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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근의 시대공감] 검사 파견의 득과 실

법률 제1호는 정부조직법이다. 그동안 행정각부의 이름은 정권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바뀌다 보니 혼란스럽다. “외-내-재-법-국-문-체-농-상-동-건-보-노-교-체-문.” 학창시절 행정법 공부를 할 때 외운 행정각부의 서열이다. 외무부·내무부·재무부·법무부·국방부·문교부 등의 순이었다. 지금은 이름도 길어졌고 순서도 바뀌어 법을 찾아보지 않고서는 서열조차 알기 어렵다. 국민은 문화체육관광부인지, 문화관광체육부인지 헛갈린다.

60여 년 동안 명칭 변경의 무풍지대가 두 군데 있다. 바로 법무부와 국방부다. 특이하게 법무부는 검사가, 국방부는 군인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행정 각부의 실·국장은 고위공무원(옛 1~2급)이 맡는데 법무부는 검사가, 국방부는 군인이 맡을 수 있다는 예외규정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장관도 검사와 군인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겨났다.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같이 차관급 예우를 받는 대검찰청 검사급 검사(검사장)가 1~2급 상당이 맡아야 할 법무부 실·국장직에, 1급 상당의 부장검사가 3~4급 상당의 과장 자리에 가 있다. 부부장검사나 평검사들은 각 과에 소속돼 서기관이나 사무관 일을 하고 있다.

검찰청법에 의하면 검사는 각급 검찰청에 두도록 돼 있으나, 법무부에는 검사가 80여 명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법무부 근무 공무원들이 각급 검찰청의 수사관을 겸임하는 방법으로 수사수당을 편법 수령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우리나라에 법률가가 턱없이 부족하던 시절, 검사는 행정부 내에서 단순한 검찰청 소속의 준사법관(準司法官)이나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부 변호사’로 기능한 측면이 있다. 외부에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는 검사를 정부기관에서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일사불란한 지휘체계에 익숙하고 업무 처리·보고·기획 능력이 남다른 검사는 다른 외부기관에서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통계에 따르면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39명, 지방자치단체 5명, 해외 파견 11명, 한국거래소 등 기타 기관 7명 등 무려 62명의 검사가 파견되었다. 일선 검찰청에서 수사에 투입할 검사 수도 부족한 마당에 행정공무원보다 직급이 높은 검사를 법무부와 외부 기관에 파견해 낮은 직위를 맡기는 것은 불합리하고 예산 낭비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도 논란이 심하다. 최근에도 검사들이 사직한 후 바로 민정·공직기강비서관과 민정수석실 행정관에 임명된 바 있다. 검찰청법 제44조의 2가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 신분으로는 민정수석실에 파견될 수 없자 궁여지책으로 사직한 뒤 근무하게 하고 신규임용 형식으로 검찰에 복귀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법률전문가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답변하면서 그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형식은 ‘준법파견’이지만 실질은 ‘편법파견’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취지에 반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인 2012년 12월 2일, 검찰개혁 방안으로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고, 법무부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호사 또는 공무원이 근무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잘 이행되지 않고 있다. 공약을 지키려면 일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인재풀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대책과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선거공약 파기라고 비난만 할 일이 아니라, 이제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검사 사직 후 2~3년 내에는 청와대에 가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안도 발의 중이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로스쿨 도입 후 2012년부터 변호사가 대거 배출되고 있다. 법조계에는 전문 인력이 넘쳐난다. 앞으로는 젊은 변호사 중에서 검사 아닌 법무행정공무원을 많이 뽑아 그들이 법무·검찰·사정 전문 공무원으로 성장하게 해야 한다.

검사의 검찰청 외의 다른 기관 파견을 서서히 줄이면서 전문행정인력이 갖춰진 후에는 검사는 검찰청에서 고유의 수사업무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 검사의 법무부 파견을 줄이기 위해서는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을 대검찰청으로 이관하고, 법무부는 고유의 법무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황정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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