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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도 대졸 공채 ‘스펙’ 안 본다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 다닌다는 이유로 대기업에 쉽게 입사했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삼성·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이 ‘스펙(학벌·학점·어학 점수·자격증 등)’에서 프로그래밍 능력, 인턴십 경험 같은 직무 역량으로 신입사원 채용 기준을 바꾸고 있는 까닭이다.

 SK그룹은 올 상반기 대졸 공개 채용부터 ‘스펙 파괴’ 채용을 도입하기로 했다. 외국어 성적, 해외 연수, 수상 경험, 정보기술(IT) 활용능력 같은 각종 스펙 관련 항목을 공채에서 모두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입사지원서에 이를 쓰는 난을 없앴다. 심지어 증명사진도 제출하지 않도록 했다.

 조돈현 SK그룹 인재육성위원회 전무는 “새로운 채용 제도는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펙과 사진을 없앤 만큼 앞으로는 자기소개서가 가장 중요한 서류전형 항목”이라면서 “직무수행 능력은 면접·인턴십 등을 통해 검증하게 된다”고 말했다.

 SK에 앞서 현대자동차도 동아리·봉사활동 기재란을 공채 서류 전형에서 없애는 대신 실무 지표인 영어회화 평가를 강화하는 채용 개선안을 공개한 바 있다. 다만 SK는 해외 영업직이나 제약연구 같은 특정 직무 분야에선 업무 적합성 차원에서 외국어 성적이나 자격증을 제시하도록 했다.

 SK의 올 상반기 대졸 공채 인원(인턴 포함)은 500명 정도다. 주력 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악화로 인해 채용 규모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00명 줄였다. SK의 경우 이공계열 출신 신입사원 비중이 매년 70% 이상이다.

 채용 과정에서 스펙 비중을 줄이거나 없애는 건 현대차·SK뿐만이 아니다. 삼성도 올 하반기 공채부터는 입사 시험인 삼성직무적성평가(SSAT) 비중을 대폭 낮춘다. 특히 소프트웨어 직군은 SSAT를 치르지 않고 코딩·알고리즘 개발능력 같은 실기 시험으로 대체한다. LG전자도 프로그래밍 경연대회 입상자를 대상으로 서류 전형을 면제해 주고 있다. 포스코 역시 직무역량 평가에서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해 지원자의 학력·어학·학점 등 선입견을 줄 수 있는 정보를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들의 역량 선호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나타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국내 상장사 1700여 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기업 네 곳 가운데 세 곳(76.6%)이 “채용 절차에 직무 역량 테스트가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특히 직무 역량 평가를 도입한 기업이 대기업(95.9%), 중견기업(78.6%), 중소기업(69.7%) 순으로 집계돼 기업 규모가 클수록 직무에 초점을 맞춰 채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구직자 입장에선 대기업들의 ‘탈스펙’ 기조에 따라 채용 과정이 더 세밀하고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존에는 토익·토플 점수만으로도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면 이제는 직무 연관성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서류 전형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구직자가 가진 스펙의 종류나 학벌로 서류 전형 합격 여부를 가늠하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본인이 지원하는 분야와 관련된 경험을 얼마나 깊이 있게 쌓았고 어떤 역량을 축적했는지를 더욱 관심 있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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