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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파탄 내는 '시월드·처월드' 가문의 전쟁


부유한 환경에 비슷한 학벌, 양가 어머니는 고등학교 동창…. 30대인 A씨 부부의 ‘스펙 궁합’은 최상급이었다. 어머니들의 소개로 만나 3개월 만에 결혼을 약속했다. 하지만 불화는 2010년 상견례에서 시작됐다. 딸을 걱정한 아버지가 예비 사위에게 “장래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오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에 신랑 측 아버지는 “내 아들이 왜 그런 걸 만들어야 하느냐”고 따졌다.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결혼을 없었던 일로 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우여곡절을 거쳐 이듬해 결혼했지만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아버지 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부인은 “아침 저녁 문안 전화를 하고 하루 일과도 보고하라”는 시댁의 요구에 시달렸다. 부인의 욕심도 문제였다. 첫아이 출산 기념으로 받은 중고 외제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50~60평대 아파트를 사달라”고 했다가 부부관계가 냉랭해졌다. 양가 부모는 이들의 갈등에 사사건건 끼어들었다. A씨 부부는 3년 만에 이혼했다.

 A씨 부부는 최근 ‘가문 전쟁’으로 가정이 파탄 나는 이혼의 새로운 양상을 잘 보여준다. 김우석 변호사는 “젊은 부부들이 사소한 일로 다툰 뒤 부모들이 개입하면서 갈등이 오히려 커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사와의 이혼 상담에도 여성들이 어머니 손을 잡고 온다. 법률사무소 홈페이지엔 “아들을 대신해 이혼 상담을 받을 수 있느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부모와 친구처럼 지내면서 너무 많은 것을 공유하는 것도 갈등의 골을 깊게 한다. 30대 B씨 부부는 교제 시작 한 달 만에 결혼을 약속했다. 부인은 예비 시어머니에게 며느리로서의 다짐을 담은 e메일을 보내는 등 살갑게 행동했다. 불씨는 부부의 성생활이었다. 남편은 부인 권유로 치료를 받았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이후 남편이 음란 동영상을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인은 충격을 받았다. 말다툼은 폭력으로 이어졌다. 부인은 결혼 3개월 만에 친정으로 가버렸고 부모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양가 부모가 만나 상대방 자식을 비난하다 감정이 더 상했다. 서로 “결혼식 비용을 물어내라”며 맞고소했다. 1·2심 재판부는 “부부 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양가 부모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게 한 잘못이 있다”며 양쪽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014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체 이혼신청 부부 중 7%(7961건)가 ‘가족 간의 불화’를 이유로 제시했다. ‘배우자 부정’으로 인한 이혼(7.6%)과 비슷한 수치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성격 차이’(47.2%)에도 가족 간 갈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김진영 상담위원은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가족들이 이혼을 종용해 괴로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엔 아내의 이혼 소송 배후에 장모가 있다고 지목하는 사위들이 늘고 있다.

 자녀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간섭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7년 전 결혼한 C씨(44·여)는 결혼 전 “우리 아들은 몸이 약하다”는 시어머니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결혼 후 남편 건강에 대한 시어머니의 집착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 첫아이가 태어나자 “아들이 잠을 못 자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남편을 시댁에 붙잡아 두었다. 부부가 한 방을 쓰는 것도 막았다. 남편 역시 어머니에게서 독립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C씨 부부는 이혼소송 끝에 갈라섰다.

 과도한 자녀 사랑은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선 치과의사인 사위가 운영하는 병원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70대 남성이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위가 이혼소송을 제기해 딸에게 상처를 줬다는 이유로 지인을 통해 사위 병원이 ‘탈세를 한다’는 악플을 올리게 한 혐의였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성인인 자녀의 가정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자녀에게 직접 갈등을 해결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호선 서울벤처대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는 부부 갈등이 집안 전쟁으로 치닫는 데 대해 “사회적 세태가 낳은 현상”이라고 제시했다. “치맛바람, 바짓바람의 그늘에서 자란 자녀들은 스스로 결정하기를 두려워하고, 많은 자원을 자녀에게 투자해온 부모도 자녀에 대한 끈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애정 어린 조언과 과도한 개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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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