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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인생아, 웃어다오

‘2015년에는 부디 초라하게 살지 말자. 쉬운 길만 찾아가지도 말고, 축 쳐진 어깨로 터덜터덜 내려가지도 말자. 사소한 일에 매달려 쪼잔하게 화내는 모습, 오직 일신의 안위만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 이런 삶은 너무나 초라하지 않은가. 매일매일 몸부림치며 도전하지 않아도 좋다. 씩씩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리라.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생생하게 한번 살아보자. 아직은 더 멀리 갈 수 있지 않은가.’

새해를 시작하며 1월에 쓴 원고 마지막 부분이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다시 뭔가를 시작하리라 다짐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이다. 새해는커녕 어느새 헌 해가 돼버린 느낌이다. 지난 한달 동안 내게 엄청난 일이 많았던 탓이다.

가장 큰 사건은 아침 생방송 준비 중 갑자기 담당 PD가 쓰러진 일이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생을 달리했다. 오프닝 멘트가 끝나자 세상을 떴다는 문자가 왔다. 반쯤 넋이 빠진 상태로 방송을 했다. 뭐라고 말을 했는지도 모른 채 비 맞은 중처럼 힘없이 중얼거렸던 것 같다. 아침마다 생방송을 해가면서 입관염불에 발인염불, 노제까지 지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함께 일하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게 괴로워 출가자로서 마땅히 고인을 위해 해야 할 일들조차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소심한 책임감에 체력이 견디질 못했는지 이후 한참 동안 감기 몸살을 끙끙 앓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거처를 옮기는 일로 분주했다. 마음이 힘들어서 몸이 아픈 건지 몸이 아파서 마음이 힘든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여러모로 편치 않았다. 세상살이가 문득 고달프다는 생각에 홀로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기운 차려 보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보았다. 부디 마음만큼은 초라하게 살지 말자고. 그렇게 막 마음을 다잡았는데, 이번엔 생전 얼굴 한번 본적 없는 먼 친척이 나를 넘어뜨렸다. 은행에 빚을 진 채 홀로 죽어서 남은 친족들에게 빚을 갚으라는 연락이 왔는데, 그 명단 끝에 내가 올라있다. ‘허 참!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네.’ 남들은 평생 한번 겪을까 말까한 일을 한 달 새 연이어 겪고 보니 실없이 웃음만 난다.

넘어졌을 때 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프긴 하지만 웃는 사람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지만 그냥 쑥스러운 듯, 별일 없었다는 듯 서글서글 웃는다. 안 아프냐고 물으면 “무지 아파~”라고 말하면서도 입가에 웃음만큼은 지우지 않는다. 나도 그러련다. 그럼 내 인생도 환하게 화답해 주리라 믿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닌 줄 안다. 긍정의 마인드만으로 밝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 또한 아닐 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웃음’이 있어 우리 인생이 좀 더 살만한 것 아니겠는가.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많이 웃고 즐거워하는 시간 속에 우리의 아픔도 조금씩 묻힐 테니 말이다.

내가 걱정되었는지 한 보살님이 위로한답시고 자기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찍어 보냈다. 사진을 보며 한참 동안 웃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매일 보는 빡빡 깎은 나의 민머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슬픔이 맺혔지만, 얼핏 보면 정말 웃긴 헤어스타일인 것처럼 미소가 배어 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우리들의 인생아, 웃어다오.



원영 조계종에서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아사리. 불교 계율을 현대사회와 접목시키고 있다. 현재 BBS 불교방송 ‘아침풍경’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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