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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분노가 눈물이 될 때

김형경
소설가
40대 초반인 그는 아내와 이혼한 후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가득해서, 떠난 여자를 찾아가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가 심리 상담가를 찾은 이유는 순간의 분노 때문에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첫날부터 눈물이 터져나와 당황했다. 울음에 그토록 많은 의미가 있고, 그것이 여러 날 지속된 점에도 놀랐다고 한다.



 독일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은 ‘편집 분열적 자리’와 ‘우울적 자리’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편집 분열적 자리란 자신이 옳고 타인은 잘못되었다는 분열된 인식 속에서 상대방을 미워하고 공격하는 심리를 이른다. 우울적 자리는 편집 분열적 자리에서 공격했던 상대가 실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면서 슬픔과 우울감을 느끼는 상태다. 멜라니 클라인은 생애 초기부터 아기는 두 자리를 오가면서 양가적인 심리의 통합을 이뤄나간다고 제안한다. 인간은 평생을 두고 편집 분열적 자리와 우울적 자리를 오가면서 성장을 이뤄간다고 설명한다.



 분노에 가득 차서 상대를 공격하는 이들은 편집 분열적 자리에 머무는 셈이다. 분노 상태에서 심리 상담가를 찾아갔는데 눈물부터 흐르더라는 것은 그 순간 우울적 자리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서 혹은 자기연민 때문에 눈물을 흘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면 공격성이 누그러들면서 격한 분노에서 벗어나게 된다. 나중에 다시 화가 치밀어도 그 강도가 현저히 약화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분노나 공격성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그것을 눈물로 녹여내는 일이다.



 눈물은 심리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남자는 전처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반복 경험하다가 한순간 완전히 새로운 성찰과 만났다. “분노가 원래 내 안에 있던 것이구나, 상대가 잘못했더라도 애초에 그 사람을 선택한 내 잘못이구나.” 그 지점에서 비로소 아내 입장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때야 자신의 잘못들이 보이면서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눈물이 났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그는 또 다른 성찰과 만났다. “내가 헛살았구나.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인생을 낭비해왔구나.” 그때는 허비한 인생이 아까워 눈물이 흐르더라고 했다.



 사회적 동물로서 남자는 눈물을 보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울음을 금기시하는 사회에서는 분노가 격해진다. 그런 점에서 중년 남자의 눈물이 화제가 되는 세상은 좀 괜찮아 보인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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