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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과서보다 못한 유관순 교육, 부끄러운 일”





유관순기념사업회장 맡은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
건국훈장 3등급, 대통령 헌화대상 못 돼
3·1 만세운동 주도적 역할…최고 중형
日·북한 교과서에도 행적 소상히 기록

이혜훈(51)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이하 유관순사업회) 21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유관순사업회에서 여성 회장이 탄생한 것은 1947년 발족 이래 68년 만에 처음이다.



이 신임 회장은 26일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최근 고교 교과서에서 유관순 열사 관련 내용이 빠진 것은 유관순 열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심지어 일본 교과서에도 유 열사의 행적이 상세히 쓰여져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것은 후손인 우리로선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대통령의 헌화 대상에서도 유관순 열사가 제외돼있다”며 “추모제 때 마다 정부에서는 꽃 값이 든다는 핑계를 대면서 이마저도 시정하지 않고 있다”고 쓴 소리를 했다.



-첫 여성회장으로서 유관순 열사를 바로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가장 속상한 건 다른 민족열사들과 달리 유관순 열사는 법적으로 대통령 헌화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거다. 많은 민족열사들이 건국훈장 1등급에 추서돼 매년 추모제 때마다 대통령 명의로 꽃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관순 열사는 1962년 건국훈장 3등급을 추서 받는데 그쳤기 때문에 대통령의 꽃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신 순국 추모제 때 천안시장의 헌화를 받는 지방단위의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여성이라서 이런 측면이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이 많고, 저도 여성이라 이런 부분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정부 측의 입장은 뭔가.

“관련 부처에 유관순 열사의 품격을 상향 조정해 대통령의 헌화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서를 보낸 지 오래지만, 여전히 답이 없다. 정부에서는 꽃 값이 든다는 핑계를 대면서 아직도 안 해주고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유관순열사기념관 앞에서 추모제를 할 때 그 현장에 꽃 하나 주면 되는 거다. 꽃 값이 5만 원밖에 안 하지 않나. 그게 아깝다니 정말 안타깝다.”



-유관순 열사의 업적이 과소평가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유관순 열사는 다른 민족열사보다 독립 운동 과정에서 훨씬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애국심도 더 투철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내 생각만이 아니다. 유관순 열사는 3ㆍ1운동 관련해서 일제로부터 처벌받은 사람 중에서 가장 강도 높은 중형을 받았다. 당시 독립선언서의 민족대표였던 손병희 선생만 해도 3년형을 받았는데, 유 열사는 초심에서 5년형을 받았다. 나중에 3년형으로 감형됐다. 이는 일제가 보기에도 유관순 열사가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가장 강하게 저항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역사교과서 누락 논란 아연실색할 일



-최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유관순 열사 관련 내용이 빠진 게 논란이 됐다.

“지난해 이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 역사교과서 8종 중에 본문에 유관순 열사의 행적을 제대로 수록한 건 1종밖에 없었다. 너무나 부끄럽기 짝이 없고, 아연실색할 일이다. 일본만 해도 역사교과서 7종 중에 4종에 유관순 열사의 항일독립운동 행적에 대해 소상히 담고 있다. 유관순 열사의 수의복 입은 사진도 나와 있다. 북한 교과서조차 유관순 열사의 행적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고등중학교 6학년 역사교과서에는 ‘16살의 여학생인 류관순은 재판정에서도 재판의 부당성을 견결히 단죄하였으며 감옥 안에서도 굴함 없이 싸우다가 희생됐다’는 내용 등이 자세히 나온다.”



-일각에선 “유관순 열사는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는데.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게 당시 공주지방법원에서 재판 받았던 기록물, 경성 복심법원에서의 재판 기록문이 다 남아 있다. 또, 수감 당시 사진을 포함해 각종 기록들도 남아 있다. 이걸 어떻게 친일파가 조작했다는 거냐. 또, 유관순기념사업회가 처음 발족할 때 조병옥 박사가 명예회장이었고, 이승만, 김구, 서재필, 최현배, 정인보 선생 등 민족 최고의 지도자들이 고문과 이사직을 맡았다.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주장은 있을 수가 없는 얘기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나중에 관련 발언을 한 교수가 사과하고 사죄문을 실었다.”



-교과서 내용은 어느 정도 개선됐나.

“역사교과서 8종 중에 4종에선 유관순이란 이름도 거론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말 유관순 열사 사진을 게재하는 등 일부 내용이 수정됐다. 첫 발은 뗐지만 이거로는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단순한 사실만 기록해선 유관순 열사의 애국심이 전달되는 게 어렵다. 세세한 스토리를 알아야 마음속에 ‘아! 이렇게 나라를 사랑하는 선조들 때문에 우리나라가 독립국이 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게 진정한 교육이 아니냐. 시험 보듯이 단답식으로 찍어내는 것만으론 교육이 아니질 않나.”





초등학생 때 유언 읽고 눈물 흘려



-유관순 열사는 어떤 인물인가.

“굉장히 강인하고 충절의 애국심이 어떤 독립투사보다 더 강했다. 한번 결심하면 어떤 고문이나 숱한 회유에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대단했다.”



-실제 사례를 든다면.

“투옥 당시 유관순 열사는 심한 고문을 많이 당했다. 다른 민족대표나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민족 열사들은 재판에 상고도 하고, 형량이 부당하다며 감형을 요청했는데도 유관순 열사는 그러지 않았다. ‘조선 천지 어디 감옥이 아닌 곳이 있느냐, 나라의 독립이 없는 상태에서는 어디나 감옥’이라며 상고를 거부했다. 또 ‘일제는 나를 재판할 권한이 없다. 너희는 침략자고 우리 땅에 와서 우리 부모를 죽이고 나쁜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너희가 죄인이지 우리가 죄인이 아니다. 우리를 재판할 권리가 없다’고 재판장에서 역설하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어록은.

“유관순 열사는 유언에서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코와 귀가 잘리고, 내 손과 발이 다 부러져도 그 고통은 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국을 잃은 그 슬픔만은 도저히 잊을 수 없다. 나라에 바칠 수 있는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초등학생 때 이 유언을 읽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애국심은 다른 민족열사에게서도 본 적이 없다.”





단순 가담 아닌 만세운동 주도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행적이나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서대문 형무소 수감 시절 3·1운동 1주년이 되는 1920년 3월 1일 정오에 옥중에서 3000명의 재소자들을 모아 3·1 운동을 재현하며 독립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확인된다.”



-현 세대가 유관순 열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유관순 열사는 민족열사 중에서 가장 애국심이 투철하고 강한 인물이다. 유언이나 감옥에서의 행적을 보면 일제의 협박이나 고문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낸 분이다. 다른 남자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여성이 하기에는 몇 십 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그걸 다 이겨내고 이뤄냈다는 것, 우리가 기억하고 바로 알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유관순 열사가 현 세대들에게 역사적 재조명받을 수 있도록 사이버 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유 열사의 애국충정을 보여주는 어록을 문구나 휴대폰 고리 등에 새겨 학생들에게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또, 국위선양청소년 봉사단을 확대해 순국선열 위패 닦아주기 봉사활동 등도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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