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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식 기자의 새 이야기 ⑬ 큰고니





















경칩 아침이다. 성미 급한 강물은 절기를 기다릴 것도 없이 진즉 녹아 흘렀다. 때가 되면 찾아오는 계절이지만 누구보다 먼저 봄의 낌새를 알아채는 것은 겨울철새다. 혹독했던 겨울을 맨몸으로 견뎠던 그들만큼 봄을 애타게 기다려온 자가 또 있을까? 이 땅의 봄은 새들의 날갯짓으로 깨어난다.

팔당호 상류인 경안천의 큰고니 가족에게도 봄은 찾아왔다. 산과 물이, 버드나무와 갈대가 어우러져 사철 고즈넉한 이곳은 큰고니들이 버드나무 위를 한가로이 넘나드는 저녁 무렵이 되어야 비로소 풍경이 된다.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손가락질만 받던 오리가 알고 보니 귀족같이 우아한 백조였다는. 존재의 가치는 세상의 평판에 달린 것이 아니니 자신의 진가가 드러날 때까지 꾹 참아야 한다고 일러준다. 야생의 어린 새가 백조로 성장하려면 두 번의 겨울을 이겨내야 한다. 그 긴 시간을 회갈색의 지저분한 꼴을 감내하며 내밀하게 흰 깃을 가꾸는 것이다. 온몸이 온통 하얘서 보통 백조라고 부르는 이 새의 정식 이름은 바로 고니다.

봄바람을 타고 고향 시베리아로 향하는 큰고니들처럼 3월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그 설렘은 오늘을 견디게 하고 내일을 꿈꾸게 한다. 오리과 가운데 가장 육중한 큰고니의 이륙은 힘차다. 수면 위를 내달리는 큰고니 뒤로 천지사방 물방울이 튄다. 짊어진 무게가 무거울수록 더 힘차게 달리면 그만이다. 고통은 사라지고 어느새 몸이 가벼워진다. 큰고니의 우아한 비행을 만드는 것은 그의 흰 날개가 아니라 까만 발이다. 백조를 꿈꾸는 ‘미운 오리’들의 힘찬 질주는 봄보다 아름답다.

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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