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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마지막 단관 극장…한국의 '시네마 천국'

[앵커]

우리나라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본격화된 것이 대략 20년이 좀 넘었지요. 그 전에는 한 극장에 영화 한 편이었습니다. 단관 극장이라고 하지요. 이제 다 없어지고 딱 하나가 남았습니다. 영화관 자체가 박물관처럼 돼버렸는데요. 오늘(11일) 밀착카메라는 좀 쉬었다 가셔도 되겠습니다.

김관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동두천의 한 극장 앞에 나와 있습니다.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즐비한 요즘, 사실상 우리나라에 남은 마지막 옛날식 단관극장이라고 합니다.

청춘의 추억들이 곳곳에 서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시절 추억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사람들 발길이 거의 끊긴 옛 시가지.

그 한가운데 지난 1959년 지어진 동광극장이 있습니다.

바람이 불자 천 위에 인쇄된 포스터가 펄럭입니다.

몇 걸음 옮겨 볼까요? 여기 이렇게 상영 시간표가 붙어 있는데요, 방금 봤던 영화 '헬머니' 한 편만 적혀 있습니다.

단관극장, 상영관이 하나다 보니까 그런 거고요. 직접 이 시간표 위에는 수기로 써 놓은 모습입니다.

그래도 입장권은 몇 해 전 들여온 전자발권시스템으로 끊어줍니다.

방금 발권받은 티켓인데요. 가격이 7천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요즘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구천원 내지 만원 정도 하는 것에 비하면 2, 3천원 정도는 싼 가격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J열 11번이라고 좌석 번호는 나와 있지만, 사실상 이 극장 안은 관객들이 다 찰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본인이 원하는 좌석 어디든 앉아서 영화를 관람하면 된다고 합니다.

출입구 옆엔 옛날식 맞춤법으로 쓰인 관람자 준수사항이 붙어 있습니다.

휴게실엔 주인이 취미로 모으기 시작한 물고기들이 어항에 담겨 돌아다닙니다.

이곳 손님들에겐 익숙한 풍경입니다.

[박상환/관람객 : (여기 다니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되게 오래됐어요. 한 30년 더 된 거 같아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여기를 다녔어요. 40년 가까이 된 거죠.]

이때 요즘 영화관에선 맡을 수 없는 짭조름한 냄새가 납니다.

그 자리에서 구워주는 오징어입니다.

다음 상영을 앞둔 극장 안. 관객 8명이 전부입니다.

여기가 이곳의 하나뿐인 상영관입니다.

총 283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인데요, 이쪽 앞쪽에 보면 스크린이 있습니다.

보니까, 요즘 생긴 대형 영화관의 스크린과 비교해 봐도 작은 크기가 아닙니다.

바로 이 뒤쪽에는 이곳 극장 주인이 관객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소파석도 있습니다.

이 극장 자체가 추억이 되기도 합니다.

[김희진/관람객 : (제가) 20대 초반에는 이미자쇼, 어르신들 유명한 분들 쇼도 많이 헀고, '십계'나 '쿼바디스' 같은 유명한 영화도. 그런 영화 보러 왔을 때는 사람들이 앉을 자리가 없었어요. 서서 보고, 밀려가면서 보고.]

주인 고재선 씨는 지난 1986년 이곳을 인수한 이후 30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고 씨가 보관하던 이 필름 틀은 영화 '국제시장'의 소품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고재선/동광극장 대표 : (이건 뭔가요?) 필름이 처음 오면 저 릴(틀)이 있잖아요. 그 사이에 넣어서 껴서 감는 거지, 새로 온 필름을 넣어서…]

영화를 틀어주는 영사실엔 그의 자존심이 배어있습니다.

요즘은 이 극장에선 이렇게 고가의 디지털 영사기를 놓아서 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5, 6년 전만 하더라도 이 옆에 있는 오래된 아날로그 영사기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무려 20년 넘는 기간 동안 영화를 틀어줬던 그런 장비라고 합니다.

이 앞에 보니 필름이 아직도 걸려져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이렇게 모터를 작동시켰더니 그 옛날 그 시절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고재서/동광극장 대표 : 오늘도 몇 분 안 오셨지만, 꾸준히 극장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고맙고요. 그분들 덕분에 보람을 갖고, 또 그분들이 '사장님 꼭 끝까지 하십시오' 하는 말을 들을 때 힘이 납니다.]

시골 마을 주민들에게 작은 행복을 준 영화 '시네마천국'의 영사기사 알프레도.

고 씨는 자신과 동광극장이 그런 존재로 계속 남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동광극장에서의 하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색색깔로 빛나던 네온사인 불빛도 모두 꺼졌습니다.

독일의 벨트슈피겔, 그리고 프랑스의 에덴 시어터. 모두 이런 동광극장 같은 옛날식 극장들인데, 유럽에서는 지역사회와 정부가 이를 보존하기 위해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곳 동광극장도 작은 지역의 시네마천국이자 한국의 벨트슈피겔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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