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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디즈니가 신데렐라를 그리는 법

신데렐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한 이야기를 실사영화로 만들며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가장 많이 되뇐 고민은 ‘원작을 그대로 따를 것인가, 비틀 것인가’였다. 이 영화가 내놓은 답은 이렇다. 원작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따르되, 등장인물을 보다 공감가게, 인간적으로 그릴 것. 과연 현명한 선택이다.


‘신데렐라’는 유럽에 떠돌던 민간 설화다. 그것을 채집한 시기와 지역, 인물에 따라 1634년 잠바티스타 바실레(이탈리아)의 ‘체네렌톨라(Cenerentola)’, 1697년 샤를 페로(프랑스)의 ‘상드리옹(Cendrillon)’, 1812년 그림형제(독일)의 ‘아셴푸틀(Aschenputtel)’, 총 세 버전이 전해진다. 이중 가장 유명한 것이 상드리옹이다. 요정 대모가 신데렐라에게 호박 마차와 유리 구두를 만들어주는 이야기 말이다. 디즈니가 1950년에 발표한 애니메이션 ‘신데렐라’ 역시 이것을 원작으로 했다. 이번에 개봉하는 ‘신데렐라’는 이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이 영화는 요정 대모(헬레나 본햄 카터)의 내레이션과 함께 엘라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러나 엄마(해일리 앳웰 )가 죽고, 두 딸 (홀리데이 그레인저, 소피 맥쉐라)을 둔 새엄마(케이트 블란쳇)와 재혼한 아버지(벤 채플린)마저 병으로 세상을 뜨면서 엘라의 불행이 시작된다. 새엄마와 의붓언니들은 엘라를 재투성이란 뜻의 ‘신데렐라’라 부르며 그를 하녀처럼 부린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신데렐라는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는 연약한 소녀가 아니다. “항상 친절하고 용기를 가지렴.” 신데렐라는 친엄마의 유언을 가슴 깊이 새기고,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그 강인한 의지야말로 신데렐라가 요정 대모를 만나고, 왕자와 사랑에 빠지고, 유리 구두를 다시 신는 행운을 거머쥔 이유라고 영화는 설명한다. 바로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다. “신데렐라를 구원하는 것은 요정 대모와 마법, 왕자가 아니라 그 자신의 자질이다.” 브래너 감독의 말이다.

그런 신데렐라와 사랑에 빠지는 왕자 역시 아름다운 마음을 지녔다. 그는 자신의 배필을 뽑는 무도회에 모든 나라의 미혼 여성을 초대한다. 신분에 관계없이 말이다. 왕(데렉 제코비)과 대공(大公, 스텔란 스카스가드)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신데렐라와 왕자가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 드는 새엄마 역시 뼛속까지 시커먼 악인은 아니다. 극 후반, 신데렐라가 새엄마에게 자신에게 왜 이렇게 모질게 구느냐고 맞선다. 그때 새엄마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남편을 모두 잃고 가난 속에서 딸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이 결코 순탄치 않았음을 슬쩍 내비친다. 새엄마가 어떤 인물인지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극 중 새엄마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은 새엄마가 신데렐라를 미워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처음에 그는 남편이 딸 엘라를 무척 사랑한다는 사실에 질투를 느낀다. 남편이 죽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그 질투가 점점 커진다. 그는 신데렐라처럼 따뜻하고도 강인한 마음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 `신데렐라` 스틸컷 영화사 제공]


그리고 이제 우리 모두가 기대하는 장면, 우여곡절 끝에 신데렐라가 유리 구두를 다시 신고 왕자와 재회하는 마법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이 영화의 최종 목적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아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풍성한 실사 영상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거기에 ‘친절함이 승리한다’는 주제를 충실히 새기고, 신데렐라와 왕자, 새엄마에게 그럴듯한 성격을 부여해 동화의 속살을 채운다.

최근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특히 ‘겨울왕국’(2013,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이 왕자에게 구원받는 공주 이야기의 관습을 재치 넘치게 비튼 것과 퍽 대조적인 전략이다. 이에 대해서는 케이트 블란쳇의 이야기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햄릿』의 이야기를 다 아는데도 몇 번이고 그 연극을 보러 간다. 왜냐하면 정말 잘 연출한 연극을 보면, ‘이번에는 햄릿이 클라우디우스를 죽일지 몰라’ 하며 손에 땀을 쥐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도 그런 느낌을 받을 거다.” ‘신데렐라’는 디즈니가 기존에 ‘월트 디즈니 클래식’ 시리즈로 발표해온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만드는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다. 내년에 개봉하는 ‘정글북’(존 파브로 감독)과 ‘미녀와 야수’(빌 콘돈 감독)가 그 뒤를 잇는다. 그런 점에서 본래 이야기를 충실히 따르되 캐릭터의 빈틈을 메운 ‘신데렐라’의 전략은 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짐작케 한다.

디즈니는 ‘신데렐라’ 앞에 단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열기’(원제 Frozen Fever,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를 선보인다. 동화 본연의 매력을 내세운 실사영화 ‘신데렐라’와 동화를 비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열기’를 한자리에서 보는 일은 디즈니의 다양한 전략을 한눈에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글=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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