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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째 가족경영 … 미켈레 회장 작고 후 지분 매각설 ‘솔솔’

지난달 1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최고급 슈퍼마켓 체인점 아즈부카 브쿠사에 ‘페레로 로쉐’가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미켈레 페레로
1964년 영국의 작가 로알드 달이 발표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출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동화책이다. 가난한 소년 찰리 버킷은 생일 선물로 받은 초콜릿에서 윌리 웡카 공장장이 보낸 황금빛 초대장을 발견하게 된다.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은 맛있고 기상천외한 초콜릿을 만들기로 유명하지만 외부인에게는 전혀 공개되지 않은 비밀스러운 곳이었다.

초콜릿 명가 이탈리아 페레로 그룹의 미래는

지난달 14일(현지시간) 89세를 일기로 숨진 세계 3위 제과업체인 페레로 그룹의 오너 미켈레 페레로 회장은 ‘현실 속 윌리 웡카’로 유명했다. 외부인의 공장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왔기 때문이다. 2011년 단 한 차례 네 명의 기자에게 이탈리아 알바 공장을 공개한 것이 유일하다. 미켈레 회장은 보안을 위해 공장의 생산 설비도 회사 내에서 직접 만들도록 했다. 영국 가디언은 2010년 페레로 그룹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페레로의 엄격한 보안 체계는 마치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철통 보안을 지키기 위해 미켈레 회장이 선택한 또 다른 방법은 가족경영이다. 부모가 운영하던 제과공장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낸 미켈레 회장은 생전에 경영권을 아들에게 넘겼다. 3대를 잇는 가족경영을 통해 페레로 그룹은 69년간 제품의 비밀 제조법을 지켜올 수 있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장인정신이 계승된다는 점이 가족기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좋은 제품만 만들겠다는 장인 정신이 페레로의 경쟁력이 됐다”고 설명한다.

1942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알바에 문을 연 페레로 가문의 제과점. [사진 페레로그룹]
전세계 20개 공장에 2만4000명 종업원
페레로 그룹이 최근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른건 이 회사가 가족 경영 방침을 깨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서다. 페레로 그룹의 역사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알바에서 시작됐다. 제과점을 운영하던 피에트로 페레로 부부는 헤이즐넛을 섞은 초콜릿 잼 ‘누텔라’를 개발했고 1946년 회사를 차려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부친의 사망으로 가업을 물려받은 미켈레 페레로는 1956년 독일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 공장을 지었다. 현재 페레로 그룹은 전 세계 20개 공장에서 2만4000여 명의 종업원이 일하는 유럽 최대 제과업체로 성장했다.

페레로 그룹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내놓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주기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다른 업체와 달리 제품 개발에 충분한 시간을 쏟는다. ‘누텔라’ ‘페레로 로쉐’ ‘킨더 에그’ 등 페레로 그룹의 대표작들은 경쟁사 제품에 비해 수명이 길다. 시간이 갈수록 고객층이 두터워진다는 특징도 있다. 이들 제품의 비밀스런 제조 기법은 오직 가족들만 공유하고 있다. 페레로 그룹은 판매 목표량도 세우지 않는다. 경영에 간섭하는 외부인이 없기 때문에 매출에 대한 압박도 없다. 항상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시장의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고 팔리는 만큼만 공급을 늘린다. 덕분에 재고에 따른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미켈레 회장의 철저한 가족 경영 철학 때문에 페레로 그룹은 매각뿐 아니라 다른 기업 인수에도 부정적이었다. 2009년 장남 피에트로(2011년 심장마비로 숨짐)와 차남 조반니가 영국 캐드버리 인수전에 참여하려 했을 때도 미켈레 회장이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매각이냐 규모 확장이냐
이랬던 페레로 그룹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건 미켈레 회장의 사망 때문이다. 워렌 애커만 소시에테 제네랄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16일 “페레로 그룹이 외국 기업들과의 인수합병을 고려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페레로가 매각 의사를 밝힐 경우 네슬레가 비공식적으로 인수를 제의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네슬레가 페레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은 2013년부터 불거졌다. 당시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불리카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슬레가 페레로 그룹에 인수제의를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네슬레는 지난해 104억 6600만달러(약 11조 497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제과업계 순위 4위를 기록했다.

만약 네슬레가 페레로 그룹을 인수할 경우 매출 184억 8000만달러(약 20조 3021억원)인 마즈를 근소한 차로 제치고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규모가 큰 업체는 원자재 시장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초콜릿 원료로 사용되는 카카오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수요 증가로 해마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05년 t당 1500달러 수준이었던 카카오 가격은 10년 만에 3000달러로 두 배가 됐다. 2020년에는 카카오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네슬레가 페레로 그룹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탈리아 언론도 페레로 그룹 매각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경제지 일 솔레 24 오레는 지난달 17일 “미켈레 회장의 아들인 조반니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의 매각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레로 그룹은 매각설에 대해 일단 펄쩍 뛰었다. 조반니 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페레로 그룹은 가족기업으로 태어났고 그 기조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며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도 매물로 나올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레로 그룹이 오히려 규모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16일 페레로 그룹 내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조반니 CEO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회사 규모를 더 키우려 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그 뜻을 미뤄왔다”며 “페레로 그룹이 조만간 경쟁사 인수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대를 이어온 가족기업의 역사가 변곡점을 맞게 될지, 온 세계가 페레로 그룹을 주시하고 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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