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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에 담긴 34억 원짜리 명화

사설 2012년 국내 고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34억 원에 낙찰된 ‘퇴우 이선생 진적첩’에 들어있는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 [사진 중앙DB]


을미년 설의 연령별 평균 세뱃돈은 얼마였을까. 한 결혼정보회사 조사에 따르면 미취학 어린이 1만 원, 초등학생 2만 원, 중학생 3만~4만 원, 고등학생 5만 원,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은 5만~10만 원이었다. 평소엔 무심코 쓰지만 나눠줄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며 빳빳한 신권(新券)을 어림하다보면 돈 생김새를 들여다 볼 때가 있다.

신명품유전



현재 유통되는 한국은행 발행 지폐는 1000원 권, 5000원 권, 1만 원 권, 5만 원 권 네 종류다. 세뱃돈에 주로 쓰이는 1만 원 권은 1973년, 5만 원 권은 2009년부터 찍어냈다. 10만 원 권이 나온다는 얘기도 수년 째 떠돌고 있다. 한국 지폐에는 역사적 인물이나 국보·보물급 문화재가 주로 담긴다. 앞면에는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 초상이 관련 그림과 함께 배치됐다. 그럼 뒷면에는 지폐 뒤에도 뭔가 그려져 있던가.



2012년 9월 우리 돈에 디자인된 조선시대 회화 한 점이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서울 K옥션 가을경매 출품작 한가운데 1000원 권 지폐 한 장이 놓였다. 이 경매의 최대 관심사인 국가 지정 보물 제585호 ‘퇴우 이선생 진적첩(退尤 二先生 眞蹟帖)’ 때문이었다.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의 글이 나란한 이 16면(표지 2면 포함) 서화첩에 겸재 정선이 1746년 그린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 등 진경산수화 네 폭이 곁들여졌는데, 1000원 권 지폐 뒷면에 담긴 그림이 ‘계상정거도’다. 지갑을 열어 한 번 들여다보시라.



‘계상정거도’는 세상에서 물러나 시냇물 흐르는 곳 위에 자리 잡고 고요하게 머무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란 뜻으로 도산서당의 실물을 짐작케 한다. 이황의 호인 퇴계(退溪)와 상응하는 마음이 어려 있다. 경매 출품 소식이 전해지면서 고미술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아 프리뷰(경매 출품작을 미리 살펴보는 전시) 때부터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경매가 열린 날 오후 ‘퇴우 이선생 진적첩’이 나오자 팽팽한 긴장 속에 응찰이 오가며 호가가 단숨에 30억 원을 넘어서더니 34억 원에 한 전화 응찰자에게 낙찰되었다. 국내 고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이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낙찰자 신분을 밝히지 않는 관행에 따라 이 명품의 새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두어 달 뒤 결국 새 소장자가 베일을 벗었다. 문화재청이 보물의 소유권 변경 신청을 낸 삼성문화재단에 ‘보물 지정서’를 재교부하며 이 사실을 고지했기 때문이다. 가져갈 만한 임자가 가져갔다는 평과 함께 삼성미술관 리움의 컬렉션이 더 힘을 받게 되었다.



‘계상정거도’가 삼성 수장고에 들어간 지 2년 6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내거나 관련 연구 결과 등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근래 친견(親見)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 아쉬우나마 지갑 속 1000원 권 뒷면을 감상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정재숙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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