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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분열에 여당만 이득” “시민은 새정치연합 불신”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보 성향인 정의당과 국민모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 다섯 번째가 천호선 정의당 대표, 그 오른쪽 옆이 김세균 국민모임 공동대표. [뉴시스]
최근 야권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정통 야당을 표방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당 대표 출범 후 새누리당과 지지율 격차를 좁히며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제대로 된 야당 구실을 못하고 있다며 진보의 기치를 내걸고 신당 창당을 선언한 ‘국민모임’(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이 여기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 기존 진보정당들과 연합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국민모임은 4·29 보궐선거에서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새정치연합과의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보궐선거에 승리해야 하는 새정치연합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국 야권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두 정치 세력의 입장을 놓고 새정치연합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과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인 이도흠 한양대 교수가 지난달 26일 만나 열띤 토론을 벌였다. 홍병기 중앙SUNDAY 정치에디터가 진행을 맡았다.

야권 미래 놓고 격론 … 새정치연합 vs 국민모임

-국민모임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했나.
▶이도흠=국민모임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567인 선언에서 시작됐다. 크게 보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 새정치연합 내 개혁파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등 시민모임, 민주노총 등 노동계 이 세 부류의 인사들로 구성됐다. 이달 20일께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앞으로 정의당·노동당과도 통합하려 한다. 4·29 보궐선거에선 최소한 광주을 지역구에 후보를 낼 계획이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 체제로 새 출발을 했다.
▶진성준=지난 2·8 전당대회 때 계파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돼 국민들이 실망했다. 하지만 문 대표 취임 이후 탕평 인사를 실시하고 이번 이완구 총리 인준 표결에서 단결된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줬다고 본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일신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진화시키기 위해 이런 노선을 보다 철저하고 체질화해야 한다.

“새정치연합, 대통령 하자는 대로 끌려다녀”
-왜 이 시점에 신당 출범을 주장하는가.
▶이=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개발독재에서 관(官)피아에 이르는 신자유주의의 모순들이 중첩돼 나타난 것이다. 그런 모순이 극복되지 않고선 언제 어디서든 제2의 세월호 사고가 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새정치연합은 야당으로서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느 나라 야당사에서 대통령이 마련한 가이드라인대로 협상하는 일이 있었나.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 분노한 시민들은 이제 새정치연합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대통령 가이드라인대로 협상했다는 건 과도한 주장이다. 의회정치를 하려면 상대 정당과 불가피하게 절충과 타협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원내지도부가 새누리당과 타협을 시도했지만 강력한 당내 반발에 부딪혔고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기까지 했다. 완고한 정부·여당을 상대로 스스로 지도부를 교체하면서까지 국민적·시대적 요구를 담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이=새정치연합은 수권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정체성·리더십이나 노선·가치 모두가 문제다. 김대중·노무현 이후 그만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채 친노·비노·486 계파에 의한 과두정치로 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호남에선 여당이라 할 수 있다. 쌍용차나 4대 강 반대 투쟁에 참여하며 느낀 것이지만 호남 출신 의원들은 토건 카르텔과 기득권 카르텔 속에 안주해 있었다. 이런 현실 안주의 모습 때문에 여당의 ‘2중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새누리당 공약이 더 좌클릭해 주목을 받았지만 일부 인사는 계속 중도만을 표방하더라.
▶진=우리가 그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 한 게 아니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할 시대적 과제가 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정치적 민주주의가 전면 후퇴하면서 사회경제적 문제를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국정원이 댓글 사건으로 선거에 개입하면서 민주주의의 기본을 허물어 버리는데 어떻게 싸우지 않을 수 있나. 국민들은 우선 먹고살기 힘드니까 사회경제적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힘써 달라고 요구했지만 야당은 정치적 민주주의의 훼손에 대항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이=분필도 임계점 이하로 힘을 주면 부러지지 않는다. 새정치연합의 대여 투쟁을 보면 항상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선거부정 싸움 땐 미리 ‘대통령 퇴진 투쟁은 안 된다’고 가이드라인을 쳐버렸다.
▶진=그럼 대통령 퇴진 투쟁, 장외투쟁이라도 벌였어야 했나.
▶이=장외투쟁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합법적으로 하더라도 인식이 문제다. ‘이것을 성취하지 못하면 우린 야당 의원이 아니다.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결기와 열정을 갖고 싸우는 것과 아닌 것은 전혀 다르다.

4·29 보선 야권연합 여부 주목
-보수 성향의 국민이 상당수다. 두 세력이 다투면 야권의 집권은 점점 멀어지는 게 아닌가.
▶이=예전에는 분단 모순 등으로 인해 진보 세력은 절대 집권 못한다는 판단이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 모순이 현재 극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이 960만 명이고 자영업자 720만 명 중 절반이 월 100만원도 못 벌고 있다. 520만 다단계 판매업자 중 78%가 1원도 못 벌고 있다. 이들의 피눈물을 닦아줄 정당이 있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그런 일을 전혀 안 한 건 아니지만 현실과 거리가 있었다. 노동자가 2000만인데 이들을 대변하는 국회 의석수는 5~10%밖에 안 된다. 이 불일치를 상쇄해야만 갈등이 줄어든다. 그리스 시리자당, 스페인 포데모스당의 사례처럼 충분히 성공할 기반이 조성돼 있다고 본다.
▶진=우리 당도 새정치연합 이전부터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강령으로 채택했다. 한국노총·시민사회와 통합하면서 노동의 가치를 대변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포퓰리즘 복지 쇼를 깨지 못해 집권에 실패했다. 의석수로 대변될 수밖에 없는 국회에서 야당으로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결국 국회 내 의석수로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분열해서 가능하겠나. 과거 진보정당들이 의회 내에서 소수지만 진보의 목소리를 높여 우리에게도 좋은 자극이 된 부분은 인정한다. 하지만 (분열이) 과도하면 여당에 어부지리를 주게 된다.
▶이=선거제도가 개혁된다면 오히려 윈윈이 될 수 있다. 최근 중앙선관위 발표안대로 하면 진보정당이라도 어느 정도 원내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면 진보정당은 자연히 노동자 세력을 대변하고 새정치연합은 지역 정당에서 벗어나 서민 중도층 기반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나아가 대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야권 분열론은 근본적으로 해소된다.
▶진=정치구도 개혁을 통해 다당제로 가자는 건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그간 진보정당들은 정치 담론의 보수 편향을 막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국민모임 내의 일치된 의견은 아닌 것 같다. 정 전 장관의 경우 새정치연합을 완전히 대체할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 국민모임은 어떤 인물을 내세울 것인가.
▶이=우리가 영입하려는 인물은 기본적으로 반(反)신자유주의에 동의해야 한다. 여기에 전문성·도덕성까지 갖춰야 하다 보니 솔직히 말해 인물난을 겪고 있다. 새정치연합 의원 중에서도 3분의 1 정도는 우리와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까부터 반(反)신자유주의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구체적으로 뭘 말하나.
▶이=크게 세 가지다. 우선 노동 유연성을 내세우는 비정규직·정리해고의 철폐가 우선이다. 둘째는 사유화·민영화된 부문에 대한 공공성의 회복, 셋째는 시장의 가치가 모든 영역에서 일상화·내면화된 것을 회복해 이윤·효율보다 인간·생명의 가치를 우선하는 것이다.
▶진=반신자유주의라는 어려운 표현보다 경제민주화란 표현이 국민에게 훨씬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결국 같은 의미라면 국민에게 익숙한 표현이 더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겠나.

-선거 때마다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가 나온다.
▶진=결국 여당에 어부지리를 줄 수밖에 없겠다는 판단이 든다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연대를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국민들이 무조건 단일화를 요구할까. 선거가 끝나면 남남으로 돌아서 비판하는 것보다는 ‘각각 자기 정체성을 갖고 선거에 나와 선택을 받으라’고 국민이 요구할 수 있다. 우리 사무총장이 ‘한 석만 이겨도 승리’라고 할 정도로 현 상황이 조심스럽지만 각자 정체성과 추구하는 가치로 국민의 심판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아직까진 당 방침이 없지만 이번 보선에서만큼은 안 할 것이다.

“대중이 급진론 어떻게 볼지 생각해봐야”
-국민모임의 일부 주장이 과격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선명성만이 진보의 가치인가.
▶이=지금 진보의 기준은 신자유주의 동의·반대로 구분돼야 한다. 그 기준에서 보면 새정치연합 구성원 상당수는 진보가 아니다. 경제민주화라는 주장은 모호하다. 우리는 좌클릭도 우클릭도 아니고 하(下)클릭이다. 진보·보수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지금 국민이 발 딛고 있는 현실, 눈물 흘리는 현실에서 출발하자는 거다.
▶진=우리 당엔 여러 이념적 스펙트럼이 있다. 우리는 진보정당이 아니고 중도개혁 정당이라고 계속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진보적 지향은 분명히 있고 그런 진보성은 강화돼 왔다. 야당에 선명성은 중요한 가치이지만 국민은 그보다는 생활의 문제들을 해결해낼 실력을 요구한다. 구호만 선명하다고 해서 지지받기는 어려운 시대다.

-새정치연합과 신당에 서로 조언이나 충고를 해준다면.
▶이=선거나 협상에서 여당이 만든 프레임 안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향후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호소력 있는 사람과 경제민주화 못지않은 획기적인 주장을 내세울 것이다. 야당 고유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서 정책 대결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다시 패할 수밖에 없다.
▶진=국민모임의 문제의식과 방향성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급진적·전투적 방법론이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한다. 한두 의석만으론 원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정 전 장관의 말처럼 ‘의사당 귀족이 안 돼야 하고, 반신자유주의 노선을 실천하면서 정책적 전문성도 가지는’ 그런 인물을 찾아서 내놓는 게 신당의 숙제다. (야권이) 새정치연합만으론 안 되지만 새정치연합 없이도 안 된다. 우리 당을 백안시한다든지 ‘끝났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건 과도하다.


정리=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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