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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주자파와 촹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1980년대 초반 덩샤오핑(鄧小平)이 지방 시찰에 나섰다. 광둥성 선전(深?)의 특구 개발지를 둘러본 뒤 근처의 농가를 찾았다. 남루한 행색의 노파가 살고 있는 농가의 재산이라곤 오리 3마리가 전부였다. 표정이 무거워진 덩이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헛간에서 꽥꽥 오리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사코 막아서는 노파를 뿌리치고 헛간 문을 열어 보니 맙소사,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꽁꽁 묶어 둔 오리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노파는 땅바닥에 엎드렸다. “용서해 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이렇게 오리가 많은데 왜 3마리밖에 기르지 않는다고 했소?” “그 이상이면 자본가가 된다고 해서…. 죄송합니다. 3마리만 남기고 모두 없애겠습니다.”



 자본주의 추종자, 즉 주자파(走資派)란 굴레 때문에 ‘공공의 적’으로 몰려 실각하고 장시(江西)성 벽지에서 격리 생활을 해야 했던 덩샤오핑이 아니던가. 그는 노파의 손을 잡고 말했다. “100마리면 어떻습니까. 더 늘리세요. 집 앞에 시냇물도 흐르는 게 안성맞춤인걸요.”



 지난해 국영 TV에서 주목받은 48부작 드라마 ‘역사적 전환기의 덩샤오핑’에 나오는 장면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 각지에선 소형 상점과 영세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아무리 규모가 큰 것도 종업원은 7명을 넘기지 못했다. 왜?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종업원 8명 이상을 둔 고용주를 자본가로 기술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났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은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나라라고 최고 규범인 공산당 당장과 헌법에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업원 7명이 아니라 700명, 7000명의 거대기업이 즐비한 나라가 중국이다. 30년 전 오리 4마리 키우는 것도 금지시켰던 나라가 지금은 세계 최대의 창업국가로 변했다. 지금 중국에서 주자파란 주홍글씨를 달고 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신 촹커(創客)라 불리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베이징 중관춘이나 선전에는 아이디어와 지식, 기술을 비즈니스로 구현하려는 젊은이들이 넘친다. 공무원이나 금융·정보기술(IT) 등 인기 업종에 인재가 몰리지만 대기업 취업만이 살길인 양 스펙 쌓기 경쟁에 올인하는 한국 젊은이들과는 비할 바 아니다. 새해 벽두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선전까지 내려가 그런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5일부터 열리는 전인대에서도 창업 지원이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중국 경제는 한때 국가가 보장해 주는 독점적 지위와 거대자본으로 무장한 국유기업에 의해 굴러갔다. 이제부턴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중국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비효율적인 국유기업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반(反)부패 캠페인에서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다. 앞으론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촹커들이 중국 경제의 바통을 이어받을 태세다. 창업경제의 생태계에선 가장 앞선 나라가 중국이다. 후발주자란 표현을 중국에 더 이상 붙이기 힘든 이유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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