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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 우승 캔맥주, 삼성 빨간 유니폼 … '전설을 모으다'

선동열 전 KIA 감독은 야구박물관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소장품을 내놓았다. 1999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서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 사인을 모은 액자를 가리키고 있는 선 감독. [신인섭 기자]


82년 세계야구선수권 우승 후 받은 체육훈장 거상장. [신인섭 기자]
“저 맥주 맛은 아무도 몰라요. 쓴지 단지 김이 빠졌는지 기증자도 모르고 떠났어요.”

[스포츠] 한국 야구 111년 역사 담는 야구박물관
야구인들 숙원 … 내년 부산에 설립
115억 투입 "미국·일본 뛰어넘겠다"
프로 원년 입장권, 선동열 글러브 등
지금까지 '야구 사료' 2만여점 모아
추진 도맡은 수집위원회 멤버들
"자료 줄 때 아내들이 더 서운해하죠"



 야구박물관 자료수집위원회(이하 위원회) 홍순일(76) 위원장이 지난 16일 내놓은 손바닥만 한 캔맥주에는 금발의 여성 인형이 달려 있었다. 1995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특별한 캔맥주다. 우승 기쁨을 시원한 맥주와 함께 즐기라는 뜻으로 제작됐지만 20년 동안 이 맥주 맛은 물음표로 남았다. 국내 최초의 스카우트로서 OB 베어스 코치를 지냈던 고(故) 강남규씨가 눈을 감기 전인 지난해 봄에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에 기증했다. 유통기한을 훌쩍 넘긴 ‘20년산’ 골동품 캔맥주는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 지하 1층 아카이브 센터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1904년 한국에 야구가 도입된 이후 100년 세월이 흘렀지만 대한야구협회나 KBO에서 설립한 공식 야구박물관이 없다. 98년 이광환(67) 전 LG 감독이 제주도에 문을 연 야구박물관은 이 감독의 소장품 위주다. 한국 야구의 모든 것을 집대성하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대한야구협회는 2011년 야구 관련 자료를 본격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KBO가 가세해 10만 점 모으기에 돌입했고, 현재 2만 점이 모였다. 유니폼·사인볼 외에 원년 개막전 팸플릿, 야구 관련 만화책, 구단 캐릭터가 박힌 아동용 신발 등 야구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하고 있다.



지금은 추억이 돼버린 유니폼들도 야구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삼성이 원년 사용했던 빨간색 유니폼과 해태 타이거즈와 태평양 유니폼.


 그리고 야구인들이 숙원하던 야구박물관이 이르면 내년에 부산 기장군에 세워진다. 부산시가 115억원을 지원하고 KBO는 자료 제공과 운영을 맡는다. 홍 위원장은 야구박물관 탄생에 한껏 고조돼 있다. “미국·일본보다 더 내실 있는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위원회가 특히 애지중지하는 물품은 비싼 것보다는 유일무이한 것이다. 82년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 입장권은 33년이 지났지만 빳빳하게 보관돼 있었다. 일반석은 3000원, 가장 비싼 특석은 5000원, 어린이 우대는 500원이었다. 이상일(57) 전 KBO 사무총장은 “83년 KBO에 입사해 받은 첫 월급이 20만원이었으니 특석 5000원은 꽤 비싼 축에 속했다. 지금 테이블석이 3만~4만원 정도인 걸 보면 야구 관람료가 크게 오르지 않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빨간 유니폼도 있다. 삼성 선수들이 빨간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상상이 되는가. ‘삼성=파란색’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삼성에서 오랫동안 뛰었던 선수들은 ‘푸른 피가 흐른다’고도 한다. 하지만 삼성의 82년 전기리그 원정 유니폼이 빨간색이었다. 삼성은 이후 단 한 번도 빨간 유니폼을 제작하지 않았다. 프로야구 역사 저편으로 사라진 삼미 슈퍼스타즈·태평양 돌핀스·청보 핀토스·MBC 청룡 등의 추억을 느끼게 해줄 유니폼·책받침·팸플릿 등도 가득했다.



왼쪽부터 2003년 이승엽이 아시아 최다 홈런(56개) 기록을 세운 뒤 KBO로부터 받은 금글씨 공로패.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입장권과 1995년 OB베어스(두산의 전신) 우승을 기념해 만든 캔맥주.


 이승엽(39·삼성)의 56호 홈런을 축하하는 금 글씨 공로패도 인상적이다. 이승엽은 2003년 당시 아시아 신기록이었던 56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KBO는 이를 축하하기 위해 금을 녹여 붓글씨를 쓰는 장인을 섭외해 공로패를 만들어줬다. 희귀 물품들을 수집하기까지는 거마비 정도만 받고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는 위원회 멤버들의 노고가 있었다. 홍 위원장은 “선수들은 자신의 야구 인생을 정리한 것들을 내놓는 걸 아쉬워한다. 수집 작업을 주로 하는 선수 부모님이나 아내들은 더 서운해한다. 몇 번이나 찾아가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스타 중의 스타였던 선동열(52) 전 KIA 감독의 자발적 기증은 반가웠다. 지난해 시즌을 끝으로 감독직을 내려놓는 선 전 감독은 지난 23일 선수로 뛰었던 27년간의 모든 흔적을 위원회에 기증했다. 99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 우승을 이끌 때 꼈던 글러브는 땀이 배서 쪼그라져 있었다. 2000년에 받은 체육훈장 맹호장은 선 전 감독이 자랑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그는 “당시에 박찬호·박세리와 함께 딱 세 명만 받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사진 앨범과 기사 스크랩북도 수십 권이 넘었고, 빛바래 누래졌지만 ‘수’가 가득한 초등학교 성적표도 있었다.



 선 전 감독은 “아마추어 시절은 부모님이, 프로 때는 아내가 자료를 모았다. 정성껏 모은 만큼 아내가 아쉬워했지만 내가 보관하는 것보다 야구팬들에게 보여주는 게 의미 있지 않나”면서 “나중에 박물관에서 직접 이 물품들에 대해 해설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S BOX] 야구박물관, 부산 기장군에 세우는 까닭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뉴욕주의 작은 시골 마을 쿠퍼스타운에 있다. 진위에 대한 시비가 있지만 이 곳이 야구의 발상지로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도쿄돔 지하에 야구박물관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 야구박물관과 명예의 전당은 왜 부산에 짓는걸까. 가장 큰 이유는 부산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부산시와 기장군, KBO는 2013년 8월 야구 박물관 및 명예의 전당 건립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부산시가 115억 원의 건립비용을 내고 기장군이 토지를 제공했다. 야구 열기가 높다는 점도 감안했다. 부산시와 기장군은 야구 테마파크를 함께 조성해 종합 야구 타운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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