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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의 시시각각] 서울역고가·광화문 사람 서다

이규연
논설위원
스페인입니다. 서울대 융합대학원과 함께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융합 현장을 둘러보는 취재 길입니다. 스페인을 포함해 이탈리아·그리스 같은 남유럽 국가들에 대해 세계인이 갖는 질투와 편견이 있습니다. “조상 덕에 편히 먹고 산다”는 겁니다. 스페인의 경우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듭니다. 국민소득의 10% 이상을 관광으로 벌어들입니다. 세계 3대 관광대국이 미국과 프랑스, 바로 이 나라입니다. 스페인에서도 바르셀로나는 1위의 관광도시입니다. 시가지를 돌아보며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적어도 바르셀로나에서 과거를 뜯어먹고 산다는 질투가 정당할까’.

150년 전쯤이었습니다. 천재 토목기사 세르다는 광활한 도심 빈터의 지적도를 노려보며 발칙하고 과학적인 도시계획을 구상합니다. 가로·세로 각 113m의 정사각형 블록을 그립니다. 각 블록 중앙에는 사람들이 즐기는 작은 광장을 배치합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블록은 사과 모양을 합니다. 빈터에 무려 600개의 사과를 배치한 뒤 그 단지를 관통하는 대각선 도로를 그려 넣습니다. 그리고 이 창조적인 실험을 실제로 감행합니다. 이것이 나중에 바르셀로나 매력의 원천이 됩니다.

 시가지에서 거의 모든 건물의 높이는 6~7층으로 제한됩니다. 재건축은 딴 나라 말입니다. 하지만 건물 내부는 현대적입니다. 재건축은 가장 적고 리모델링은 가장 활발한 도시가 바르셀로나입니다. 세르다의 반듯하게 나뉘어진 시가지를 ‘에이샴플라’라고 부릅니다. 스페인어로 ‘확장’을 뜻합니다. 이 말처럼 블록의 확장은 도시 전체의 확장으로 발전합니다. 다른 지역을 개발하거나 재생할 때도 에이샴플라의 창조 정신은 지켜집니다.

작은 광장 600개에서 보듯, 바르셀로나 비결의 핵심은 차보다는 시민 중심입니다. 시가지를 관통하는 대로가 있습니다. 16차로를 만들 만한 넓이입니다. 하지만 차로는 4차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인도입니다. 차량에 가혹한 것은 인도와 차로의 ‘불편한’ 비율만이 아닙니다. 무단 횡단 하다 사고가 나도 차량 책임입니다. 주차공간도 가뭄에 콩 나듯 합니다.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땄던, 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인근 지중해 연안지역을 개발할 때도 인간 중심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차로는 2차로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인도가 차지합니다.

 최근 서울역고가와 광화문광장의 리모델링을 두고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이미 안전위험시설로 분류된 서울역고가를 새로 짓든지, 없애거나 재활용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서울시는 인도로 재생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일부 상인이 상권 위축을 우려합니다만, 이보다는 교통체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큽니다. 광화문광장 역시 차가 다니는 길을 조금 줄여 한쪽으로 확장하는 계획안이 제시됐습니다. 이 역시 교통체증 염려가 제기된 상황입니다.

 서울은 주행이 보행의 가치를 압도해온 도시입니다. 그래서 차와 인간의 거대한 충돌은 신선합니다. 도시계획의 전설, 바르셀로나를 둘러보며 서울역과 광화문에서 벌어질 인간 중심의 창조적 실험을 상상해봅니다. 100년, 200년 이어지고 다른 지역으로 끊임없이 퍼져 나가는 시공간적 확장성을 지닌 실험 말입니다.

 차에게 미안합니다만, 서울시가 내놓은 안보다 더 창조적이고 더 인간중심적 변화가 대한민국의 심장부에서 펼쳐졌으면 합니다.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공간이자 수입원의 10% 이상을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문화도시의 밑돌이 되게 하는 겁니다. 바르셀로나의 도시계획 담당자가 한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과거와 현재를 먹고 살면 그것은 결코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바르셀로나=이규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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