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서양·중동의 경계인 아랍의 민낯을 말하다

저자: 리아드 사투프 출판사: 휴머니스트 가격: 1만5000원
때로 무지는 편리하다. 가치 판단을 필요로 하는 사항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만큼 좋은 면죄부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굳이 잘 모르는 세계를 들여다 보고자 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독재자의 횡포가 이어진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내 삶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야말로 남의 일인 것이다.

『미래의 아랍인 vol.1』

허나 서사에 연결고리가 생겨나는 순간 그것은 나의 일이 된다. 어느날 홀연히 이 땅의 평범한 10대 소년 김군이 극단적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중동으로 떠나고, 태권도식 군사 훈련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더이상 강 건너 불구경 같은 자세를 취할 수 없게 된다. 무지해도 되는 공간에서 무식하면 안될 것만 같은 대상으로 성큼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중동을 들려주기에 매우 적합한 화자다. 어떠한 선입견도 없는 두 살 배기 아이의 시점에서 만화는 시작된다. 시리아 수니파 집안 출신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리아드 사투프(37)는 본인이 보고 자란 리비아와 시리아의 민낯을 조잘조잘 읊어낸다. “나는 알아사드보다는 카다피가 좋았다. 그는 카다피보다 잘생기지도 않았고, 활동적이지도 않았다.” 아이의 눈에는 프랑스에 미테랑 대통령이 있듯, 시리아와 리비아에도 알아사드와 카다피가 존재하는 것이 매우 마땅한 일이었던 셈이다.

비록 30여년 전 배경이지만 현재를 이해하는 데도 훌륭한 단서가 된다. 1969년 쿠데타로 국왕을 몰아낸 카다피가 쓴 ‘그린북’은 리비아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침이 빼곡히 담겨있다. 이를 제대로 읽지 않은 리아드 가족은 리비아 도착 첫날부터 집을 빼앗긴다. ‘아무도 없는 집은 시민 누구나 들어가 살 권리가 있다’는 구절을 숙지하지 못하고 가족이 모두 외출을 감행한 댓가다. 배급 식량이 덜 익은 바나나 뿐일지언정 불평은 금물이다. 국민 과일 바나나를 과일 중 최고로 친다고 지침서에 적혀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는 한층 더 모순적이다. 집을 다 지으면 세금을 내야 하기에 사람들은 짓다 만 공사판에 살았고, 길거리에는 처형 당한 시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일상화된 폭력에서 비껴가는 것은 아니었다. 강아지를 발로 차며 축구를 하는가 하면 삼지창으로 찔러 죽여 버젓이 전시한다. 배운대로 행하는 답습 속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 역시 그러한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박사를 마친 지성인이지만 가슴 한 켠에는 아랍 독재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간직하고 있다. 무슬림이지만 돼지고기를 먹고, 탈 종교를 외치면서도 아들에게는 코란을 가르친다. 해방에 대한 갈망과 전통에 대한 의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아마 어느 나라의 역사에나 한 번씩은 등장할 법한 과도기적 인물일 테니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 역시 만국 공통인 모양이다. 1978~1994년간의 경험담을 3부작으로 풀어낸 이 작품으로 작가는 지난달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10년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 ‘잘생긴 녀석들’로 세자르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까지 받은 걸 보면 삶을 통해 체득한 앎이 그의 가장 큰 자양분인 듯 하다.


글 민경원 기자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