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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의료 등 ‘포스트 오일’ 대비하는 중동과 잘 맞아

박근혜 대통령이 1일부터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중동 4개국 순방에 나선다. 경제협력 다각화를 위해서다. 이번 순방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왕세제(왼쪽)가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과 환담했다.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이 1일부터 9일간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중동 4개국을 순방한다.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제2의 중동 붐’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이번 순방에는 대규모 경제사절단도 동행한다. 기존의 전통적 협력 분야였던 에너지·건설 외에도 정보기술(IT)·보건의료·물류·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인들이 사절단에 포함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40여 년 전 중동 건설시장 진출로 1차 중동 붐을 일으킨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중동 전문가인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중동팀장, 김종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부소장과 함께 이번 박 대통령 순방의 의미와 한국의 중동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전문가 대담] 박 대통령 중동 순방 외교의 포인트

 -이번 순방에서 기대되는 성과는.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중동팀장=경제가 가장 큰 이슈다. 특히 경제협력의 다각화가 초점이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중동 국가들도 원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해외 신시장 개척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활성화도 포함돼 있다. 이런 전략에 맞아떨어지는 곳이 바로 중동이다. 중동 국가들도 ‘포스트 오일’ 시대 대비에 적극적이다. 석유산업 외 다른 분야를 육성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이런 양측의 기대가 맞물린 것이 이번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다. 특히 우리 중소기업들의 중동 진출 교두보 확보가 관심사다.
 ▶김종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부소장=박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아 중동을 처음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중국의 경우 최고 지도자가 집권 직후 중동과 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의 자원부국들을 방문한다. 이들 나라의 중요성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중동 지역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 중동에서의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이를 감안할 때 에너지 부국에 대해서는 좀 더 외교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경제협력 강화 방안은.
 ▶이=중동의 부국들이 추구하는 기업과 제품 수준은 서구의 기준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2011년 중동을 휩쓴 민주화 혁명인 ‘아랍의 봄’ 이후 방향을 틀고 있다. 정부 예산이 국민을 위한 복지 등에 많이 투입되다 보니 산업 다각화를 위한 비용을 적게 들이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바로 이런 요구에 딱 맞는 국가다. 기술 수준은 서구에 버금가지만 협력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다. 또 중동에서의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다. 의료 부문만 보더라도 예전에는 중동 환자들이 미국과 유럽 쪽을 선호했다. 최근에는 한국도 많이 찾고 있다. 우리 의료 서비스가 선진국 수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처럼 중동 국가들에 건설 이외의 분야에서도 한국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을 홍보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IT·환경·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15억 명에 달하는 이슬람권 인구를 감안할 때 시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중동과의 협력에 걸림돌은 없나.
 ▶김=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중동은 다른 지역과 달리 고유의 법률과 제도, 관행 등이 중시되는 곳이다. 서구와는 많이 다르다. 현지 상황을 제대로 모를 경우 시장 공략은 실패하기 쉽다. 더불어 상호 간 투자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에너지와 건설이 협력의 주축이었다. 사실 현재 양측 투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교역 규모 측면에서 볼 때 지난해 한국의 대아시아 교역액은 5456억 달러, 유럽은 1515억 달러, 중동이 1540억 달러에 달했다. 중동이 거의 유럽에 육박하고 있다. 유럽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중동이 유럽을 앞설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 규모에서는 한국의 대중동 투자가 지난해 10억 달러, 중동의 한국 투자는 2억2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눈앞에 당장 보이는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동 국가들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김=1980년대만 해도 중동은 공산주의 진영에 가까운 나라가 많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이 중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포용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에는 북한과 가까운 나라도 많았다. 이집트도 네 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에서 북한의 도움을 받았다. 현재 내전 중인 시리아도 전통적으로 북한과 친분이 두터운 국가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특히 김일성과 친했다. 그는 아들에게 “북한과의 유대를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이 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고 경제가 크게 발전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많은 중동 국가가 이제는 북한보다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가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중동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이=박 대통령이 순방하는 4개국은 모두 석유 수출국인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이다. GCC는 사우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협력기구로 다른 중동 국가들보다 친서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북한보다는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다. 순방을 계기로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지지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동의 한류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이=한류 문화에 대한 매니어가 있고 젊은 층에서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문화의 아류라고 생각하며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보수적인 왕정국가들의 지도층 인사들은 한류에 대해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서구 문화의 유입이 자신들의 통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류를 너무 앞세우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중동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우리의 기술 수준과 근로 정신을 강조해야 한다. 동남아와는 좀 다른 상황이다.
 ▶김=이와 관련해 2000년대 중반 사우디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한국 기업들에 시설 유지관리를 위한 원청 허가를 내준 것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이전까지 한국 기업들은 아람코의 원청을 받지 못하고 다른 나라 기업들로부터 일감을 위탁받는 하청업체에 불과했다. 아람코 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서구 기업보다 5%가 부족하다. 하지만 원청을 허가한 것은 기업과 근로자들의 열정과 근면성 때문이다. 이를 사우디 근로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원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아람코는 환경과 관련된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의 참여도 기대된다. 중동의 한류와 관련해서는 우리 시각을 좀 바꿔야 한다. 모든 중동 사람이 한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은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계층은 젊은 여성들에 국한돼 있다. 다른 사람들은 사실 한류에 별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젊은이 중에서도 상류층의 경우 한국을 잘 모른다고 한다. 따라서 한류가 시장 개척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를 구별해 차별적인 공략을 해야 한다.

 -중동에서 이슬람국가(IS)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의 10대 청소년이 최근 IS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박 대통령이 유념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안보협력이다. 중동을 경제 파트너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우리 청소년이 IS에 합류한 사건도 발생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안보협력과 정보교류를 위한 채널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중동에는 적지 않은 한국 기업과 교민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개적으로 추진하긴 어렵지만 방위산업 분야에서의 협력도 요구된다. 중동 국가들도 방위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무기를 이 지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비경제적 분야에서도 서로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 북한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동 지역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김=중동에선 국가 간의 협력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민간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질 등의 문제에선 특히 그렇다. 부족사회로 이뤄진 중동의 특성상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신뢰를 얻는다면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지에서 인도주의적 활동을 벌이는 비정부기구(NGO) 등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이럴 경우 국가 간 채널 외에도 민간 채널을 확보하게 돼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중동팀장. 서울대 경제학과. 영국 런던대학(SOAS) 경제학 박사. 이슬람권 경제 전문가. 저서로는 『이란의 정치 권력구조와 주요 정파별 경제정책』 『이슬람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구조와 위험요인』 등.

김종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부소장. 명지대 아랍어과 졸. 수단 옴두르만 이슬람대학에서 ‘코란의 명사구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중동 각국의 법과 문화 전공. 저서로는 『아랍 민주주의 어디로 가나』 등 다수.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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