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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브리티와 로봇의 시대, SM은 그런 세상을 준비한다”

『창발경영』의 저자 이장우(경북대 교수·왼쪽) 한국경영학회장이 지난달 25일 SM엔터테인먼트를 찾아 이수만 회장과 녹음실에서 창조산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성공의 핵심 역량을 저는 ‘기회추구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끈기와 정성이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됐다는 뜻이다. 예측을 통해 확률을 높이는 얘기를 했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를 어떻게 아는가.

[중앙SUNDAY 창간 8주년 기획] 이수만 회장과 이장우 교수의 창조산업론

“아버님께 들은 얘기가 있다. 기회라는 놈은 앞에는 머리가 길고 뒤는 대머리다. 그런 놈이 막 달려오는데 어떤 놈을 잡아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안목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회는 일생에 세 번 온다고 한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오는 것일까. 내가 보기엔 아니다. 평균 세 번이 아닌가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300번 오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한 번도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300번의 기회 중에서도 시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을 골라잡아야 한다.”

-그것을 잡는 안목은 어떻게 기르나.
“천재성이 있어야 한다. 제가 천재라는 게 아니라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관심 분야가 있다. 관심 가는 것에 포커싱을 하고 집중력을 쏟아부었을 때 열정이 된다. 열정은 일부러 만들어내거나 누가 주는 게 아니라 나의 관심과 노력 속에서 생긴다. 열정을 갖고 10년을 배우고 다시 10년간 그것을 시도하면 천재성이 생긴다. 나는 성공한 사람은 누구나 천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관심은 누구나 있다지만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언어라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타고났기 때문에 학습을 할 수 있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학교 교육이 제도적으로 보면 안 좋다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열정을 가지고 천재로 갈 수 있는 길이다. 50분 수업 받고 10분 쉬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굉장히 특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는 반드시 과거가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 맥락을 공부하는) 의무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열정이 생겨나고 그 열정 속에서 노력하면 천재는 만들어진다. 우리에게는 많은 천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경쟁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뜻한 바를 이루며 살도록 도와줘야 한다. 뜻과 의지를 분명히 세우면 관심이 생기고 집중과 열정이 이어져 천재성도 발휘된다. 그것이 제가 말한 ‘창발경영’의 핵심이기도 하다.
“교육이 잘돼야 한다. 단순히 A학점 맞는 교육이라기보다 자기가 관심 갖는 것에 집중할 수 있을 때 창의력은 절로 생긴다. 그런 사람이 만든 작품에서 우리는 새로운 오감을 느끼게 되고 그럴 때 문화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SM은 어떤 미래를 예측하고 있나.
“우리가 보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셀레브리티(유명 연예인)의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그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이고 더 커질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셀레브리티와 친밀해지고 네트워킹하고 싶어 한다. 그런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 하나는 로봇의 세상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첨단 테크놀로지와 문화 사이에서 로봇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우리는 4년 전에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2023년께면 인간과 흡사하고 지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로봇을 가정에서 사서 쓴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로봇의 세상에서 음악·동영상·SNS는 어떻게 될까. 또 그런 세상에서는 어떤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것인가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8년까지는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IT와 문화가 결합되는 로봇의 세상
-매우 흥미롭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SM타운의 예를 들겠다. SM엔터테인먼트가 만든 노래와 가수, 콘서트를 좋아하는 세계인들은 SM타운이라는 버추얼 네이션(Virtual Nation·가상 국가)의 국민이다. 자신이 선택한 나라고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다. 이들에게는 여권이 지급된다. 여권을 갖고 SM타운에 오면 여러 가지 혜택을 즐길 수 있다. 그 국민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거기 해답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고 반보 앞서 인내와 끈기로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반보 앞서 준비한다는 얘기는.
“엑소(EXO)의 경우 같은 곡을 한 팀은 한국에서, 한 팀은 중국에서 발표하고 활동한다. 전 세계에서 아무도 하지 않았던 콘셉트다. SM타운의 홀로그램 뮤지컬은 무대를 45도 각도로 기울인 투명 스크린에 영상을 투과하는 플로팅 방식으로는 세계 최초다. 이윤을 내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실험을 하기 위해 만들었다. 우리 아니면 아무도 못하니까. 그걸 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과감히 해본 것이다.”

-좋은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 텐데 영감은 어디서 얻나.
“책을 많이 읽고 신문을 많이 본다. 백트랙을 봐야 미래가 보이니까. 미래학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제 전공이 컴퓨터공학이다. 반도체에서 마이크로프로세스로 가는 것을 공부했다. 전기밥솥이나 냉장고의 자동 온도조절기같이 지금 쓰이는 것을 당시 공부했는데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에 익숙한 편이다. 로봇의 개념도 문화적으로 더 진화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이 정도 듣는 분들은 다 캐치할 거 같은데, 어쨌든 우리는 이제 그 싸움에 들어갈 거니까.”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시장의 단초를 얻은 것 같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그것은 중국 시장 중에서도 내수 서비스와 아시아 안방 시장 아닐까.
“정말 중요한 얘기다. TV나 스마트폰·로봇은 안방에서 사용하는 것들이다. 마켓은 안방에서 창출된다. 중국 사람들의 안방에 집중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야 천재가 모인다”
-이제 돈을 버는 것은 단순히 하드웨어를 통해서가 아니다. 리모컨 채널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셀레브리티 같은 문화 파워다.
“정확한 지적이다. 돈의 흐름이 가장 크게 돌아가는 곳에서 가장 큰 문화의 꽃이 핀다. 돈이 움직이지 않는 곳에서는 스타가 나올 수 없다.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의 자유경쟁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프로그램 제작비는 방송사가 들어오는 광고에 의해 결정하는데 광고 단가는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의해 고정돼 있다. 제작비의 70~80%만 제작비로 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규제가 문화의 꽃을 피우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디어렙이 있다고는 하지만 자유경쟁시대에 맞는 광고자유화 도입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중국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이나 일본은 방송사가 자체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중국에서도 외주제작 프로그램이 시청률 1등이다. 그런데 처음에 편당 4000만원인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올라가니 다음 회는 1억원으로 늘어났다. 광고가 붙으니까 바로 2억원짜리로 만들고 2~3년 사이에 무려 40억원까지 올라갔다. 우리가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해도 1억원짜리 프로그램으로 40억원짜리와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디어가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이런 규제 아래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문화의 꽃은 천재들이 피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야 열정적인 천재가 모인다.”

-그렇다면 중국 시장에 대한 전략은.
“CT(컬처 테크놀로지) 이전을 통한 공존이다. 캐스팅·트레이닝·매니지먼트 같은 것은 어차피 2~3년이면 금방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1등 할 사람에게 과감하게 전수해 준다. 하지만 프로듀싱의 경우 어떤 면에서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진일보한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핵심 기술로 갖는다. 중요한 것은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우리가 4500만이고 중국이 13억이다. 33%를 가져도 시장이 네 배 커진다면 100% 이상 늘어난다. 이게 국부(國富)로 이어지는 것이다. 중국 사장이나 1대 주주를 무서워하면 안 된다. 그걸 준비한 지가 15년 됐다. 올해는 중국에서 직접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원년이 될 것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이 그런 경우다. 이게 바로 ‘EXO’ 다음의 전략이고 제가 말하는 제 3세대 한류다. 한국은 안 보이는데 부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SM의 핵심 역량은 프로듀싱
-SM의 프로듀싱이 외국과 뭐가 다른가.
“우리는 10여 년 동안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다른 걸 만들어 왔다. 예를 들어 라이팅 캠프라는 걸 한다. 예전에는 작곡가 한 사람이 했지만 요즘에는 팀으로 한다. 또 예전엔 밴드들이 왔는데 지금은 신시사이저 컴퓨터로 만든다.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였던 테드 라일리도 우리에게 왔다. 물론 우리가 오퍼도 넣었지만 잭슨이 죽고 나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우리 음악을 듣고 우리를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 멜로디를 만드는 사람, 트랙을 만드는 사람, 사운드 에디터와 엔지니어, 가사 만드는 사람들이 팀을 꾸려 만들고 고치기를 반복한다. 또 유럽에서 전문가를 따로 데려오기도 하고, 한국 대표도 넣고, 우리 정서에 맞게 가사도 바꿔 넣고 하는 식이다. 세계 최고의 곡을 만들고 그것을 아시아에 맞게 변형하고, 그룹 색깔에 맞게 바꾸고 하는 능력은 우리가 아마 전 세계 1등일 것이다. 이런 프로듀싱이 우리가 갖고 있는 핵심 역량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중국에서 올해부터 방영되는 것인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시즌1에서 얼마짜리 프로그램으로 만들까 따지고 있는 중이다. 광고가 붙어도 단가가 얼마짜리인가가 관건이다. 미국의 수퍼보울 광고처럼 소비자의 오디언스에 따라 달라지는 거니까.”

-중국이 우리 콘텐트 회사를 통째로 사버리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그냥 팔아버리는 것은 저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송두리째 주는 것도 부가 될 순 있긴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같이 공조해서 회사를 만들고 기술도 전수해주고 대신 스톡을 가져오는 게 좋다. 미래에 그 가치가 몇 십 배, 몇 백 배 커질 때까지 남아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중국과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이 지켜지느냐다. 예를 들어 SM 춤 선생님이 가서 가르치기로 계약을 했는데 그쪽에서 ‘이 사람 이제 필요 없다’ 하고 계약을 무시하는 사례가 있다. 우리도 예전에 그랬지만 중국은 자본주의적 법이 체계화돼 있지 않아 이제야 소송을 받아들이는 정도다. 계약을 잘했다고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계약을 한 것은 아닌가, 기술력만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불안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런 부분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양국 정부는 계약 부분이 지켜지는지 자국 기업을 서로 보호해야 한다. 국가끼리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진일보할 것이다.”

배우고 경험하라, 그리고 즐겨라
-일자리 부족이 심각하다. 극단적 불확실성에 빠진 청년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스무 살까지는 확실히 배워야 한다. 집중할 수 있는 능력도 배우고 자기가 필요한 지식도 배워야 한다. 서른 살까지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해야 할 것 같다. 늦어도 서른 전에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찾고 정해야 한다. 취직에 대해서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보다 좋아하는 것을 해봐야 한다. 문제는 좋아하는 게 없는 경우다. 집중이 생겨나고 열정이 생겨나는 걸 겪어보지 못한 것이다.”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다. 공자님은 ‘아는 걸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라. 그게 아는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저도 모르는 건 꼭 물어본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모르는 것도 늘어난다. 그렇게 찾다 보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도 알게 되지 않을까.”


정형모·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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