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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전세난민, 연립 사서 옮긴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서 방 세 칸짜리 아파트 전세(2억원)를 살던 직장인 박모(38)씨는 올해 초 인근 2억1000만원짜리 연립주택을 사서 이사했다. 집주인이 올려달라는 전세금 7000만원을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박씨는 “지금 월급으로는 양육비·생활비만 해도 빠듯하다”며 “(전세금 마련을 위해) 은행 대출을 받느니 차라리 눈높이를 낮춰 연립주택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전세가 폭등하면서 수도권 연립주택(4층 이하 공동주택)과 다세대주택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세금을 올려주는 대신 아예 저렴한 연립·다세대주택을 사버리자는 수요가 급증해서다. 8일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이 최근 2년간 수도권 주택 실거래 신고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이에 따르면 자녀를 둔 서민층이 주로 거주하는 중형 주택(전용면적 85~102㎡)의 지난해 매매거래 증가율은 연립(37.4%)·다세대(37.2%)가 아파트(22.8%)보다 훨씬 높았다.

  통상 연립·다세대의 매매가격은 아파트 매매값의 60~70% 수준이다. 수도권 평균 전세가율(매매값 대비 전세 비율)이 69.5%인 점을 감안하면 전세금을 빼 연립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1억~2억원대 아파트 전세 세입자가 2억~3억원대 다세대·연립을 대안으로 삼아 매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처럼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지 않을 거란 예상도 연립·다세대로 방향을 틀게 하는 데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연립이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오르자 경기도나 인천으로 밀려나는 세입자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아파트에서 1억1000만원에 전세를 살던 직장인 최모(36)씨는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 60㎡ 빌라(1억5000만원)로 이사했다. 최씨는 “어떻게든 서울에 남아 보려 했지만 2년 새 전세금을 70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하니 여력이 없었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연립 매매 증가는 전세난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임대시장 안정대책을 시급히 내놓지 않으면 아파트에서 연립·다세대로, 서울에서 교외로 밀려나는 세입자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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