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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도 없앤 러시아의 반미 감정

최근 러시아 내 반미(反美) 감정이 옛 소련시절을 넘어설 정도로 극에 달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독립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80% 이상이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의 2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며, 반미감정에 대한 여론조사가 실시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 것으로 분석됐다.

러시아의 반미 감정은 지도층에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계층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최근 러시아에선 서구 브랜드의 옷을 빨강과 파랑ㆍ흰색의 러시아 국기 무늬로 갈아입고, 코카콜라 대신 러시아산 소프트 드링크로 바꿔 마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크림반도의 일부 커피숍에서는 메뉴에서 아메리카노를 없애버렸고, 모스크바의 미 대사관 담벼락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바나나를 먹는 인종차별적 그림이 나붙었다. 심지어는 지난 10여 년간 미국과 함께 진행해온 고교 교환학생 프로그램까지 폐지됐다.

러시아 내에서 반미 감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가 살해되면서 극에 달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러시아를 음해하기 위한 공작으로 넴초프를 죽였다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러시아의 반미감정은 1999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당시 러시아의 우방인 세르비아를 폭격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과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 이후에는 그나마 미국에 대한 호감이 있던 사람들마저도 돌아서기 시작했다. WP는 미 오바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까지 지원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반미 감정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레바다센터의 레프 구드코프 소장은 “최근의 반미 움직임이 러시아 사회의 분위기를 급격하게 바꿔놓고 있다”며 “사회가 군국주의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 정치 분석가인 마리아 리프먼은 “정부가 반 서방 감정을 조장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며, 선동을 통해 러시아를 통합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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