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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기획재정부에 종속된 금융위원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금융권의 관심이 금융위원장보다는 경제부총리의 입에 쏠려 있다. 옛 재무부가 재정과 금융을 총괄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한 금융지주사 임원이 전한 시중의 분위기다. 금융위원장은 명실상부한 금융 당국의 수장이다. ‘무소불위’라는 금융감독원도 그의 지도와 감독을 받는다. 금융회사들로선 임 후보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 후보자 청문회는 벌써 맥이 빠진 분위기다.

 얼마 전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의 ‘작심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4일 한 정책포럼에 참석해 금융권을 향해 “뭔가 고장 났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금융업이 갈수록 쪼그라들며 취업자는 급감하고 세수도 줄고 있는데, 정작 금융권은 ‘보신주의’에 빠져 제대로 된 혁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쓴소리였다. 금융 당국의 대응도 시원치 못했다는 불만도 묻어 나왔다. “외환위기 당시 금융개혁위원회가 했던 정도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주문도 덧붙었다. 금융위는 재깍 움직였다. 하루 사이에 금융위원장이 직접 단장을 맡는 개혁추진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뚝딱 만들어졌다. 눈치 빠른 금융회사들이 향후 금융정책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상황이다.

 사실 기재부가 금융위를 압도한 건 최 부총리의 취임 직후부터였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지키는 보루라며 손대기를 주저해 왔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단숨에 풀렸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에 드라이브가 걸린 것도 이즈음부터였다. 기술금융 실적으로 은행별 순위를 매기는 방식의 ‘혁신성 평가’가 시행됐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일시에 불러모은 ‘대토론회’가 갑작스레 열리기도 했다.

 금융 개혁의 절실함에 토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부총리의 질타와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발 빠른 호응’을 두고 한편에선 ‘금융위의 기재부 종속’(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날의 칼’ 같은 금융의 특성 때문이다. 잘 쓰면 실물경제의 활력을 북돋우고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지만, 자칫 삐끗하면 한순간에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지난 정부 때 기재부에 있던 금융정책 기능을 굳이 떼어내 3년 임기의 금융위원장 밑에 둔 것도 이를 감안한 조치였다. 하지만 그간은 명분 따로, 운영 따로였다. 역대 금융위원장 중 단 한 명도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게 이를 말해 준다. “관료들 자리 늘리려 금융위를 만들었느냐”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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