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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세상] 나도 기자다

전국 놀이터 1700곳 이용 금지

아이들 쉼터 턱없이 부족해




누구에게나 휴식은 필요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아이들의 휴식 공간인 놀이터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용 금지’ 팻말이 붙은 미끄럼틀과 녹이 슬고 기울어진 시소의 손잡이. [전성민(수원 산남중 1) 학생기자]


아이들의 쉼터가 줄어드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 하나가 2008년 1월 실시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다. 이에 따라 전국의 어린이 놀이터는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전문 기관의 설치검사를 받아야 하며, 검사를 받지 않거나 불합격하면 폐쇄하게 됐다. 전국 놀이터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정비가 지시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비용 문제 등의 이유로 진척이 없었고, 유예기간(법률이 일정한 사항에 대해 일정한 시간을 미뤄 두는 기간)이 3년 연장됐다.



하지만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안전문제가 부각되면서 유예기간이 추가로 연장 되지 않았다. 올해 1월 26일까지 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전국 놀이터 약 1700곳의 이용이 금지됐다. 놀이터를 다시 운영하려면 1곳당 수천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소규모 아파트 단지일 경우엔 만만치 않은 비용 문제로 입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지고, 결국 폐쇄에 이르는 놀이터가 늘고 있다.



실제 우리 집 주변에는 폐쇄 예정 놀이터가 10곳 정도 있다. 그 중 경기도 수원 팔달구 지동에 있는 미나리 쉼터 어린이 공원에 있는 놀이터를 취재해봤다. 예상과는 달리, 놀이터에는 많은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놀이터 한 쪽에 붙어 있는 ‘이용 금지’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대로라면 출입하지 못하는 곳이다. 빨간색 비닐 테이프로 놀이터 사방을 둘러 출입하지 못하게끔 표시도 돼 있었지만, 아이들은 이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미끄럼틀 위를 넘나들며 놀고 있었다.



놀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시설의 파손 정도가 눈에 띌 정도였기 때문이다. 나무로 된 시소와 구름다리는 군데군데 썩어 사라진 부분이 많았고, 발이 쑥 들어갈 정도로 심하게 파인 곳도 있었다. 파손된 의자와 갈라져서 걸려 넘어질 위험이 있는 바닥, 지저분하게 낙서가 된 부분도 여럿 보였다.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흉물스러움을 더하는 기둥도 문제였다. 벗겨진 조각에 다칠 위험도 존재했다. 한눈에 봐도 놀이터는 낡아 보였다.



그렇다고 놀이터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학부모들은 놀이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나온 한 학부모는 “놀이터가 폐쇄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낡은 놀이터라도 있어서 아이들이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놀이터가 폐쇄된 후 아이가 놀만한 곳이 없어져 집에서만 있는다는 이유다. 물론 요즘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아지면서 놀이터에 가지 않는 아이들도 많다. 그렇다고 TV나 컴퓨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집에서만 지내면 신체적인 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아이의 건강이 나빠질 염려도 있다. 놀이터의 폐쇄는 아이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공원에 설치한 놀이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보수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아이들의 쉼터가 없어지고 있다. 폐쇄가 되기 전에 미리 놀이터에 대한 검사·보수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이들을 위한 더 좋은 환경과 그곳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면 좋겠다.



이재서(수원 천천중 3) 학생기자





놀이터 시설 유아용으로 교체

초등 고학년 갈 곳 없어




최근 아파트 주변에 빨간 테이프로 아이들의 이용을 막고 있는 놀이터가 여러 군데 보인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시설들은 나무와 쇠못을 사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나무 판이나 기둥이 부서지거나 쇠못이 튀어나와 있는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플라스틱 재질의 놀이 시설로 바뀐 놀이터.


서울시 강북구 삼각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놀이터가 13곳이나 있지만 최근까지 모두 사용이 금지된 상태였다. 오랜 시간 동안 이용되며 파손된 시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놀이터는 학교나 학원 일과를 마친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놀던 장소였지만 한동안은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아이들은 길가에서 놀게 됐다. 마땅히 놀 곳이 없어서다.



들어갈 수 없는 놀이터 대신 다른 놀 곳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대안으로 아파트의 광장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놀기에는 조금 좁았다. 위험한 도로에서 안전장비도 없이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아예 다른 동네 놀이터를 찾아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놀이터 주변에 거주하는 김유빈(서울 삼각산초 6) 학생은 “놀이터가 폐쇄되면서 돈을 주고 이용할 수 있는 실내 놀이터를 찾아갔다”며 “놀고 싶을 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아파트 단지는 최근 13곳의 놀이터를 모두 새롭게 바꿨다. 1월 중순에 공사를 시작해 2월에 마무리됐다. 나무와 쇠못으로 조립됐던 놀이터 시설물은 공사 이후 플라스틱 재질로 교체됐고, 지금은 안전한 놀이터로 거듭났다. 하지만 비용 부담 때문인지 대부분 ‘유아용 놀이터’ 정도 규모로 축소된 느낌도 있다. 공사 전보다 놀 수 있는 시설의 종류가 줄어들어 초등학교 고학년이 이용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놀이터가 안전하게 변한 것은 좋지만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다. 나를 포함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은 놀이터에 가는 대신 근처 배드민턴장 공터에서 카드게임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이재서(수원 천천중 3) 학생기자

글·사진=김진서(서울 삼각산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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