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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아들 서울 집 해주고 시골 간 65세 … 결국 우울증

박현숙(65·여)씨는 최근 우울증을 앓았다. 발단은 아들의 결혼이었다. 2009년 결혼한 박씨의 아들 최모(36)씨는 회사 근처인 서울 금호동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3억원이 넘는 집값을 아들이 모두 조달하기는 힘들었다. 박씨는 자신이 살고 있던 충북 청주의 36평 아파트(시가 1억2000만원)를 판 뒤 모아 둔 돈까지 보태 아들에게 2억원을 줬다. 박씨와 남편(68)은 청주 인근 청원군으로 이사했다. 가끔씩 주말마다 오가기 위해 3000만원에 매입한 다음 15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집이었다.



[반퇴 시대] 부모 등골 빼는 자녀 결혼비용 <상>
자식 위해 노후 희생한 부모들
충북 청원군으로 간 박현숙씨
도심생활도 친구도 사라져 고통
결혼비용 중 주택마련 비중 71%
5060 혼례비 대출, 2년 새 2배로



 아들 결혼비용으로 2억원을 내줄 때만 해도 부부는 은퇴자금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아들이 빚을 안고 출발하는 것보다 자신들이 집을 줄이는 게 낫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늘그막에 조용한 시골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청주에서 친구들과 정기모임을 하고 수영과 노래강좌에 다니던 박씨는 전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박씨는 소형 중고차를 사서 매일같이 청주시내로 나간다. 한 달 기름값만 20만원이 들지만 우울증을 앓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박씨는 “청주에 있는 싼 아파트로 다시 이사하고 싶지만 마땅한 집이 없어 고민”이라며 “아들 결혼자금으로 목돈을 쓴 뒤 이렇다 할 수입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자녀 결혼비용은 5060세대의 노후자금을 갉아먹는 주요인이다. 5060세대 스스로 ‘자녀 결혼은 부모의 행사’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 여론조사팀이 50대 이상 부모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3%가 “자녀의 결혼비용을 지원했거나 지원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지원 이유로는 “결혼비용 지원이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5.3%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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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억원에 달하는 결혼비용을 자녀세대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반퇴세대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웨딩업체인 듀오웨드 조사 결과 신혼가구당 주택비용은 평균 1억6835만원. 서울과 수도권은 1억8089만원이고 강원도·영남·충청·호남 등은 1억5419만원이다. 급등세를 이어가는 전셋값, 떨어지지 않는 집값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전체 결혼비용 중 주택 마련비용은 70.7%에 이른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결혼비용 상승이 주택가격 상승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생활 5~6년차인 신혼부부의 저축액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결혼비용은 결국 부모 몫으로 전가된다. 본지 조사 결과 부모 10명 중 3명은 “지원할 여력이 없을 경우 빚을 내서라도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자녀세대 역시 부모 도움 없이 결혼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다. 2030세대 273명 중 절반 이상(55.4%)이 “부모에게 결혼비용을 지원받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자녀 결혼비용을 대기 위해 대출을 받는 부모도 늘었다. 은퇴자금을 마련하기는커녕 짐을 더하고 있는 셈이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근로자생활안정자금 중 혼례비 융자건수는 2012년 310건에서 2014년 563건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대출액도 21억1900만원에서 2.5배인 54억5780만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원액을 두고는 부모세대-자녀세대 간 이견이 두드러졌다. 부모는 1000만원 미만을 지원하겠다는 응답이 30.2%로 가장 많았고 ‘1000만~3000만원 미만’(25.4%), ‘3000만~5000만원 미만’(18.8%) 순이었다. 반면 자녀들은 1000만~3000만원 미만(26.7%), 5000만~1억원 미만(26.1%)을 기대했다. 1억원 이상을 지원받고 싶다는 대답도 18.2%였다.



 전문가들은 반퇴세대가 최소한의 노후자금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 결혼에 따른 출혈이 크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김동엽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이사는 “과거에는 자산을 축적한 부모가 자녀 결혼비용을 대주고 자녀가 은퇴한 부모를 부양하는 ‘암묵적 신사협정’이 있었지만 수명이 길어지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미래에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이어 “은퇴 후 생활자금을 치밀하게 계산해 결혼비용 지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별취재팀=채윤경·노진호·조혜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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