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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의 학창시절] 인터넷에 돌고 있는 '공부=망함' 공식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 돌고 있는 '공부=망함' 공식입니다.

보면 볼수록 흠잡을 데 없는 연립일차방정식 풀이입니다. 일단 '공부=안 망함, 안 공부=망함'이라는 전제 자체부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네요. 늘상 듣던 얘기니까요. 그런데 이 두 식을 연립해 새로운 등식을 만들고 공통항을 추려낸 뒤, 나눠버리니 '공부=망함'이란 당황스러운 등식이 탄생했습니다. "이런 데 머리 쓸 시간에 공부 한 자라도 더 하라"고 혀를 끌끌 차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그런데 바로 이 지적이 '공부=망함' 등식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등식이 성립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획일성'이 아닐까 합니다.

왼쪽 항을 '공부'와 '안 공부'로 나눈 건, 이 공식을 만든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공부는 '한다'와 '안 한다'라는 행위로만 정의돼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공부를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공부를 할 때 즐거운지 등은 '쓸데없는 것'으로 배제하고, 깔끔하게 '한다'와 '안 한다'는 행위 조건으로만 공식을 만든 거죠. 평소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공부 해"라는 문장도 이 공식을 만드는 데 한몫 했을 겁니다. "공부 하는 게 재미있니?" "공부가 왜 중요할까" "공부가 대체 뭘까'라는 질문은 '금기'라고 생각하는 건지, 어른들의 입에선 "닥치고 공부해"라는 말만 쏟아져 나옵니다.

공부가 이런 식의 고민 없는 행위라면 '공부=망함'이 필연적으로 성립하게 됩니다. 나침반 없는 배가 반드시 표류하게 되는 것처럼요. 그러니 '공부=망함'의 등식을 깨뜨리려면, 공부에 대한 정의를 다양하게 만드는 게 방법일 것 같습니다. 단순히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 저마다 치열한 고민을 거쳐 다른 의미로 정의내린 공부라면 저런 획일적인 공식으로 '망함'이라 도식화할 수 없겠죠.

영화 'The Giver'에는 "지금의 끔찍한 고통도 아름다운 기억이 이기게 해준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닥치고 공부'만 하다보면 공부에 어떤 추억도 쌓을 수 없겠죠. 아이들에게 '공부가 왜 하기 싫은지' '공부 말고 뭘 하고 싶은지' '나에게 공부란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할 시간을 준다면 그 자체로 공부와 나만의 추억을 하나씩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강남통신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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