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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사마귀’ 부끄럽다? 방치하면 암까지 부른답니다


감추고 싶은 질환이 있다. 성(性) 관련 질환이다. 감염으로 인한 질환의 확산이 문제다. 특히 성 활동이 활발한 젊은층이 취약계층이다. 요즘 물밑에서 증가하고 있는 생식기사마귀(곤지름·콘딜로마)가 대표적인 질환이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여성과 남성의 생식기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큰 병은 방심에서 온다. 충분한 지식과 백신 접종 등 예방활동이 필수다. 바이러스로부터 나와 파트너의 성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소개한다.

여성암 사망률 2위인 자궁경부암. 원인균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HPV)다. 매년 우리나라 여성 3300여 명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하루 평균 3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다.

HPV는 변신의 귀재다.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DNA가 10% 이상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바이러스의 성질이 달라진다. HPV는 이런 변종이 100여 개에 달한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16형·18형)와 생식기사마귀를 일으키는 바이러스(6형·11형)가 대표적인 바이러스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에이즈·종양바이러스과 이지은 보건연구사는 “위험한 HPV는 보통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며, 자궁경부암은 물론 인유두종암, 폐암 환자에게서도 HPV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HPV의 특징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HPV에 감염돼 성기와 항문 등 생식기 주위로 두드러기가 나는 생식기사마귀는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2배 이상 많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전국 583곳의 의료기관을 찾은 생식기사마귀 환자 중 9785명이 남성, 3567명이 여성이었다. 이 중 20~30대가 남녀 모두 전체의 70% 가량을 차지했다.

 증가 폭도 두드러진다. 환자 수는 2004년 382명에서 11년 새 2094명(2014년)으로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 감염병으로 지정한 매독·임질 등 성 매개 질환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여성은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수도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는 “성 경험을 하는 나이가 빨라지고 성문화도 개방적으로 바뀌면서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며 “남성은 성기가 돌출돼 관찰이 쉽지만 여성은 외음부뿐 아니라 생식기 안쪽에 생길 수 있어 숨은 환자가 더욱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의료시장 조사업체인 IMS 헬스는 국내 생식기사마귀 환자가 30만 명(2012년 추정)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병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관동의대 제일병원 비뇨기과 서주태(대한비뇨기과학회 홍보이사) 교수는 “병원에 내원한 남성 환자 중 생식기에 두드러기가 난 것으로 착각하고 성생활을 계속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바이러스에 의한 2차 감염이다. 환자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서 교수는 “여성은 면역력이 약해 같은 HPV에 감염됐을 때 발병할 확률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자궁상피층 환경,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여성이 HPV에 감염됐을 때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주 교수는 “생식기사마귀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 종류는 다르지만 생식기사마귀 자체가 HPV 감염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방치할 경우 여성에게 옮겨져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2차 감염으로 자궁경부암 생길 수도

출산을 앞둔 산모가 HPV에 감염됐다면 그 영향이 태아에게까지 미친다. 주 교수는 “HPV는 산모에게서 태아가 수직 감염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라며 “산모가 생식기사마귀 증상을 보였을 때 출생과 동시에 태아도 재발성 호흡기유두종증에 감염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자 본인의 자괴감과 우울증 등 정신적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다. IMS 헬스가 국내 HPV 감염 환자군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생식기사마귀 환자 중 성관계 때 파트너와 문제가 있거나 최근 결별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62.2%, 42.1%에 달했다. 서 교수는 “생식기사마귀는 보통 HPV의 감염 부위를 레이저와 고주파로 병변을 잘라내는 치료법이 일반적인데, 바이러스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재발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통증과 반복적인 수술로 위축감과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환자가 많다. 바이러스는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건전한 성생활을 지키는 것은 감염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미국·오스트리아에선 남성에게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HPV 백신은 성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HPV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40대까지도 백신으로 인한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서 교수는 “‘자궁경부암 백신’이라는 인식 때문에 남성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본인과 파트너의 생식기 건강을 위해 남성도 정기적인 검진과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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