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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 원인 제공자는 이혼청구 못해' 유책주의도 흔들

의사인 A씨(66)는 부인 B씨(66)와 25년째 별거 중이다. 최근 10여 년간은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당연히 양쪽 집안에 길흉사가 있을 때도 참석한 적이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은 법적으로 부부 사이다.



"혼인 지속 가능한지가 더 중요"
대법원, 4월 공개변론 열기로

 A씨가 이혼 소송을 처음 낸 건 1997년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부부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은 잦은 외박 등을 한 A씨에게 있다”며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A씨는 별거 상태를 유지하다 2012년 다시 이혼소송을 냈다. 1, 2심 법원은 “귀가를 거부하며 부부간의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A씨”라며 또다시 기각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A씨 사건 등 이른바 ‘유책주의’ 이혼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이르면 오는 4월 열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통적인 가족 구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어 공개변론 등을 통해 심도 있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간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고수해왔다. 65년 ‘첩을 얻은 잘못이 있는 남편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판결이 첫 유책주의 판례다. 남녀관계가 상대적으로 불평등했던 시대상을 고려한 판결이었다. 이후 ‘상대방이 정당한 사유 없이 오기 또는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청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볼 사정이 있는 특수한 경우에만 이혼을 허용하는 판결이 드물게 나왔을 뿐이다.



 하지만 파탄주의 입장을 담은 하급심 판결이 최근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주로 민법 840조가 규정한 이혼 요건 중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6호 조문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9월 유책배우자인 서모씨가 아내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이혼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서씨가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등 부양의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지만 그 잘못이 이혼청구를 배척할 정도로 중하지 않다”며 “장기간 별거로 혼인관계가 파탄 난 만큼 이혼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결 경향은 지난 26일 헌법재판소가 62년간 유지해온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 임채웅 변호사는 “이혼을 허락 안 한다고 해서 부부가 다시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현대적 가족 개념에 맞춰 판례를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유책주의·파탄주의=유책(有責)주의는 법원이 결혼생활 파탄에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가 낸 이혼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뜻한다. 반면 파탄(破綻)주의는 결혼생활 자체가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난 경우라면 누구 잘못이 큰지를 따지지 않고 이혼을 허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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