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도대체 골프 접대가 뭐길래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골프 트리트(treat·접대)가 도대체 뭔가.” 유럽 언론사 한국 특파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김영란법’ 국회 통과 때문에 궁금한 게 많았다. 기자들은 왜 이 법의 대상에 포함됐는지부터 시작한 질문은 기자들에게 누가 왜 골프 접대를 하는지에까지 이르렀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말해줘야 하나, TV광고 속의 건강식품업체 사장님처럼 설명 수위 조절이 난감했다.



 같은 의문을 가진 한국 주재 외신기자, 그리고 일반 독자를 위해 그에게 한 설명을 차분하게 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기자에 대한 골프 접대가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다. 주로 기업체 홍보담당 부서에서 담당 기자나 언론사 간부들을 골프장으로 초청했다. 고위 공직자·정치인·변호사 등도 기자와의 친분 쌓기 용도로 활용했다.



 비약적으로 확산된 것은 90년대 중후반이다. 원인은 크게 둘이다. 우선 골프 인구가 늘었다. 기자와 취재원이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화제가 골프로 옮겨가고, 결국 “한번 같이 나갑시다”로 의기투합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박세리·박지은·김미현 선수가 미국 프로리그에서 잇따라 우승컵을 들던 시절이다. 둘째는 음주문화의 변화다. 기자와 취재원이 만나면 폭음으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였다. 취재원은 기자 대접한다는 뜻으로, 기자는 취재원이 감추고 싶은 얘기까지 듣고 싶은 욕심에 흠뻑 취할 때까지 마셨다. 그러다 양쪽 모두 ‘이건 좀 아니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고, ‘몸 버리지 말고 차라리 (건전하게) 운동을 함께 하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



 2015년 현재, 기자에 대한 골프 접대는 현격하게 줄었다. ‘공무원과 기자들의 거리’를 강조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정부기관이나 공직자의 초청은 거의 사라졌다. 공무원에게 골프가 금기가 된 현 정부에서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남은 것은 기업체 간부나 친분 있는 정치인·변호사의 초청 정도다. 골프장 예약이 어렵지 않게 됐고 비용도 싸져 요즘엔 자기 부담으로 골프장 가는 기자가 많다.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젊은 기자들은 대체로 골프에 별 관심이 없다.



 내년 9월부터 공직자와 기자는 골프 접대 한 번만 받아도 수사나 처벌의 대상이 된다. 공짜 골프 때문에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골프를 끊든지, 아니면 자기 돈 내고 쳐야 한다(영수증을 꼭 챙겨 보관할 필요가 있다). 민간 영역의 기자까지 끌어들인 이상한 법이기는 해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정한 것이니 별수 없지 않은가.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