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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힘으로 웨딩족 … 예물·예단 빼고 신혼집은 빌라 전세

예식비 아껴 해외 신혼여행 가서 웨딩 촬영 지난해 4월 결혼한 홍승우(32).이채영(30)씨 커플은 판에 박힌 스튜디오 촬영 대신 6박9일간의 체코 프라하 신혼여행 동안 웨딩 촬영을 했다. 드레스와 구두 구입비등 120만원이 들었지만 결혼식 비용을 아껴 부릴 수 있었던 ‘작은 사치’였다. 홍씨 커플은 13평 빌라(전세 7500만원)에 신혼집을 마련하고 예물·예단도 생략해 부모 도움 없이 결혼식을 치렀다. [사진 이채영]


올해 대구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권나영(25·여)씨는 예비 신랑과 “부모님께 손 벌리지 말자”는 다짐부터 했다. 모아둔 돈이 많진 않았지만 양가 부모에게 부담을 드리기 싫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스튜디오 촬영’ 대신 카메라 하나만 메고 경북 고령의 유원지에 셀프웨딩 촬영을 다녀왔다. 데이트하는 모습을 타이머 설정을 이용해 찍었다.

반퇴 시대 부모 등골 빼는 자녀 결혼비용 <하>
부모 도움 없이 셀프웨딩 어떻게
유원지서 직접 웨딩 촬영 하고
드레스도 10만원에 해외 직구
신랑·신부가 비용 절반씩 나눠
비싼 혼수 대신 필요한 것만 장만
부모 은퇴 후 안정된 생활 위해
자녀가 먼저 간소한 예식 권해야



 예산은 인터넷으로 구입한 원피스(4만원)와 풍선 등 소품(2만원), 식비까지 포함해 10만원도 들지 않았다. 오는 5월엔 대구 근대거리에서 드레스를 입고 셀프촬영을 할 계획이다. 드레스는 값싼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해 알아보고 있다. 웨딩플래너도 없다. 대신 스스로 발품을 팔고 있다. 식장도 저렴한 웨딩홀이나 경북 청도 친정집 마당에서 치르는 ‘하우스웨딩’을 고민 중이다. 권씨는 “부모님께서 돈을 보태줄 테니 더 좋은 곳에서 하라고 한다”며 “그래도 ‘우리 힘으로 형편에 맞게 하고 싶다’고 설득해 도움 없이 치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모 세대들에게 자녀 결혼 비용은 곧 노후 비용을 허무는 주요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결혼 독립’을 선언하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린 홍승우(32)·이채영(30·여)씨 부부는 부모로부터 한 푼도 지원받지 않고 결혼식을 치렀다. 비용은 1억원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 비결은 ‘신혼집 환상 버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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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씨는 “처음에는 좀 더 큰 집에서 번듯하게 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집은 어차피 나중에 돈 벌어서 옮기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응암동에 1990년대 초반 지어진 13평 빌라를 전세 7500만원에 구했다. 이씨는 “부모님께서 ‘왜 그런 집에서 시작하려고 하느냐’고 말리기도 했다. 부모님 노후자금을 건드리는 것보다 한 살이라도 젊은 우리가 더 움직이고 고생하자는 마음으로 설득했다”고 했다.



 결혼 독립을 택한 이들은 예물이나 예단 같은 ‘인사치레’를 생략하는 게 보통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 결혼당사자·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 비용 중 집값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예물(평균 737만원)과 예단(평균 666만원)이었다. 응답자의 85%는 “결혼에 호화·사치 풍조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사진사 없이 직접 찍기도 올해 결혼 예정인 노광운(31)·권나영(25)씨 커플. 스튜디오 웨딩 촬영 대신 지난 1월 셀프 촬영을 했다. 이들은 사진사 없이 타이머를 이용해 데이트하는 모습을 찍었다. [사진 권나영]


 셀프웨딩족은 이 같은 거품을 걷어낸다. 홍승우·이채영씨 부부도 불필요한 예물·예단을 하지 않았다. 결혼반지는 110만원. 양가 아버지들이 식장에 입고 올 양복도 인터넷으로 각각 30만원씩에 맞췄다. 올 4월 광주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최유진(28·여)씨도 예물·예단을 생략하기로 했다. 최씨는 “양가 부모님들이 ‘덮을 이불이 없고 쓸 그릇이 없어 그런 걸 해오느냐’며 양해해주셨다”고 말했다. 최씨는 남편과 결혼 비용을 절반씩 분담하기도 했다. 결혼 비용이 2억원 조금 넘게 들었지만 부모님의 자금 지원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선우 이웅진 대표는 “지금까지 신랑 쪽에서 집을 해오고 신부 쪽에서 가구·가전을 해오는 게 통념이었다”며 “집 마련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신부 쪽에서도 비싼 가전·가구를 구매하면서 결혼 비용이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1 대1로 동등하게 결혼 비용을 쓰면 필요한 것만 장만하게 되면서 스스로 결혼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결혼한 이경한(33)·최홍희(29·여)씨 부부는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 공식을 깼다. 꾸준한 대화를 통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스튜디오 촬영은 생략했다. 신부 드레스는 미국 인터넷 쇼핑몰 ‘이베이’에서 10만원 상당의 롱드레스를 직접 구입했다. 신랑 예복은 50만원을 주고 결혼식 후에도 입을 수 있는 세미 정장을 골랐다.



 결혼식은 레스토랑에서 치러 대관료를 따로 지불하지 않았고, 결혼식 당일 메이크업도 레스토랑 근처 중소업체에서 33만원에 했다. 200만~300만원 상당의 ‘스드메’를 93만원에 해결한 것이다. 최씨는 “해외 유학 시절 현지 친구 집에서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르는 걸 보고 ‘작아도 정말 축하받을 수 있는 결혼식을 하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이사는 “부모 세대들이 결혼을 앞둔 자녀들에게 노후 걱정을 선뜻 말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며 “자녀들이 먼저 ‘부모님은 은퇴 후에 어떻게 사실까’ 생각해보고 터놓고 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채윤경·노진호·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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