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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홀 퍼펙트, 다시 박인비 천하

박인비가 8일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올 시즌 첫 승을 따낸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 3위 스테이시 루이스와의 맞대결에서 따낸 승리다. [싱가포르 AP=뉴시스]

리디아 고(左), 스테이시 루이스(右)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세계랭킹 1-2-3위가 맞붙은 별들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리디아 고(18·뉴질랜드)의 3연승도 저지했다. 8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다.

 박인비의 우승으로 올해 LPGA 투어의 한국 출생 선수의 전승(5승) 기록도 이어졌다. 올 시즌 LPGA투어 우승자는 최나연-김세영-리디아 고-양희영-박인비다.

 경기 전 전운이 돌았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와 2위 박인비, 3위 스테이시 루이스(30·미국)가 챔피언조에 묶였기 때문이다. 리디아 고는 지난 1월 말 박인비를 끌어내리고 1위에 올랐다. 이후 호주 오픈과 유럽 여자투어 뉴질랜드 오픈에서 우승도 했다.

 그래도 10대 세계랭킹 1위에게 검증은 필요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까지는 아무 것도 잃을 게 없었지만 이제 랭킹 1위라는 짐을 지고 경기하고 있다. 그 짐을 지고 강호들과 맞대결에서 이길 수 있는지 봐야 했다. 리디아 고가 챔피언조에서 전 1위들과 눈을 맞대고 싸워 이길 수 있다면 과거 안니카 소렌스탐이나 로레나 오초아 같이 투어를 지배하는 강력한 여제로 군림하게 된다.

 리디아 고는 두 타 차 선두로 출발한 박인비에게 초반 잽을 날렸다. 4, 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박인비는 6번홀까지 한 타도 줄이지 못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는 박인비에게는 2013년 골프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침묵의 자객’ 혹은 ‘여왕벌’의 느낌이 다시 흘렀다. 파5인 7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근처까지 보내 첫 버디를 잡았다. 리디아 고도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버디를 놓친 루이스는 경쟁구도에서 사라졌다.

 7번 홀까지 버디 3개를 하면서 혼자 도망갈 것 같던 리디아 고는 파 3인 8번 홀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해 보기를 하면서 한 타 물러섰다. 이후 리디아 고에게 위기가 계속 찾아왔는데 다 막았다. 9번 홀 내리막 1.5m 파 퍼트, 10번 홀 그린 오버, 11번 홀 벙커에서 다 파로 막아냈다. 그러나 침묵의 자객 박인비가 11번홀 버디를 잡아 2타 차로 벌어지자 상황은 급해졌다.

 파 5인 12번 홀에서 리디아 고는 그린 옆 벙커에 2번 만에 왔다. 리디아 고에겐 좋은 버디 기회였다. 그러나 벙커샷이 절반 밖에 안 갔다. 10m나 짧았고 1m가 안 되는 파 퍼트마저 넣지 못했다. 또 보기가 나오면서 3타 차로 벌어졌고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

 박인비는 혼다 타일랜드 3라운드 17번홀부터 이어지던 노 보기 행진을 92홀로 늘렸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1위를 수복할 수는 없지만 리디아 고와의 거리를 확 줄였다. 10언더파를 친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이 공동 4위를 했고, ‘수퍼 루키’ 김효주(20·롯데)는 8언더파로 공동 8위에 올랐다.

성호준 기자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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