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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북·중이야기(12)] 김정일과 후진타오



김정일은 영빈관에서 첸치천 일행을 맞습니다. 그 자리에는 제1차 북핵 위기의 해결사였던 북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도 배석했지요. 첸치천은 중국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고 있다는 점과 동시에 북핵 문제는 어디까지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첸치천은 중국의 개혁·개방의 역사를 설명합니다. 그는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인민들의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그것은 평화적인 국제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우리 방식을 당신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첸치천은 김정일이 싫어한 덩샤오핑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설명은 덩샤오핑이 했던 말과 똑같았지요.

김정일도 이에 질세라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그는 “북한과 중국은 조건이 전혀 다릅니다. 북한은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나라입니다. 중국 같은 대국이 아니지요. 경제 개혁이 중국에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중국 방식이 우리에게도 똑같이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평화로운 국제 환경이 조성돼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평화로운 환경에서 살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땅에 평화로운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것은 미국 잘못이지 우리 탓은 아니지요”라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북한은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위 두 사람의 대화만큼 양국의 입장을 솔직하게 드러낸 대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우언라이 이후 중국 최고의 외교관으로 평가받던 첸치천이었지만 일단 한 발 물러선 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는 “중국은 제2차 북핵 위기가 심각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북한과 미국을 중개할 것이며 이를 위한 3자 회담을 주선하려고 합니다. 장소는 베이징이 어떻겠습니까? 꼭 참여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제안했지요.

이에 김정일은 난색을 표시했지만 첸치천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첸치천은 “3자라고 하지만 주역은 북한과 미국입니다. 북한과 미국이 논의하고 중국은 잠자코 듣기만 할 것입니다. 중국이 있던 없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만나는 것이 중요하지요. 미국은 다자회의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3자 회담은 그런 미국의 입장을 감안한 것입니다”라며 설득했습니다.

김정일은 잠시 귀가 솔깃했습니다. 그는 “북미 양자 회담은 확실히 가능하겠지요?”라고 물었습니다. 첸치천은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고 김정일은 “그러면 참가하지요”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김정일이 미·중과의 3자 회담에 참가하기로 결정하는데 중국의 설득이 결정적 역할을 한 셈입니다. 중국은 이후 개최된 3자 회담과 그 연장선인 6자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의 역할을 절충하는 중재자 역할을 했습니다.

중국이 제2차 북핵 위기 해결과정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중국 외교노선의 변화라고 할 수 있지요. 이를 통해 중국이 얻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북핵 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강화했습니다. 둘째, 북핵 문제를 단순히 중국과 한반도 차원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으로 확대하면서 이 지역에서 미국보다 중국의 영향력을 키웠습니다. 셋째는 북핵 문제를 원만히 해결함으로써 미·중 관계를 우호적으로 발전시켜 국제사회에서 운신의 폭을 확대했습니다. (계속)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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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