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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31개 → 136개 … 커피점 지금 내도 될까요



2007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가 최근 사업차 한국을 찾은 남상은(47)씨. 서울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거리 풍경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다. 서울 강남역에서 동쪽으로 삼성역에 이르는 테헤란로 3.3㎞ 구간에 줄줄이 늘어선 커피전문점이 바로 그것이다. 남씨는 “빽빽하다고 할 정도로 커피전문점이 많은 데 놀랐다. 저렇게 많은 커피전문점이 경쟁을 하는데 과연 비즈니스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뉴스 속으로] '커피공화국' 대한민국
서울 강남역~삼성역 3.3㎞ 구간
커피 매장 9년 새 4배 넘게 늘어
99년 처음 문 연 스타벅스가 선구자
합리적 가격의 이디야 선호도 최고
점포 수 한계에 다다른 시장 성숙기
창업 땐 주변 여건 꼼꼼히 따져보길



 본사 취재팀이 최근 테헤란로 3.3㎞와 그 일대를 걸어다니며 지도에 표시해보니 스타벅스가 28개, 커피빈 25개, 이디야커피 16개, 카페베네와 파스쿠찌가 각각 13개 등 대형 브랜드 커피전문점만 136개에 달했다. 취재팀이 본지(2006년 2월 21일자 E1면)에 실렸던 테헤란로 커피전문점 분포도와 비교한 결과 커피전문점은 당시 31개에서 10년도 안 돼 100개 이상 늘어난 것이다. 중소형 브랜드 또는 개인이 차린 커피전문점까지 합칠 경우 200개를 훌쩍 넘는다.



 136개의 커피전문점을 환산해보면 테헤란로 25m마다 커피전문점이 하나씩 줄지어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남씨의 걱정처럼 이 많은 커피전문점에 파리가 날리는 것도 아니다. 테헤란로가 오피스상권의 대표거리인 만큼 점심 식사 후엔 앉을 자리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여전히 커피전문점은 돈 되는 사업인가. 혹 이미 포화상태는 아닌가. ‘커피공화국’의 진실을 따져봤다.



 ◆하루가 멀다고 늘어난 커피전문점=현재 국내 커피전문점 매장 수는 1만5000개에 육박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를 포함한 전체 커피시장은 연관산업까지 합쳐 6조원으로 추산된다.





 커피전문점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원두커피 시장은 아직도 성장할 여지가 있어 낙관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수많은 커피전문점 중에서도 상위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스타벅스를 비롯해 커피빈·이디야커피·엔제리너스·투썸플레이스·할리스·카페베네·탐앤탐스·파스쿠찌 등 상위 8개 브랜드는 적게는 500개에서 많게는 1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매장 수를 모두 합하면 5000여 개에 이른다. 이렇게 많아지다 보니 한국인들의 커피 섭취 빈도가 김치와 쌀밥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단일 음식으로는 커피의 주당 섭취 빈도가 12.3회로 가장 높았다. 이는 1인 기준으로 하루에 2회 가까이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이 같은 주당 소비빈도는 배추김치 11.8회, 잡곡밥 9.6회, 쌀밥 7회 보다 높은 수치다.



 조 엘린저 한국맥도날드 대표는 “한국인들은 저녁에도 술 대신 커피를 마시는 등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하루 종일 커피를 찾는다”며 “가히 ‘커피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커피공화국’이 되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는 단연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1999년 국내 1호점을 이화여대 앞에 내자마자 이른바 ‘신드롬’을 일으키며 커피 문화의 선구자로 등극했다. 다방 위주였던 국내 커피문화에 ‘커피전문점’이라는 새로운 업태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또 다른 외국 브랜드인 커피빈(2001년)이 등장했고 할리스(1998년), 엔제리너스(2000년), 이디야커피(2001년), 탐앤탐스(2001년) 등 국내 브랜드들도 점차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8년 카페베네의 등장은 국내 커피업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실제 2009년 국내 커피시장은 2조3000억원(닐슨 데이터 및 주요 커피전문점 매출 기준) 규모로, 2008년(1조7800억원)에 비해 23%나 성장했다. 카페베네와는 다른 콘셉트로 성장한 브랜드가 이디야커피. 이디야는 고급화 전략 일색이던 커피전문점 업계에 실속과 합리를 강조했다. 임대료가 비싼 중심 대로에서 한 블록 정도 뒷길에 매장을 여는 ‘서브 스트리트 전략’으로 가맹점주와 고객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디야는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지난 22일 한국소비자원이 커피전문점 고객을 대상으로 벌인 선호도 조사에서 종합 1위에 올랐다.



 ◆지금 커피전문점을 차릴 것인가=커피전문점은 은퇴자들의 창업아이템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베이비부머’가 은퇴 후 창업에 나선 2000년대 말부터는 ‘치킨’ 프랜차이즈를 밀어내고 제1의 창업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국내 커피업계 종사자들은 이제 시장이 성숙기에 돌입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의 급성장은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2010년 8.9%이던 스타벅스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7.5%로 1.4%포인트 하락했다. 2012년과 2013년 영업이익률도 각각 6.3%, 6.7%에 그쳤다.



 SPC그룹의 강두호 파스쿠찌 사업부장은 “마시는 커피 양으로만 보면 수요가 더 있겠지만 점포수로 보면 한계에 다다랐다고 본다”며 “커피에 대한 열정이 없는 개인에겐 결코 권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종욱 카페베네 차장도 “커피시장을 장밋빛 시장으로 본다거나 프랜차이즈 하나 믿고 들어가면 오산”이라며 “커피전문점을 차리기만 하면 잘되는 시장에서 훨씬 꼼꼼하게 따지고 공부해야 버틸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두커피 시장이 계속 커질 여지는 충분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국이 1년에 수입하는 생두가 1억2000만㎏인데 이 가운데 85%는 캔커피와 인스턴트 커피에 사용되는 질 낮은 생두다. 현재 15%에 불과한 고급 원두커피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개인커피점을 6년째 운영 중인 구대회 대표는 “수많은 커피전문점 가운데 가격경쟁력이 없는 곳은 정리될 것”이라며 “스타벅스 같은 대형 커피전문점처럼 넓은 공간을 제공할 수 없다면 아메리카노는 1500∼2000원, 라테는 2500∼3000원 정도의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재우·이소아 기자





[S BOX] 속풀이도 커피로 해요



전국 도처에 수많은 커피전문점이 깔리면서 명절 연휴나 심야시간대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독특한 커피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2차 커피족’이 이런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저녁식사와 술자리를 마치고 2차로 술집 대신 ‘커피 한잔’을 하러 가는 사람들이다. 서울 종로에 직장이 있는 이성진(42)씨는 “요즘엔 1차만 하고 헤어지기 아쉬울 때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간단히 대화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엔 어색했는데 술도 깨고 좋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아침 출근시간과 점심식사 직후 시간대 다음으로 영업 종료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방문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서울 강남이나 광화문같이 이런 수요가 있는 지역의 매장은 영업 종료시간을 오후 11시로 늦추고 있다”고 했다.



 탐앤탐스와 빈스빈스의 경우 아예 24시간 운영 매장을 늘리는 중이다. 탐앤탐스는 아카시아꿀차 같은 ‘해장용’ 메뉴도 내놨다. 다른 유명 커피전문점들도 와플이나 케이크 등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나 밤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객을 위해 건강차 메뉴를 늘려 가고 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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