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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못 버텨 … '착한 가게' 간판 뗀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K씨(54). 2012년 2월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받아 현판을 붙였다. 주변보다 값이 싸고 친절하며 위생도 좋다는 정부 인증이었다. 인증을 받으면 지원이 있다는 소리에 솔깃했고, 손님이 더 올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K씨는 올 초 인증을 스스로 반납했다. “지원이라는 게 쓰레기봉투 몇 장과 여름에 소독을 해주는 정도였다”며 “그런데도 ‘지원’이라는 단어에 혹해 신청하는 바람에 값을 제대로 못 올려 손해 본 게 지금은 후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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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가격업소’ 간판을 떼는 가게가 늘고 있다. 대부분 정부 인증을 자진 반납하는 업소들이다. 서울시에서는 2013년 말 1001개이던 착한가격업소가 올 2월 929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대구시는 354개에서 294개로 감소했다.

 착한가격업소 인증은 행정자치부가 2011년 시작했다. 음식점뿐 아니라 이·미용실, 세탁소·사진관·여관 등 다양한 업소에 인증을 내줬다. 값 내리기를 유도해 서민 생활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초기엔 “손님을 끌어 모을 수 있겠다” 싶어 인증 요청이 몰렸다. 첫해 전국에 2497곳이던 것이 2013년 6500여 개로 늘었다. 하지만 그 뒤 슬슬 숫자가 줄더니 최근 들어 감소세가 가팔라졌다. 원인은 세 가지다. 규제는 빡빡한데 돌아오는 혜택은 적고, 경기가 가라앉아 기대했던 손님 유치 또한 신통치 않은 데다가, 인증 대상이 아니었던 다른 음식·서비스 가격까지 내리라는 정부 압박에 몰려서다.

 착한가격업소가 되면 값이 주변보다 싸야 하고 1년 이상 값을 올리지 못한다. 모니터단이 매달 나와 가격은 물론 위생과 서비스까지 점검한다.

반면 지원은 많지 않다. 서울시의 경우 경영·인테리어 컨설팅을 해주고 쓰레기봉투 같은 현물을 월 1만5000원어치 주는 정도다. 빚이 많은 인천시는 거의 지원을 못한다. 착한가격업소가 330여 곳인데 올해 지원 예산은 300만원뿐이다. 올 한 해 업소당 1만원도 지원할 수 없다는 얘기다.

 2013년 지정받았다가 올 초 자진 취소한 대구의 미용실 업주 K씨(54·여)는 “1년간 받은 건 50L짜리 쓰레기봉투 40장(4만원)이 전부”라며 “요금을 1000원 올리는 게 그보다 수십 배 이상 이익이어서 착한가격업소 간판을 스스로 뗐다”고 말했다.

 지원이 미약한 데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산이 없다”고 한목소리다. 영남 지역의 예산 담당자는 “무상복지만 해도 벅차다”며 “착한가격업소 정책은 정부가 시행해 놓고 지원 같은 뒷감당은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 또한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착한 가격’이 소문나면 손님들이 더 오리라 예상했던 가게들은 고개를 흔든다. 업소가 전국에 수천 개로 늘어 매력이 떨어진 데다가 경기가 가라앉아 소비가 줄어서다. 전국착한가격업소연합회 정윤호(56) 회장은 “값을 올리면 손님이 더 줄어들 수 있지만, 그래도 인상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며 지정을 반납한다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또 지난해부터 자격 기준을 강화했다. 예전엔 대표 상품 가격만 저렴하면 됐는데 이젠 전반적으로 값이 싸야 인증을 새로 받거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짜장면만 저렴해서는 안 되고 짬뽕·군만두 등등 모두 값이 싸야 한다는 얘기다. 이 역시 착한가격업소 탈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흐름에 맞춰 유기농 식재료 같은 것을 사용하더라도 값을 올리지 못하는 데 대해 불만이 나온다.

 물가가 너무 안 올라 걱정인 요즘 물가가 연 5% 가까이 뛰던 2011년의 정책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행자부 측은 “물가란 언제든지 다시 오를 수 있어 서민 생활 안정이란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며 “착한가격업소에 대해 카드 수수료를 깎아주는 등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한·홍권삼·강인식 기자,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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