 싸움 등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어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국내 건설사들은 속으로 골병이 들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경쟁 상대인 일본과 유럽의 통화가치가 연일 떨어지고 있는 것도 국내 업체엔 악재다. 엔화와 유로화 값이 떨어지다 보니 이들 국가 건설회사는 해외에서 번 달러를 자국 통화로 바꿀 때 가만히 앉아서 환차익을 얻는다. 그만큼 입찰가격을 낮출 여지가 커졌다.

 국내 업체 간 제 살 깎아먹기 식 저가 수주 경쟁도 건설사의 수익을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2009년 중동의 플랜트 수주에서 국내 한 업체는 최초 입찰가격인 18억 달러보다 30% 낮은 13억 달러에 수주했다. 실컷 공사를 해주고도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2013~2014년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많게는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도 저가 수주 경쟁으로 제 발등을 찍은 결과다. 해외 건설 수주 상위 10개 건설사의 순이익률이 2013년 - 2.0%(1조7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상반기 흑자로 돌아서 0.9%로 회복됐으나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흑자 기조를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내 공공공사 담합 관행은 업계 스스로 뒤집어쓴 굴레다. 전경련이 2010년부터 최근까지 담합 혐의로 공공공사 입찰참가 제한 처분을 받은 회사를 조사한 결과 60여 곳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담합 제재가 잇따르면서 해외 발주처에서 해명자료를 요청하는 등 국내 업체들의 수주활동이 불리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업체 해외사업담당 임원은 “경쟁국들이 담합 제재를 발주처에 흘리기도 해 국내 업체들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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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