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지방 주택시장? 마이 묵었다 아이가”

지난 설 오래간만에 고향인 지방에서 친구들과 모인 자리. 자녀 교육·건강 등의 소재에 이어 집값이 자연스레 안주로 올라왔다. 지난해 이후 집값이 상승하고 거래가 크게 늘었다며 서울 녀석들이 너스레를 떨었다. 집이 있는 사람은 2008년 금융위기 가격이 많이 떨어져 속을 끓였는데 요즘 다소 회복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치솟는 전셋값에 대한 푸념도 쏟아졌다.

외지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얘기를 미소를 머금고 묵묵히 듣고 있던 지방 친구가 한 마디 던졌다. “너그들 집값이 떨어지는 동안 여기는 겁나게 올랐다 아이가.”

지방 집값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고 있다. 서울·수도권 주택보급률이 95.4%이던 2008년 말 이미 지방은 100%를 넘어섰다. 인구가 줄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방 5개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아파트의 연간 가격 변동률이 2008년 이후 8년째 ‘플러스’ 행진이다. 월별로는 2009년 5월부터 이달까지 70개월째 연속 상승세다. 한 해에 최고 30%까지 급등했던 2000년대 초·중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도 엄두를 내지 못한 기록이다.

‘서울·수도권→지방’ 집값 공식 깨져
2000년대 초·중반 전국적 주택시장 호황기의 공식이 깨졌다. 당시 집값 상승세는 서울 강남→강북→수도권→지방으로 확산됐다. 윗목에서 아랫목으로 온기가 번지듯 말이다. 정부 규제 등으로 서울·수도권 열기가 식으면 뒤이어 지방 시장도 가라앉았다.

하지만 맞물려 돌아가던 서울·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따로 떨어져 나갔다. 나란히 서서 같은 방향을 보던 서울·수도권과 지방이 거울처럼 서로 마주본다.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 동안 지방 집값은 안팎에서 힘을 받아 날개를 폈다. 2000년대 중반 주택시장 열기가 지방으로 옮겨가자 지방에 새 아파트 공급이 쏟아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연간 5만~6만 가구선이던 5개 광역시의 입주물량이 2005~2008년 7만 가구를 넘어 최고 9만 가구에 가까웠다. 공급 폭탄을 맞아 지방 시장이 빠르게 가라앉으면서 지방으로 몰린 주택건설업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2002~2006년 연평균 7만8000가구 가량이던 5개 광역시의 분양물량이 2008년부터는 3만~4만 가구로 반 토막났다.

아파트 분양에서 입주까지는 2년 반 정도 걸리고 분양보다 실제로 집이 들어서는 입주가 공급효과를 나타낸다. 2009년부터 입주물량이 4만~5만 가구로 뚝 떨어지면서 공급 부족이 집값을 밀어올렸다. 금융위기 전까지 분양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서울·수도권의 입주물량은 2010년까지 급증했다.

주택시장을 달구는 주요 땔감이 대규모 지역개발이다. 개발은 막대한 보상금을 풀고 지역발전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2000년대 초·중반 서울·수도권에선 신도시 조성이 붐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개발이 중단된 서울·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서울·수도권의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혁신도시가 개발됐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개발에 10조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투입됐다. 서울·수도권 2기 신도시 사업비의 10분의 1 정도이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경제에선 적지 않은 돈이다. 인구 감소 걱정이 많은 지방으로 3만9000여 명의 이전기관 직원이 내려간다. 더딘 서울·수도권과 달리 정부는 일찌감치 2008년부터 지방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섰다. 주택 관련 세금을 깎았다. 청약자격을 완화(1순위 6개월)하고 전매제한을 없앴다. 경제력이 약한 지방은 서울·수도권보다 외부 경제환경의 영향을 덜 받아 금융위기 쇼크가 덜했다. 지방 인구가 준다지만 주택 수요를 형성하는 가구수가 늘었다. 2009~2013년 8년간 서울·수도권과 마찬가지로 10% 증가했다.

지방 가구 절반이 주택 구입
혼자 상승세 장기 레이스를 달리다 지치던 지방 집값이 지난해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서울·수도권을 동반자로 만나 힘이 솟고 있다. 비수기로 꼽히는 1~2월 상승률이 벌써 0.71%(서울·수도권 0.39%)로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마냥 기분 좋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 힘이 많이 빠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분양된 아파트들의 입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난다. 혁신도시 개발도 마무리 단계다. 수요도 많이 닳았다. 2009~2014년 지방 5개 광역시에서 두 가구 중 한 가구 꼴로 집이나 분양권을 사고 새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주택보유율이 50%대인 점을 감안하면 집 있는 사람 대부분 다시 집을 구입한 셈이다. 이 기간 서울·수도권에선 10가구 중 세 가구만 그랬다.

앞으로 펼쳐질 지방 주택시장 레이스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 뒤에도 달리는 ‘관성의 법칙’일 수 있다. 거품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의 대사 한 대목이 떠오른다. “마이 묵었다 아이가.”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