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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항명 때문이었을까 … 아프간전 훈장 준 국가, 뒤에선 나를 사찰했다

애국심은 내 삶의 원동력이었다. 충성심은 내 정신의 양식이었다.

 그렇다. ‘~이었다’. 지금은? 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군에 대한 충성심에 금이 갔다. 그런데 결국 붕괴의 시작은 미세한 균열이 아니던가.

 나, 윌리엄 스웬슨은 ‘전쟁 영웅’이다.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았다. 그런 내가 3년 전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취급을 받은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됐다. 아마존 서평 한 구절, 그게 발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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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얘기부터 해야겠다. 2009년 9월 8일, 아프가니스탄 간즈갈 계곡. 미군과 아프간 연합군이 매복한 탈레반으로부터 기습 공격을 받았다. 전투기나 포대 지원을 요청했다. 본부는 답이 없었다. 부상병이 속출했다. 다행히 의료 헬기가 도착했다. 헬멧을 쓸 경황도 없이 부상병을 부축하고 헬기로 갔다. 총탄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를 헬기에 실어 보내고, 모든 군인이 그러하듯 난 다시 전장으로 향했다.

 미군을 포함해 수십 명이 죽었다. 살아남은 나는 상부를 비판했다. “후방에서 지휘부가 에어컨 바람이나 쐬고 있는 사이 소중한 내 병사들이 죽어갔다”고 소리쳤다. 상명하복이 군의 질서다. 그렇지만 내 병사들의 목숨이 먼저다.

 2011년 9월. 아프간 전쟁의 공로를 가리는 과정에서 해병대의 다코타 마이어 병장이 명예훈장을 받았다. 살아 있는 해병대 장병으로 이 훈장을 받은 사람은 그가 처음이다. 나도 후보에 올랐지만 탈락했다. 당시 전투에서 내가 구출했지만 병원에서 목숨을 잃은 케네스 웨스트브룩 중사의 아내는 “스웬슨 대위가 상사들을 비판했고 이 때문에 징계를 받았다. 이건 블랙리스트”라고 흥분했다.

 씁쓸했지만 웃어넘겼다. 나의 애국심과 충성심은 강철 같았다. ‘강제’ 조기 전역당하고 시애틀에 혼자 살면서 변변한 직업도 못 구했더라도 말이다. 그날의 진실을 나와 내 병사들만이 알아도 충분하다고 자위했다.

 군과의 인연은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2년 5월. 미군 범죄수사대(CID) 요원들이 내 집을 찾았다. 이웃들에게 내가 전쟁 중 사람을 죽였다는 등의 얘기를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는지 캐물었다. 내가 군인이라는 사실도 몰랐던 이웃들이다. 그들은 또 내 여자친구가 집을 비우길 기다렸다가 집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을 뒤졌다. 무엇을 찾으려는지 쓰레기통까지 탈탈 털었다.

 사찰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CID에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지금은 불명예 전역한 매슈 골스테인 대위와 관련한 증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프간 전쟁 당시 폭탄 제조업자를 살해, 교전규칙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버지니아주 CID 본부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이게 과연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사람에 대한 취급인가. 골스테인과는 몇 번 인사나 나눈 사이다. 2009년 이후론 연락한 적도 없다. 도대체 나를 왜 사찰하고 조사한 것인지….

 진실은 강하다.

 2013년 10월, 아프간 전투 그날의 실상이 드러났다. 한 종군기자가 군 내부 자료와 장병 인터뷰 등을 토대로 마이어 병장의 활약이 과장된 반면 나의 공은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해병대 측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정치인이 나서고 국방부가 재검토에 착수했다. 그제야 나에게도 명예훈장이 수여됐다. 수상식 자리에서 기자들이 물었다. 목숨을 걸고 부상병들을 구출한 이유가 뭐냐고. 당연한 질문에 당연한 답을 했다. “그들은 내 병사다. 내 병사를 지켜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최근, 또 하나의 진실이 밝혀졌다. CID 비밀 문서가 한 언론(데일리비스트)에 의해 폭로됐다. 문서에 따르면 골스테인이 2011년 2월 『잘못된 전쟁』이라는 책에 대한 평을 아마존에 남겼다. 거기 내 이름이 언급됐다. 서평 한 줄에 CID가 움직였다.

 골스테인은 교전규칙 위반 혐의를 받았지만 그의 부대원 누구도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았다. 증거가 없으니 끈질긴 수사에도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났다. 그렇지만 잡음을 우려하는 군 수뇌부의 판단으로 그는 은성훈장을 박탈당하고 강제 전역했다.

  CID 측은 “CID는 평시나 전시, 군인의 범죄에 대한 혐의를 조사한다. (스웬슨이 주장하는 ‘불법 사찰’은) 골스테인과 관련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군은 골스테인과 엮어서 나 역시 범죄자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상부를 비난했던 과거가 군 수뇌부엔 눈엣가시였겠다.

 2011년 명예훈장 후보에서 탈락했을 때조차도 강철 같았던 나의 애국심과 충성심에 균열이 갔다.

 군 전문지 밀리터리타임스에 따르면 2009년만 해도 “상사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질문에 53%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2014년엔 그 비율이 27%로 줄었다.

 수만 명의 외국인 전투원들이 시리아로 향한다. 종교에 대한 잘못된 신념으로 똘똘 뭉쳐서. 미군은 과연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고란 기자


※외신 보도를 바탕으로 윌리엄 스웬슨(37) 대위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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