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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찢고 엮어 색칠 … 앤디 워홀과 나란히 걸린 경찰 화가의 '테어링 아트'

이임춘(50) 경위가 지난 4일 거제 작업실에서 ‘테어링 아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국내외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비용을 전액 부담할 테니 작품을 전시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 한국인 작가가 있다. 그의 작품은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알렉산더 갤러리에서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작품과 나란히 전시됐다. 이탈리아·미국·터키 등에서 초청 전시회도 열었다. 해외에선 ‘테어링 아트’라는 기법을 창시한 예술가로 더 인정받고 있다. 낮에는 경찰, 밤에는 화가로 사는 경남 거제경찰서 남부치안센터장 이임춘(50) 경위 얘기다.

 4일 오전 경남 거제시 동부면 학동리의 한 마을. 남해바다와 몽돌해변이 보이는 이 마을은 이 경위가 치안을 맡은 지역이자 예술활동을 하는 곳이다. 16.5㎡ 넓이의 낡은 작업실은 그의 작품들로 가득했다. 캔버스를 칼로 찢은 뒤 꼬고 엮어 ‘찢다’라는 뜻의 영어 ‘tear’를 따 ‘테어링 아트’라 불리는 작품들이다.

 이 경위는 이 기법을 어린 시절 대나무를 엮어 수공예품을 만들던 아버지 모습에서 창안했다. 그는 “업무시간 이후 경찰복을 벗고 작품을 만든다”며 “페이스북에 작품 사진을 꾸준히 올리다 보니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은 해외에서 더욱 인기가 높다. 2011년 8월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열린 ‘현대미술-새로운 시각관념 전시회’에선 대상을 수상했다. 2011년 터키 이스탄불 현대미술 초대전과 미국 마이애미 솔로전 등 해외 전시회도 성황을 이뤘다. 대표작인 ‘블랙홀’은 샌디에이고 국제공항에 전시됐다가 팔렸다.

 국내에선 소프라노 조수미씨와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이 작품을 사갔다. 최근에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가 그의 작품을 구입해 VIP실에 걸었다.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은 1500만원에 작품을 사갔다. 작품 수집가와 대학교수 등이 작업실을 찾아와 그림을 사가곤 한다. 그는 “작품은 1000만원대에서 수백만원대까지 다양하지만 모든 그림이 팔리는 것은 아니어서 작업에 필요한 물감과 캔버스를 사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쓴 재료비만 1억여원. 1998년부터 완성한 작품은 500여 점에 달한다.

 작품에는 경찰로서 느낀 영감과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업무 특성상 시신을 보는 일이 잦은데, 그때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으로 옮긴다”고 말했다. 경상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중국어를 공부해 통역사로 일하다가 1994년 경찰이 됐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적이 없어 국내 미술계에 별다른 인맥도 없다.

 하지만 그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 오히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어 좋다”며 “퇴직 후 작은 미술관을 하나 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다온갤러리, 6월 부산 해운대구 오션갤러리 초대전 등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글=차상은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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