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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임금 올려야" 다음날, 경총은 "인상 최대한 자제를"

제롬 스톨 부회장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들에 사실상 ‘임금 인상’을 주문한 뒤 실제로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강연에서 “근로자 임금이 적정 수준으로 올라야 내수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일본과 미국에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슷한 주장이 나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 부총리의 발언이 나오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정치권도 환영 의사를 밝히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곧바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장 기업 측 입장에서 임금·노사 문제를 총괄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박병원)가 나섰다. 경총은 5일 내놓은 ‘2015년 임금조정 권고’를 통해 4000여 곳의 회원사에 “올해 임금을 올릴 경우 1.6% 범위 내에서 인상하라”고 권고했다. 경총은 ‘국민경제 생산성 증가율(2.9%)’에서 ‘정기 승급분(1.3%)’을 뺀 결과 이런 수치가 나왔다고 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임금 동결’을 권고한 경우 등을 빼고 이제껏 경총이 제시한 최소한의 상승폭이다. 임금 인상을 권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제안을 바로 다음날 거부한 모양새가 됐다.

 경총 관계자는 “최 부총리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며 “통상 임금과 60세 정년 의무화 같은 인건비 상승 요인과 실적 악화 같은 악재를 우려하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종합한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경총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 간 임금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며 “임금을 많이 주는 기업은 물론 성과가 좋은 기업도 임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경총이 밝힌 대로 최근 임금을 동결하면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대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저유가 탓에 적자의 늪에 빠진 정유업계가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 노조는 지난해 말 조합원들이 6년 만에 임금 동결을 가결했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도 임금 동결에 동참했다. 급기야 지난달 26일엔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의 동결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분의 1로 줄어든 25조원에 그쳤다. 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등 다른 계열사 역시 동결을 선언했다.

 하상호 경총 경제조사팀장은 “2009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같은 단기적 충격파가 있는 건 아니지만 기업들이 향후 전망을 어둡게 보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장에 나가 보면 통상임금 협상과 정년 연장(55→60세) 등에 압박을 느껴 노조를 설득해 임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기업이 많다”고 했다.

 이 같은 기업의 하나가 르노삼성차다. 제롬 스톨 르노그룹 부회장은 4일 스위스의 제네바 모터쇼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의 임금이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2013년까지만 해도 르노그룹의 공장 인건비는 ‘프랑스 > 한국 > 스페인 > 터키’ 순이었는데 1년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이다. 스톨 부회장은 “임금이 오르면 생산성 차이가 커지게 되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스톨 부회장의 발언이 최근 ‘통상임금’ 소송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도미노 임금 동결’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2월에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LG전자·CJ·현대차 등이 잇따라 임금을 동결했다. 다만 재계 관계자는 “당시엔 노·사·민·정의 대타협에 따라 노동계는 임금을 동결하고 기업들은 해고를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가 폭넓게 형성돼 있었다”고 했다.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실제로 임금을 올리는 기업도 있다. LG전자 노사는 삼성전자가 동결을 선언한 지난달 26일 임직원 임금을 4% 올리기로 합의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지만 미래 경쟁력을 위해선 인재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훈중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은 “기업마다 실적과 경영환경이 다르다”며 “일방적인 동결 논리보다는 회사 상황에 맞춰 노사가 임금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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