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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 배진수 "안면인식장애로 만화 속 얼굴 기괴해져"

배진수 작가. [사진 중앙포토DB]




1995년 고등학생이던 배진수(37) 작가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 학년이 되면 같은 반 친구들은 몇 주, 늦어도 몇 달 안에 서로 얼굴을 익히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배 작가는 한 학년이 끝날 때까지 같은 반 친구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애써 내가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위로했다. 대학생 시절 그는 1년 넘게 군대 생활을 같이한 후임을 만난다. 그런데 얼굴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안면인식장애’였던 거다.



“웹툰 작가라면 얼굴을 그리는 일이 주업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얼굴을 인식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림을 그릴 때도 분명 처음에는 멀쩡해 보였던 얼굴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보면 달라져 있더라고요.”



눈썰미는 고사하고 타인의 얼굴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만화를 그린다는 건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는다. 배 작가가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도 30살이 넘어서다.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뒤늦게 웹툰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평생 이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문득 어렸을 때 꿈이었던 시나리오 작가가 떠올랐어요.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에는 재능이 부족하고, 시나리오를 만화로 옮기면 어떨까해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고생이 많았겠어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어려움이 많았어요. 울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하면 맞을 거에요. 낮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피자 배달을 하고 새벽에는 병원 야간 경비를 서면서 그림을 그렸어요.”



-2012년 웹툰 ‘금요일’로 데뷔했는데 감회가 남달랐겠어요.



“물론이죠. 남들보다 늦은 34살 나이에 어렵게 데뷔하기도 했지만, 웹툰 ‘금요일’은 안면인식장애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담긴 작품이에요. 등장 인물의 얼굴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으니 억지로 다르게 그리려 노력했어요. 점점 인간의 이목구비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기괴한 분위기가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웹툰 '금요일'과 잘 어울리면서 제 만화의 특징이 됐습니다.”



-안면인식장애로 그림 그리면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면 사물 기억력이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부분이 취약하다 보니 당연히 고민일 수밖에요. 셀카를 찍어 다양한 표정을 그려보는 등 수없이 노력했어요. 그래도 다른 작가들에 비해 실력 향상이 더딜 수밖에 없더라고요.”



-안면인식장애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작가로서의 강점이 있나요.



“일단 뭐든 가리지 않고 많이 읽는다는 게 저의 장점이에요. 활자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즐깁니다. 이러한 습관은 창작하는 직업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심지어 더 쉽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반면, 안면인식장애는 저에게 태생적인 장애물이에요. 스스로 답답하기도 하지만 시간과 노력으로 극복해야겠죠.”



-IQ 156인 멘사 회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로 인한 장점은 없나요.



“단순히 ‘머리가 좋다’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지만 오체와 육감이 모두 둔한 편이에요. 장점과 단점을 평균내면 특별한 게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멘사 회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자들의 기대치가 커져 부담스러웠던 적이 많습니다.”



-연재 중인 웹툰 ‘하루 세 컷’은 세 컷짜리로 형식이 독특한데 탄생 배경이 있나요.



“그림 실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어떻게 하면 차별화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나름 시장 조사한 결과, 만화의 플랫폼이 휴대폰으로 이동했고 소비자들이 직관적이고 가벼운 콘텐트를 선호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부합한 형식을 고민해서 ‘기승전결’의 일반적인 구조에서 ‘승’을 생략한 만화를 그리게 됐습니다.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스낵 같은 만화를 그리고 싶었어요.”



-앞으로 그리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아직은 모든 장르를 실험해보고 싶습니다. ‘금요일’ 같은 작가주의 작품도 했다가 ‘하루 세 컷’ 같은 독자 편의 작품도 하면서 방향을 고민하고 있거든요.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지만 제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장르에 많이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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