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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국 필요 따라 금리 조절 … 각국 경제 스스로 지켜야”

사공일 본사 고문(왼쪽)과 그레고리 맨큐 교수가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연구실에서 세계 경제의 현안에 대해 대담을 했다. 안정규 JTBC 기자
[불평등 해법]

[중앙SUNDAY 창간 8주년 기획] 맨큐와 사공일, 세계 경제를 논하다

▶사공=불평등에 대해 얘기해 보자. 미국 내 소득 불평등은 늘어나고 있고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편이다. 지난 40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맨큐=그렇다. 미국의 불평등 문제는 1970년대 중반부터 심해져 1980~2000년 사이에 가장 심화됐다. 40년 전부터 생긴 오래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회구조 자체를 해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본다. 민주주의는 구성원 사이에 어느 정도 평등적인 측면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문제는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점이고 이를 위해 무엇이 불평등을 초래하는지 알아봐야 한다. 이 점에서 토마 피케티의 책은 최고의 진단을 내렸다고 할 수 없다. 최고의 진단은 내 하버드 동료인 클라우디아 골딘과 래리 캐츠가 쓴 책 『교육과 기술의 경쟁(The 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에 나와 있다. 불평등은 기본적으로 기술의 발전과 관련 있다. 숙련 노동자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앞서 나갈 수 있는 반면 비숙련 노동자는 새로운 기술 앞에서 쓸모없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이런 진단을 신봉한다면 해답은 교육밖에 없다.

▶사공=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세계화(globalization)도 불평등 증가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세계화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어쨌든 교육을 강화하자는 건 장기적인 해결책이다.

▶맨큐=맞는 얘기다. 하지만 난 불평등 해소에 단기적인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태가 되는 데 40년이 걸렸는데 이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는 없다. 적어도 한 세대 정도의 시간은 걸릴 것이다.

▶사공=그래도 단기적으로 조세제도나 복지제도를 개선하는 방법이 있지 않나.

▶맨큐=그런 건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이미 드러난 증상을 치료할 뿐이다.

▶사공=세계적인 자산가 워런 버핏은 자기 비서의 납세 비율이 자신보다 높다고 말하고 있지 않나.

▶맨큐=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버핏의 세금명세서를 분석해 봤으면 좋겠다. 미국의 조세제도는 누진제다. 부자일수록 세금을 적게 낸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사공=버핏은 자신의 세율이 17%, 비서는 36%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맨큐=그 숫자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으로 돈을 벌면서 그렇게 말해서야 되겠는가. 기업들이 자기 대신 법인세를 내준다는 생각은 왜 안 하나. 버핏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틀렸다. 미국 의회예산처(CBO)에서 펴낸 공식 자료를 보면 미국의 세제가 누진제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사공=미국에선 지방세로 교육을 지원한다. 따라서 부자 동네에서 태어나면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기회의 불평등이 생길 수 있다.

▶맨큐=교육 시스템에서 불평등의 해법을 찾는 건 바른 생각이다. 하지만 재정적 측면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도시 빈민 지역의 학교가 교외 지역의 학교보다 낙후된 이유는 재정적인 이유보다 그곳의 학생들이 마약ㆍ실업ㆍ결손가정 같은 문제가 많은 가정 출신이기 때문이다. 즉 도시 빈민 지역의 학교들은 이런 사회 병리학적인 이유 때문에 뒤처진 것이다. 물론 추가적인 예산 지원은 단기적으론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항상 교육예산을 늘리겠다는 후보에게 투표한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냥 돈만 던져 주는 방식으로는 미국의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공=현재 디플레이션은 또 다른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스위스·스웨덴·영국 등 유럽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앞다퉈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에서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맨큐=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크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여러 노동시장 지표를 보면 노동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고 이것은 임금이 조만간 오를 것이라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디플레이션은 심각한 일이고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에서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미국 경제는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까워지면서 향후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해 연방준비제도(Fed)가 목표로 하는 2%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 연준은 일을 잘하고 있다. 특히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지난 10년간 영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자칫 재앙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던 미국 경제를 살려냈다.

▶사공=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를 위해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맨큐=그렇다.

▶사공=여기 오기 전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도 대담을 나눴다. 당신도 잘 알다시피 그는 인플레이션 조짐이 완연할 때까지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 조짐이 확연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실기할 수도 있다고 한다. 당신은 조만간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나.

▶맨큐=서머스 전 장관을 존경한다. 내가 학생 때 지도교수였다. 하지만 이 사안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한다(웃음). 인플레 조짐이 완연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다. 금리 인상이 실제 효과를 낼 때까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고 그 사이에 여러 변수도 나타날 수 있다. 노동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금리 인상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금리를 많이 올리진 않겠지만 더 오래 제로 금리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 금리를 조금 인상함으로써 시장에 금리의 향방을 알려 주는 것도 중요하다.

▶사공=좀 더 구체적으로 현재 여건 속에서 당신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라면 지금 당장 금리를 올리겠나.

▶맨큐=지금이냐, 6개월 뒤냐 하는 것보다 올해 안에는 반드시 올린다고 하겠다.

▶사공=전 세계가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것이 세계 자본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고,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에는 자본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본다.

▶맨큐=그렇다. 하지만 연준은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에 따라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릴 것이다. 연준의 의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고용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것이 얼마나 미국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만 고려하게 될 것이다. 다른 나라는 스스로 자국 경제를 지켜야 한다.

▶사공=물론 맞는 말이다. 미국 연준은 미국 자체 경제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런 문제를 국제 경제 협력을 통해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주요 20개국(G20) 차원의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정리=박성우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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