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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파업 일정부터 잡아놓고 협상하는 노동계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나와서 민주노총과 함께 연대 투쟁하자.”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2일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을 찾아 이런 제안을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린 협상과 투쟁을 병행한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렇다고 딱 잘라 거절한 것은 아니다. ‘(노사정) 협상이 결렬되면 4~5월 총력투쟁에 나선다’는 지난달 26일 한국노총 대의원대회에서의 투쟁 일정은 고수키로 했다. 민주노총이 4월 24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일정을 짜 놓은 점을 감안하면 동반 총파업 투쟁의 여지를 열어놓은 셈이다.



 굳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들지 않더라도 파업 카드부터 꺼내드는 노동계의 행동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어느 때부턴가 각 사업장은 물론 중앙 단위에서도 교섭이나 협상에 들어가면서 파업 찬반투표를 동시에 진행하는 관행이 생겼다. 공장을 멈추는 일정부터 잡아놓고 교섭을 진행한다는 얘기다. 협상 파트너에게 으름장을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두 노총의 총파업 계획도 별반 다르지 않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협상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한창 진행 중인 때에 투쟁 일정이 먼저 나왔다. 협상을 진행하면서 파업 투쟁을 전면에 내세우는 노조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이나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 있기까지 네덜란드노총(FNV)이나 독일노총(DGB)이 사전에 파업 카드를 꺼내들고 정부와 사측을 압박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네덜란드 사회경제위원회(SER)의 클라라 분스트라 노동계 자문위원(암스테르담 자유대학 교수)은 “때론 정부가 3개월 안에 협상을 끝내 달라며 협상 시한을 정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대체로 그에 맞춰 결론을 낸다”고 말했다. 협상에 임할 때는 노조가 힘의 논리보다 사회적 파트너로서의 책임감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얘기다. 그래서 개별 기업 단위에서 임금 문제로 파업하는 경우는 있어도 노동시장 개혁 조치를 논의하면서 전국의 공장을 마비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우리 노동계는 해가 바뀌면 어김없이 투쟁 계획부터 세운다. 몇 월에 총파업하고, 몇 월에 시기집중파업을 한다는 식이다. 일각에선 “선제파업으로 공격의 수위를 높여 정부와 경영계의 기를 꺾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래서야 노사정 대타협은 고사하고 구조개혁마저 좌초할까 걱정이다. “우리(노동계) 목소리가 존중을 받으려면 투쟁만 해선 안 된다.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토론해야 한다.” 한때 북유럽의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꼽히던 스웨덴 노총(LO) 간부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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