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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도 한국서 출산" 리퍼트 덕담 중 25cm 과도에 피습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국대사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 도착한 건 5일 오전 7시33분쯤이었다. 그는 이날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관계 발전방향’이란 주제로 주최한 조찬 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세종홀을 찾았다. 예정시간보다 3분 정도 늦게 도착한 리퍼트 대사는 홀 제일 앞쪽에 있는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리퍼트 대사 오른쪽엔 통역이, 왼쪽엔 장윤석 민화협 상임의장(새누리당 의원),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등 10명이 앉아 있었다. 리퍼트 대사는 의자에 앉은뒤 “첫아들을 한국에서 낳았는데 둘째 아이도 한국에서 낳고 싶다”고 말하는 등 참석자들과 덕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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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오른쪽 뒤로 10m가량 떨어진 6번 테이블에 앉아 있던 50대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마당 통일문화연구소’ 대표 김기종(55)씨였다. 앞서 김씨는 민화협에서 발송한 초청장을 제시한 뒤 행사 주최 측이 달아준 이름표를 달고 7시36분 홀 안에 진입했다. 입장 후 2분 만에 범행에 들어간 것이다.

김씨는 옆자리에 있던 노정선 연세대 명예교수의 서류 가방에 A4용지 크기의 유인물 10여 장을 구겨 넣었다. 유인물에는 ‘남북 대화 가로막는 전쟁훈련 중단해라! ’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어 김씨는 헤드테이블로 빠르게 걸어갔다. 당시 홀 안은 웨이터들이 죽과 식전빵 등을 나르는 등 혼잡한 분위기였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김씨를 발견한 리퍼트 대사는 죽을 뜨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리퍼트 대사 바로 뒤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종익 상생정치연구원장은 “아마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악수를 하려고 일어났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 순간 김씨는 상의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25㎝ 길이의 과도였다. 왼손으로 리퍼트 대사 목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들고 있던 과도를 대사의 얼굴 등을 향해 수차례 휘둘렀다.

 김씨 공격을 받고 쓰러진 리퍼트 대사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Help)”고 외쳤다. 김씨는 장윤석 상임의장과 뒤쪽 테이블에 있던 미 대사관 경호팀과 민화협 회원 등 참석자들에게 제압당했다. 김씨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유인물을 나눠주십시오! 지난 2일 (키리졸브)훈련에 반대하며 만든 것입니다”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오른쪽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 세종홀 부근에 있던 경찰은 외사수사관 등 2명뿐이었다.

 이후 리퍼트 대사는 피가 흐르는 얼굴을 손수건으로 감싼 채 행사장 밖으로 걸어갔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대사가 특수부대(네이비실) 장교 출신이어서 그런지 무척 침착했다”며 “스스로 상처를 감싸쥐고 일어나는 등 차분함을 잃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대사는 인근에 대기 중이던 순찰차를 타고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돼 1차 치료를 받은 뒤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는 오전 7시50분쯤 종로경찰서로 연행됐다. 경찰 조사에선 “남북 분위기를 가로막는 군사훈련 관련, 미 대사에게 항의하기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김씨 주머니에선 문구용 커터 칼도 나왔다. 그는 과도와 커터 칼을 집에서부터 챙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발목 치료를 위해 잠시 병원으로 이송된 김씨는 “왜 리퍼트 대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느냐”는 질문에 “그래야 미국놈들이 정신을 차리니까”라고 했다.

채승기·조혜경·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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