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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전세난민 늘리면 경기가 살아날까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6500만원만 올려주세요.”



 올 것이 왔다. 안 그래도 전세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전전긍긍하던 참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마음씨 좋은 집주인 아주머니가 시세보다 1000만원을 감해줬다. 인상분 일부를 월세로 돌리자는 말도 없다. 감사할 따름이다. 은행 문턱을 들락거리고 어머니와 여동생네까지 손을 벌려 약속한 날 돈을 입금했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강남 사는 대학 동창은 1억몇천만원을 올려줬다고 울상이었다. 펀드나 보험을 깨 전세금을 올려준 집도 많다. 무엇보다 오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억지 이사를 가는 ‘전세난민’ 신세는 면했다.



 하지만 다행은 여기까지다. 2년에 650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잔뜩 불어난 마이너스 통장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뾰족한 수가 없으니 비장의 카드인 ‘허리띠 조이기’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 나만 이런 건 아닌 듯하다. 이런저런 자리에서 만나는 ‘전세난민’들이 한결같이 똑같은 푸념을 늘어놓는다. 다들 용돈을 줄이거나 차를 바꾸지 않겠다고 한다.



 이러니 내수가 돌아갈까 싶다. 2013년 주택보급률이 103%이지만 자가거주율은 53.8%다. 대한민국 국민의 거의 절반이 전세나 월세를 산다는 얘기다. 50대 이상보다는 30~40대 경제활동인구가, 자산소득자보다는 근로소득자가 세입자인 경우가 많다. 자녀 교육이나 직장 같은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꼼짝없이 전세나 월세를 올려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전셋값 때문에 소비를 줄여야 한다면 내수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이들의 돈을 건네받은 집주인들이 그 이상 써줘야 벌충이 될 텐데, 은행 빚과 노후 부담에 시달리는 이들도 여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 전·월셋값 상승이 ‘부의 효과’(wealth effect)보다 오히려 소비 여력을 잠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걱정마저 든다. 5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전세난이 경기에 도움을 줬다는 증거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정책의 초점을 바꿔볼 때도 됐다. 자산에서 소득으로 말이다.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자산 가격 상승은 경기회복의 불씨는 몰라도 땔감은 될 수 없다. 마침 며칠 전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하나가 눈길을 끈다. 한국의 국민총소득(GNI)에서 개인(가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들어 7.1%포인트나 줄어들었다. 감소 속도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 활성화에 쏟는 열정의 반이라도 가계소득 증대에 쏟아보면 어떨까.



나현철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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