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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의 자연사 이야기] 생존 위한 귀가 음악 즐기는 귀 되기까지 3억 년 걸려

파충류의 방형뼈와 관절뼈의 주요 역할은 아래턱과 두개(頭蓋)를 엮어주는 것이다. 동시에 소리를 속귀로 전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포유류로 진화하면서 두개의 뼈들이 굳게 봉합돼 하나의 두개골로 뭉치게 되자 방형뼈와 관절뼈는 역할을 잃고 가운뎃귀에서 소리 진동을 전달하는 모루뼈와 망치뼈가 됐다.

우주에서 눈의 탄생만큼 극적인 사건도 없다. 137억 년 전 빅뱅(Big Bang)으로 우리 우주가 탄생했다. 46억 년 전 우주먼지가 뭉쳐서 지구가 생겼다. 8억 년에 걸친 불덩이 지구가 식고 표면에 얕게 바다가 덧칠해진 38억 년 전에야 마침내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다. 생명체가 눈을 뜨기까진 다시 33억 년이 걸렸다. 지금부터 5억 5300만 년 전 삼엽충이 방해석으로 만들어진 눈으로 빛을 보면서 마침내 고생대 캄브리아기(期)가 시작된 것이다. 자연사박물관의 전시는 대부분은 바로 이 시점부터 시작된다.

『성서』의 ‘창세기’는 신이 “빛이 있으라”라고 명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나는 성서를 읽으면서 “빛은 없었지만 소리는 있던 것일까” “그 소리는 어떤 매질(媒質)을 통해 전달됐을까” 따위의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소리는 당연히 들리는 것이며, 소리를 전달하는 공기는 원래 있는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소리를 듣는 귀는 도대체 언제쯤 생겼을까.


귀는 물고기의 옆줄에서 시작됐다는 가설

영국의 찰스 다윈이 진화이론의 토대만 세운 것은 아니다. 그는 4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지렁이의 일생을 깊이 연구했다. 특히 그는 지렁이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1837년 다윈은 화분에 키우는 지렁이에게 파곳(바순과 비슷한 악기)을 가까이 댄 다음 가장 낮은 음을 연주했다. 지렁이가 깜짝 놀랄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이미 지렁이 앞에서 플루트와 피아노를 연주한 바 있어서다. 지렁이는 어떤 악기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았고, 고함소리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다윈은 1859년 『종의 기원』을 출판한 지 20여년이 지난 1881년에야 출간한 『지렁이의 행동 관찰을 통한 농토 형성』에서 이렇게 결론지었다. “지렁이에겐 어떠한 청각기관도 없다”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일어나는 진동을 감지하는 옆줄이 있어서 어둠 속에서도 산호초에 부딪히지 않고 작은 틈새로 헤엄칠 수 있다. 옆줄과 귀는 진화적 기원이 같다.

청각이란 소리를 듣는 감각을 말한다. 소리란 보이지 않는 공기의 진동이다. 음악이 나오는 스피커에 손을 가까이 대보면 느낄 수 있다.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졌을 때 보이는 물결처럼 소리의 진동은 공기 중에서 퍼져나간다. 이렇게 전파되는 소리의 진동을 동물이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감각이 청각이다.

소리엔 무게가 없다. 하지만 ‘쿵’ 하는 소리만으로도 무거운 무언가를 알아차릴 수 있다. 소리를 통해 포식자의 크기를 유추하는 능력은 우리 조상뿐만 아니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든 생물들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단 예민한 청각을 가진 동물은 곤충류와 척추동물뿐이다.
그렇다면 척추동물의 귀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과학자들은 19세기부터 척추동물의 귀의 진화적 기원은 무엇이며, 그 기원에서 현대 포유류의 귀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했는지 탐구했다.

첫 번째 견해는 1882년에 나왔다. 마이저(Mayser)는 물고기의 몸 양옆에 있는 옆줄(側線)에서 귀가 나왔다고 제안했다. 옆줄은 흐르는 물의 압력을 감지한다. 물속에서 무엇이 움직일 때 생기는 낮은 진동이나 수압의 변화를 감지한다.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가 부딪히지 않고 작은 틈에도 재빨리 들어가며 깊은 암흑 속에서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이 옆줄의 역할 덕분이다. 옆줄은 포식자의 위치를 알려줘 위험을 예방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5년 후엔 실제로 옆줄과 귀가 발생하는 배아(胚芽)의 위치가 같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옆줄 가설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엔 옆줄에서 귀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옆줄과 귀의 기원이 같다는 데는 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척추동물의 육상 진출과 속귀의 진화

귀는 멀리 있는 상대와 소통하며 위험을 감지하고 자기를 둘러싼 환경을 파악하며 소리뿐만 아니라 평형감각도 제공하는 기관이다. 이를 위해 수많은 부품들이 집합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복잡한 구조와 다양한 유용성 외에도 귀는 진화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형성된 감각기관이란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귀의 가장 분명한 목적은 소리를 감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리는 매질을 통과하는 압축파장에 불과하다. 압축파장은 공기뿐만 아니라 물과 땅에서도 전파된다. 심지어 공기에서보다 전파가 더 잘 된다. 물과 암석의 농도가 공기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청각은 매질(공기ㆍ물ㆍ땅)에서 일어나는 진동에 동물 몸의 일부가 공명(共鳴)을 일으킬 때 발생한다. 이 공명은 뇌가 해석할 수 있는 전기신호로 변환된다.

발생 초기 단계에서 배아가 양막을 지닌 네발동물을 양막류(羊膜類, Amniota) 또는 유양막류(有羊膜類)라 부른다. 파충류ㆍ와 조류ㆍ포유류가 여기에 속한다. 양막류는 아가미 없이 허파로 호흡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또 어류에서 시작해 원시 양서류를 거쳐 양막류로 진화했다.
양막류의 속귀(內耳)는 고생대 데본기(약 4억 2000만~3억 6000만 년 전) 초기 양서류에서 시작됐다. 양서류와 어류가 압력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 쓰는 옆줄이 양서류에 와서 속귀로 진화하기 시작했는지, 아니면 양서류에서 속귀가 독립적으로 발생했는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어쨌든 원시 양서류와 어류가 소리를 듣는 방식이 비슷했다.

원시 양서류의 귀는 우리 귀보다 훨씬 간단했다. 원시 양서류와 도롱뇽 같은 일부 현생 양서류는 땅과 물의 진동을 받아들여 소리를 듣는다. 온몸으로 소리를 받아들이는데 뼈처럼 밀도가 높은 부분에서 특히 잘 받아들인다. 진동은 몸을 통해 속귀로 전달된다.

원시적인 속귀엔 밀도가 높은 치밀뼈로 둘러싸인 액체가 가득한 영역이 있다. 전달된 진동에 치밀뼈가 공명하면 진동이 액체에 전달된다. 액체 영역엔 작은 털이 있어서 액체의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꿔준다. 전기신호는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고 뇌는 전기신호를 다시 소리로 해석한다. 물속에선 이런 단순한 구조이면 충분했다. 물속에선 진동에너지가 커서 치밀뼈를 잘 진동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기 속에선 진동에너지가 훨씬 작아 단순한 구조만으론 소리로 해석되기 힘들다. 실제로 현생 도롱뇽 같은 양서류들은 땅에 두개골을 대고서 진동을 받아들인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척추동물들은 땅 위로 기어오른 직후에 첫 번째 단계의 속귀를 가졌던 것은 분명하다.

양막류에 속하는 파충류는 고생대 석탄기(약 3억 6000만~3억 년 전) 중기에 양서류에서 진화했다. 파충류가 나타날 무렵 양서류의 청각기관은 복잡해졌다. 하지만 아직 공기 속에서 듣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파충류의 귀에 달팽이관(蝸牛殼)이 생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달팽이관 안에 유모세포(有毛細胞)가 점점 더 많아지면서 더 선명한 소리 해석이 가능해졌다.


3억 년 걸린 귀의 진화 여정

더 중요한 발전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약 2억 3000만~1억 8000만 년 전)에 이뤄졌다. 바로 고막(鼓膜)의 탄생이다. 고막은 파충류와 다른 양막류 동물에서 독립적으로 발생했다. 이제 귀엔 속귀와 더불어 가운뎃귀(中耳)가 추가됐다. 양막류 동물들은 가운뎃귀 덕분에 공기 속에서의 진동을 훨씬 더 선명한 소리로 감지할 수 있게 됐다.

고막은 속귀와 바깥 세계를 분리시켰다. 공기가 진동하면 고막 역시 진동한다. 이 진동이 등자뼈라고 하는 작은 뼈에 전달된다. 등자뼈는 액체가 가득한 영역을 감싸고 있는 치밀뼈를 진동시킨다. 그러면 유모세포들이 액체의 진동을 감지하고 신경을 통해 뇌로 전기신호를 보낸다. 고생대 석탄기에 파충류로부터 최초의 포유류형 파충류(포유동물과 비슷한 파충류)가 진화했다. 포유류형 파충류는 포유류보다 파충류와 닮은 점이 더 많았다. 진정한 포유동물은 트라이아스기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포유류형 파충류와 포유류를 구분하는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속귀에 있다. 포유류의 속귀엔 망치뼈(추골)ㆍ모루뼈(침골)ㆍ등자뼈(등골)이라고 하는 연속적인 세 개의 뼈가 있다. 이 뼈 덕분에 포유류는 광범위한 영역의 주파수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소리를 통한 소통에 있어 엄청난 진전도 가능해졌다. 같은 시기에 고막도 양막류 동물의 각 갈래에서 독립적으로 발생했다. 포유류에선 더욱 특화된 유모세포가 발달하면서 소리의 선명도가 더 높아졌다.

포유동물은 크게 우리와 같은 태반(胎盤)류, 캥거루 같은 유대(紐帶)류, 오리너구리 같은 단공(單孔)류로 분류된다. 태반류와 유대류 같은 일부 포유류에서 달팽이관은 나선 모양으로 꼬였다. 단공류에선 이런 일이 중생대 백악기(1억 5000만~6500만 년 전)에야 일어난다. 백악기가 끝을 향하고 있을 무렵 양막류 동물들의 귀는 거의 완성됐다. 귓바퀴와 바깥귀길(外耳道)로 이뤄진 바깥귀(外耳)가 추가됐다. 귓바퀴는 바깥쪽으로 돌출된 부분인데 거의 모든 포유류에 있다(물개는 귓바퀴가 있고 물범은 귓바퀴가 없다). 귓바퀴는 소리를 모아 바깥귀길로 보내줄 뿐만 아니라 소리가 발생한 방향을 더 쉽게 알아차리도록 한다.

신생대 6500만 년 동안 귀는 새로운 것을 발달시키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부분을 특화시키는 방향으로, 제한적으로 진화했다. 현생 포유류의 귀엔 온갖 진화의 결과가 모두 축적돼 있다. 덕분에 들을 수 있는 범위가 주파수(소리의 높낮이)와 진폭(소리의 세기) 양쪽에 걸쳐서 아주 넓다. 우리 인류의 귀가 바로 그렇다. 귀는 눈과 달리 모든 방향에서 오는 현상들을 감지할 수 있다. 또 위험을 경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악을 즐기고 소통하는 결정적인 방법으로 귀를 사용한다.

포식자의 접근을 알려주는 원시 양서류 귀에서 음악을 즐기는 인류의 귀로 진화하기까지는 3억 년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는 환상적인 여정이었다.


사진 설명
왼쪽그림 제목 = 파충류의 귀
dentary = 아래턱뼈
inner ear = 속귀
stapes = 등자뼈
eustachian tube = 유스타키오관
quadrate = 방형뼈
articular = 관절뼈

오른쪽 그림 제목 = 포유류의 귀
dentary = 아래턱뼈
inner ear = 속귀
stapes = 등자뼈
eustachian tube = 유스타키오관
incus = 모루뼈
articular = 망치뼈

이정모 연세대 생화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본 대학교에서 공부했으나 박사는 아니다. 안양대 교양학부 교수 역임. 『달력과 권력』 『바이블 사이언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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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