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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카드'의 이 남자, 방송의 판을 바꾸다

세계의 ‘미드(미국 드라마)’ 팬들에게 지난달 27일(미국시간)은 특별한 날이었다. 공전의 히트를 친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시즌3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일반적 상황이라면 ‘본방 사수’를 위해 매주 같은 시간 TV 앞에 대기해야 할 터. 하지만 이 드라마 팬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스마트TV, 태블릿, PC, 게임기 등으로 27일 이후 언제든 드라마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총 13개의 시즌3 에피소드 전체를 한꺼번에.



세상을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46〉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겸 CEO 리드 해스팅스
스트리밍으로 돌풍, 콘텐트까지 욕심
"비즈니스는 늘 10년 뒤 상상해야"
인재 챙기는 메이저리그식 기업문화
유명 변호사 자제지만 독특한 이력
외판원, 군인 거쳐 아프리카선 교사
"내겐 창업이 큰 도전 아니었다"

이것이 가능한 건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사이자 배급사가 넷플릭스(Netflix)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미국에 기반한 온라인 TV 네트워크 기업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Over The Top) 업체이기도 하다. 스트리밍이란 음악·동영상 등 각종 콘텐트를 즉각 재생하는 기술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들을 통해 대기 시간이나 용량 제약 없이 콘텐트를 즐길 수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글로벌 방송 산업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꿔가고 있는 것이 넷플릭스다.



1997년 창업한 넷플릭스는 애초 DVD 대여업체였다. 그러던 것이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로 변신했고,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 론칭을 기점으로 콘텐트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2019년까지 오리지널 드라마를 매년 20편씩 선보이고, 궁극적으로는 세계 최대 콘텐트 공급자가 되려 한다. 현재 가입자는 50개국 5700만 명. 향후 2년 내에 150개국에 추가 진출할 계획이다. 광고 없이 회비로만 2014년 4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각국의 지상파 방송, 케이블TV 사업자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공격적 투자와 파격적 변신을 이끌어온 이는 ‘미디어 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리드 해스팅스(Reed Hastings·54)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별난 이력, 독특하고 독보적인 기업 문화 구축으로도 유명하다. “TV는 말과 같다. 자동차가 나올 때까지만 유용했다. TV 방송 시대는 2030까지만 지속될 것이다.” 이런 센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해스팅스는 미국 보스턴 시에서 저명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교 졸업 뒤 1년간 진공청소기 외판원으로 일했는데 단지 그 일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보든 칼리지 수학과에 진학한 것도 “추상적 개념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발견한 때문”이었다. 대학 졸업 뒤 돌연 해병대에 입대해 소대장 양성 코스에 들어간다. 2년을 콴티코 기지에서 보낸 뒤 조기 전역한다. 이번에는 평화봉사단 합류를 위해서였다. 그는 남부 아프리카 스와질랜드에서 3년 남짓 교사로 일했다.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몇 푼 안 되는 돈을 들고 히치하이킹으로 아프리카를 가로질러본 사람에게 창업은 그리 큰 도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86년 미국으로 돌아온 해스팅스는 스탠퍼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는다. 짧은 직장생활 뒤 91년 첫 회사를 만든다. 그가 창업한 퓨어소프트웨어는 가파른 성장을 했다. 97년 회사를 팔아 7500만 달러를 거머쥔다. 분명 큰 성취였지만 그는 외려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경영 능력이 부족하며, 회사의 관료화를 피하지 못했다는 점을 뼈아파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성찰에 몰입하는 한편, 자산의 일부를 떼네 공교육 혁신을 위한 재단을 설립했다. 그리고 다시 창업에 나섰다. 넷플릭스였다.



넷플릭스 성공 신화의 첫머리에는 늘 해스팅스가 영화 ‘아폴로13’ 비디오의 반납 연체료 40달러를 무는 과정에서 새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전 로이터통신 기자 지나 키팅은 저서 『넷플릭스드(Netflixed, 2012)』에서 넷플릭스의 또 다른 공동 창업자이자 초기 CEO였던 마크 랜돌프의 증언을 빌어 “이는 마케팅 효과를 염두에 둔 해스팅스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어쨌거나 넷플릭스는 새로운 비디오 대여사업 모델을 제시한다. 월정액 회원이 온라인으로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면 우편으로 DVD를 보내준다. 회원은 영화를 다 본 뒤 처음 배달됐던 봉투에 DVD를 담아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연체료는 없다. 대신 DVD를 반납해야 새 작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회원 스스로 부지런을 떨게 된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각 회원의 취향을 분석해 그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화 서비스는 현재도 넷플릭스의 주요한 강점이다.



넷플릭스의 사업모델은 돌풍을 일으킨다. 결국 세계 최대 비디오 대여 체인 블록버스터를 파산의 길로 이끈다. 2007년에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창업 당시엔 내가 꿈꾸는 인터넷TV를 실현할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 모든 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다. 비즈니스는 늘 10년 뒤를 상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잘 나가던 사업은 2011년 큰 풍파를 겪는다. 사양세인 DVD 대여사업을 축소하고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을 60%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가입자 80만 명이 이탈하고 주가는 4분의 1로 떨어졌다. 포춘은 2010년 ‘올해의 기업인’ 1위였던 헤스팅스에게 그 해 ‘최악의 기업인’이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하지만 (소비자와의 소통 방식엔 다소 문제가 있었으나) 해스팅스의 결단은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 중심 기업이 됨으로써 국경 없는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월 7.99~11.99달러에 광고 없이 원하는 영화와 TV프로그램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시스템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명품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가입자 수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성과의 바탕엔 넷플릭스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회사를 마치 메이저리그 야구단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직원에겐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한다. 휴가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대신 반드시 A급 직원이어야 한다. ‘무난하게’ 일하는 직원은 가차없이 해고한다. 대신 업계 최고 수준의 퇴직수당을 준다. 사내 교육 프로그램 같은 건 없다. A급 직원들은 탁월한 동료들과 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 인재를 뽑아 많은 책임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해스팅스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직원을 통제(contral)하기보다는 전략, 목표, 역할 정의 같은 맥락(context)을 제대로 설정하고 교육하는 것이야말로 뛰어난 관리자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2011년 온라인에 공개한 ‘넷플릭스 문화: 자유와 책임(Netflix Culture: freedom and responsibility)’이란 제목의 내부자료에는 이 같은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자는 이를 두고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문서”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오늘날 넷플릭스의 성공을 이끈 건 “기업가정신을 잃지 않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려는 해스팅스의 집념과 가차없는 실행이었던 셈이다.



이나리 제일기획비욘드제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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