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의료 영웅을 예우하지 못하는 나라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아프리카 남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이태석 신부는 8년여를 보냈다. 의사이자 교사, 사제로서 톤즈를 품었고 2010년 지병으로 숨졌다. 이 신부의 불꽃같은 삶은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라는 책으로 되살아났다. 그는 책에서 한 달간의 콜레라와의 사투를 전쟁터로 묘사한다. 주사를 먼저 놔달라는 아우성, 구토와 설사, 복통·근육통 신음, 악취를 찾아온 수만 마리의 파리 떼…. 이 신부는 “전쟁과도 같은 한 달! 육체적으로 너무 피곤한 한 달이었지만 영적으로 은혜롭고 풍성했다”고 표현했다.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다 주삿바늘에 살짝 찔린 최모씨는 13년 차 응급의학 전문의다. 딸(12), 아들(9)을 둔 40대 중반의 엄마이기에 그의 아프리카행 결단에 무게가 더 실린다. 최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12살짜리 여자 환자한테 ‘I am sorry, I am sorry(미안해)’라고 말했다. 내가 방호복을 너무 많이 껴입고 있어서 미안했다”고 말한다. 그는 “따듯한 맨손으로 (소녀의) 손을 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일기에 썼다. 그는 주삿바늘에 찔리고 나서도 ‘에볼라에 걸리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모성의 힘인지, 신앙의 힘인지는 알 길이 없다. 의료인의 원초적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신부도, 최 전문의도 한국의 ‘의료 영웅’이다. 한국은 6·25전쟁 때 아프리카의 도움을 받았다. 해외 원조로 폐허를 딛고 일어섰다. 그러던 한국이 미국·영국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신종 감염병 구호단이 됐다. 일본도 엄두를 못 낸 일이다. 1, 2진은 들어왔고 3진은 아직 고군분투하고 있다. 슬프게도 모두 몰래 나갔고, 몰래 들어왔다. 신원이 노출되면 가족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1진 10명은 이미 삶의 현장에 복귀했지만 그런 피해를 본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1월 말 1진이 귀국할 때 고위관료 몇 명이 공항에 나갔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여야 대표는 없었다. 격리기간에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에볼라에 감염됐다 회복한 간호사를 끌어안았다. 청와대나 국회만이 정치의 공간이 아니다. 국민은 ‘감성 정치’에 감동한다. 이달 말 3진이 귀국해 4월 중순 ‘안전’ 판정을 받고 난 뒤 1~3진을 모아서 손을 잡은들 박제화된 그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아직 영웅을 예우할 만한 준비가 덜 돼 있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