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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메이크업 안 좋아… 립스틱만 바르는 것도 별로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피터 필립스는 하루 1분이라도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메이크업의 즐거움이요, 나를 위한 사치라고 말했다.


벨기에 출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피터 필립스(47). 한국 대중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그의 별명은 지난 몇 년 동안 ‘샤넬의 총아(寵兒·golden boy)’였다.
2008~2013년 브랜드 ‘샤넬’ 화장품에서 창조 분야를 총괄하며 세계 화장품 업계를 쥐락펴락했대서 붙은 이름이다. 2013년 2월 “부모님 등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던 그가 1년여 침묵을 깨고 복귀했다. 지난해 4월,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디올’의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이미지 디렉터’로 돌아왔다.

4월 초 한국에 선보일 새 제품을 소개하러 방한한 그를 week&이 만났다.

필립스는 “동생 결혼식인데도 회사 일이 너무 바빠 갈 수 없었다. 이런 생활에 염증이 조금 생겼고, 또 부모님이 더 늙기 전에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 직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만둘 때) ‘난 지금 45세다. 처음 시작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자’고 생각했다. 회사 소속으로 있으면서도 (프리랜서로 돌아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던 것이다. 새로운 인생,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날 때가 됐다고 여겼다. 두렵지 않았느냐고? 잃을 게 많은지, 적은지 등 자신의 현실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난 모험이 두렵지 않았다.”

필립스는 벨기에의 유명 예술 학교인 앤트워프 아카데미데보자르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1993년 졸업했다. 다른 사람 얼굴을 화장으로 변신시키는데 흥미를 느끼던 그는 “재밌어 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섰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사진가와 작업을 하며 상식을 깨는 화장법을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냈다. 샤넬 화장품 창조 부문 총괄로 7년 남짓을 보낸 그는 2013년 3월부터 프리랜서로 일했다. ‘디올’의 남성복 분야 총괄 디자이너인 라프 시몬스의 패션쇼 준비를 돕다가 디올과 인연을 맺었다.

“시몬스의 추천으로 영입 제안을 받았다. 프리 선언을 한지 얼마 안 돼서 수락할지 거절할지 고민이 많았다. 한데 희한하게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작업이 그리웠다. 변덕 때문인지(하하). 출장 길에 공항에 있는 디올 화장품 매장에서 자연스레 판매대에 있는 상품을 다시 진열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새로운 모험이 시작됐고 이제 10개월이 지났다.”


필립스의 메이크업 용품들.


-요즘 메이크업 트렌드는.

“몇 년 전만 해도 ‘물광 피부’ ‘광채 피부’ 등이 대세였지만 요즘은 파운데이션으로 밑바탕 화장을 완벽하게 하고 하이라이터·셰이드 등을 곁들이는 방법으로 진화 중이다. 한마디로 ‘조화로운 피부’를 추구하고 있다. 전에는 과한 화장에 대한 공포심 같은 것도 있었지만 요즘 소비자는 눈·입술 화장 등을 잘 배워서 이런 두려움도 별로 없다. 요즘 여성들은 자기 자신의 얼굴에서 어떤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브랜드에서도 화장에 대해 잘 아는 여성들을 겨냥한 화장품을 많이 만든다.”


필립스가 새로 고안한 파스텔 색상 아이라인 스티커가 독특하다.


-여성에게 메이크업이란.

“여성의 특권이자 일상에서 얻는 하나의 선물이다. 메이크업 만한 ‘럭셔리(luxury)’도 드물다. 가끔 사람들이 ‘메이크업 팁을 달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기 어렵다. 자동차 살 땐 시운전해 본다. 신발은 신어보지 않나. 옷 살 땐 입고 거울에 비춰도 본다. 메이크업도 마찬가지다. 내 얼굴을 스스로 마주하며 대화하는 게 메이크업이다. 잘 맞는 신발을 골랐을 때의 편안함 같은 걸 메이크업 할 때, 화장품 고를 때도 찾아야 한다.”

-고급 화장품을 써서 화장해야 ‘럭셔리’인가.

“아니. 화장을 하는 행위 자체가 시간 투자를 전제하니 럭셔리라는 얘기다. 매우 저렴한 화장품을 쓴다 하더라도 온전히 나를 위해 투자하는 단 1분, 그것 자체가 럭셔리다. 그러니 제품이 뭐가 됐건 ‘나를 위한 시간 투자’가 소중한 것이다.”

-남성은 그런 사치를 못 누리는 건가.

“내가 곧 쉰 살이 된다. 내 세대 남자에게 화장은 낯선 것이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조차도. 한데 요즘 남성들이 차츰 화장하는 것에 도전하고 있다. 남성들이 몸을 가꾸고, 화장을 하는 것은 자신들의 남성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것이지, 화장으로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남성 화장에 대한 생각이 요즘 아예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메이크업 팁을 줄 수 없다’고 했지만, ‘화장할 때 이것만은 안 된다’고 할 것이 있다면.

“화장품을 너무 많이 바르거나, 너무 적게 바르는 건 좋지 않다. 과한 메이크업은 정말 별로다. 메이크업으로 내가 돋보여야 하는데, 메이크업 자체가 돋보이는 꼴이다. 반대로 부족한 메이크업도 금물이다. 귀찮다고 립스틱만 바른다면 소용이 없다. 그걸로만 예쁘게 보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권장 방법은.

“보편적으로 적용할 만한 팁은 줄 수 있다. 화장을 자주 하지 않는 여학생이라도 도구를 사용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눈썹을 집어 올리는 ‘뷰러’만 사용해도 눈을 좀 더 커보이게 만든다.”

브랜드 디올의 패션쇼 무대 뒤에서 모델에게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피터 필립스.
[사진=티보 드 생샤마(Thibault de Saint-Chamas)]


-한국산 화장품의 유행, ‘K뷰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BB 크림이라는 흥미로운 컨셉트의 원조가 한국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색조가 들어간 보습용 화장품 ‘틴티드 모이스처라이저’와 비슷한 것이다. 이런 대세적 흐름을 처음 만들어낸 곳이 한국인 셈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패션 디자이너 등 분야에 점점 더 많은 젊은이가 진출하고 있다. 선배로서 일러둘 말이 있다면.

“화려하게만 보이지만 힘든 일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내 스스로 젊은 시절부터 지킨 원칙이 있다. 돈을 받은 만큼, 의뢰한 상대에게 그만큼 가치 있는 결과물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할 때만 일을 맡는다. 그런 결과물이야말로 스스로가 뿌듯하며 10년, 15년 후 작업 목록에 떳떳하게 올릴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작업을 하면서 좋은 인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디올에 오게 된 것도, 결과적으로 라프 시몬스와 함께 일하며 오래 잘 알고 지낸 덕분이다. 그리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뒤에서 일하는 사람이란 걸 명심해라. 늘 카메라 뒤에서 작업하는 사람이다.”


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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